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52호 2024년 3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졸업생으로 빛나는 대학

이용식 토목공학79-83 문화일보 주필·본지 논설위원

관악춘추

졸업생으로 빛나는 대학


이용식

토목공학79-83

문화일보 주필·본지 논설위원

 

유홍림 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1년 전 취임식을 회고하면서 서울대는 입학생이 아니라 졸업생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임에도 신선하게 들린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선, 일반 국민에게 서울대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입학하는 학교로 각인돼 있는데, 이에 대한 새로운 방향의 접근이었다. 사실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다. 가장 상위권 학생들이 입학하고, 그들이 졸업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하기 때문이다. 유 총장 접근법이 의미가 있는 것은, 뛰어난 학생이 입학해 4년 공부한 뒤 더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학생은 일류지만, 졸업생은 일류가 아니라는 세평도 없지 않다.

동문들은 본인 입학 때는 잘 몰랐을 수 있지만, 자녀들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더욱 실감하게 된다. 언론 보도 내용을 보더라도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입시와 관련된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사라졌다. 입시 전형이 다양화하고, 학생들도 무조건 서울대 진학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과 학교를 찾기 시작했다. ‘서울대브랜드 가치가 좀 격하된 것 같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좋은 일이다. 그만큼 동문들 책임이 무거워졌다.

둘째, 최근의 전공의 사태를 계기로 국가 엘리트의 도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졸업생은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그룹이다. 의대 증원 문제에는 양론이 있고, 여기서 다룰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최고의 학식과 지성을 가진 집단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울대 출신은 공부만 잘 할 뿐, 인성은 별로라는 재승박덕(才勝薄德) 평가가 여전히 많다.

서울대 동문들은 자신의 탁월함에 더해 각고의 노력을 했겠지만, 유형무형의 많은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더 멀리 보고 더 깊이 생각하면서, 더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김정은 의과대학장의 졸업식 기념사는 울림이 컸다.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의 숨은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 사회적 책무의 수행을 강조했다.

서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가수 이미자씨와 탤런트 김혜자씨는 1941년 생 동갑이다. 두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 무대”(이미자) “첫 무대”(김혜자)라는 느낌으로 노래하고 연기한다고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늘 신입생의 자세로 배우고 노력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엘리트의 자세다. 많은 동문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2024년 새봄을 맞아 졸업생으로 더 빛나는 대학이 되도록 하자는 유 총장의 당부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