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63호 2025년 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AI가 바꾸는 세상

AI가 바꾸는 세상

이강덕 논설위원
이강덕 KBS N 사장
정치외교82-88
한미클럽 회장
본지 논설위원

바야흐로 인공지능 AI가 세상의 중심인 시대가 활짝 열렸다. 모든 길은 이제 AI로 통한다. 올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5 CES에서도 단연 주목을 끈 볼거리들은 AI와 연계된 전시장들이었다. 각국 정부들도 AI 관련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AI, 바이오, 양자를 핵심적인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며 AI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AI의 발전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 할 정도로 초고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 말 설 연휴 때의 일이다. 중국의 40대 사업가가 내놓은 생성형 AI 딥씨크(Deep Seek)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던 바로 그때, 중국 국영방송 CCTV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는 설날 전야제 프로그램 춘원(春晩)을 방송했다. 10여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여성 무용수들과 군무를 추며 접시 모양의 수건돌리기 등 다양한 곡예 동작을 선보이는 광경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중국식 생성형 AI와 함께 행동형 AI를 대중 앞에 동시에 선보인 것이다.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의 핵심 관심사인 가성비와 인간화(Anthropomorphosis)의 문제에서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임을 새해 벽두부터 자극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천문학적 자금력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경쟁에서 앞서가는 미국에 이어 중국도 숨겨진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국내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 반도체도 엔비디아와 어긋나 있고 네이버의 생성형 AI인 클로바 X도 세계 최고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 걱정들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우리 상황을 그렇게 비관만 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 미디어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역량은 세계 6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와 개발 능력, 정부 전략이 상위권으로 평가받았다.

IT 시장 컨설팅 기관인 한국 IDC나 삼정 회계법인 분석에 따르면 한국 조직의 72%가 이미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생성형 AI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본격적인 수익화 전략에 돌입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AI 연구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는 건 더욱 고무적이다. KAIST,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 서울교대, 포항공대, UNIST, GIST 등 웬만한 대학은 모두 AI 대학원을 두고 있다. 물론 서울대는 AI 대학원인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이외에 AI 연구원, AI 신뢰성 연구센터와 AI 최고위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극심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AI 인재 양성이 핵심이기에 서울대인들의 천재성이 어느 때보다도 긴요한 상황인 것이다.

AI 기술은 이제 단순히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도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있다. AI는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AI 열풍이 사회 전 분야에 불어닥치면서 우리는 전혀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창의력이 중시되는 세상에서 서울대학교와 연을 맺은 고급 두뇌들이 맘껏 활동할 공간도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