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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2020년 11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동문 선배들에게 보내는 응원

허범구 세계일보 편집국 부국장
관악춘추

동문 선배들에게 보내는 응원



허범구
사회83-89
세계일보 편집국 부국장


두달 전 출간된 ‘좁은 회랑’은 어떤 국가가 성공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잘 알려진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이 저자다.

이들의 논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막기 위해 강력한 괴물(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는 홉스의 국가론에서 출발한다. 야누스의 리바이어던은 사회와 균형을 못 맞추면 통제에 탐닉한다. 국가 권력이 비대해져 시민 자유가 숨막히는 ‘독재 리바이어던’이다. 반면 ‘족쇄찬 리바이어던’은 늘 견제당하며 사회와 조화한다. 성공의 좁은 회랑에 들어가 안착할 수 있는 유형이다. 중국·나치 독일은 전자, 미국은 후자로 꼽힌다. 이 책은 지난해 쓰였으나 국가와 개인이 충돌하는 팬데믹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올 한 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방역 모범국 홍보에 열심이다. 전 국민에게 ‘닥치고 마스크’다. 지난 4일 밤 지하철 3호선 열차 안. 50대 아저씨가 급하게 들어와 숨을 몰아쉬었다. 보기 드문 벌금 10만원 맨얼굴이었다. 어느새 지하철 관계자들이 몰려와 “마스크 없냐”고 물었다. 화들짝 놀라는 50대 표정이 눈에 박혔다. 그는 “깜빡했다”며 허겁지겁 마스크를 찾아 썼다. 방역지상주의가 사회를 덮쳤다.

집회·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방역을 위해선 제한되는 게 현실이다. 반정부 집회는 어림없다. 개천절·한글날 광화문광장 차벽은 5공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1년 전 광화문엔 조국 퇴진과 공정을 외치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랐다. 코로나 정국에선 불공정이 더 심해도 도리가 없다. 집회 금지가 언제 풀릴지도 미지수다.

광장만 막힌 게 아니다. 한 국립대 교수의 전언이다. “얼마 전 학교 선배로부터 말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었다. 알고 보니 여러 경로로 비슷한 경고를 받은 지인이 주변에 많더라.” 온라인에선 좌표찍기가 일상이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나훈아 노래가 절묘하다. 건강도 중요하나 대가가 혹독하다. 한국은 어떤 리바이어던일까.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검찰과 감사원의 존재 이유는 인치 아닌 법치에 있다. ‘살아있는 권력’도 감시하라. 두 사람은 본분을 다하려고 집요한 외풍을 견디고 있다. 동문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끝까지 공정의 버팀목이 돼주길 응원한다. 많은 동문 선후배도 한마음일 것이다. 토크빌은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VERITAS LUX MEA. 교훈과 함께 아크로폴리스광장이 자꾸 생각나는 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