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호 2024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서울대, 세계 10위권 도약의 꿈
김광덕 (정치82-86) 서울경제 부사장·논설실장, 본지 논설위원
서울대, 세계 10위권 도약의 꿈
김광덕 (정치82-86)
서울경제 부사장·논설실장
본지 논설위원
인재·기술이 모이는 ‘플랫폼’
외국인 교수·학생 늘려가야
“서울대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시키는 게 가능할까.”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지난 6월 발표한 ‘2025년 QS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31위에 오르자 이 같은 얘기들이 나왔다. 서울대는 지난해(41위)보다 10계단이나 상승하면서 일본 도쿄대(32위)를 추월해 아시아에서 6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 서울대보다 앞선 대학은 싱가포르국립대(8위, 싱가포르) 베이징대(14위, 중국) 난양공대(15위, 싱가포르) 홍콩대(17위, 홍콩) 칭화대(20위, 중국) 등이었다. QS는 학계 평판도와 국제연구 네트워크 등 9개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서울대는 취업 성과(100점) 졸업생 평판(98.6점) 학계 평판(98.5점) 지속 가능성(96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외국인 교수 비율(10.5점) 외국인 학생 비율(16.9점)에선 성적이 저조했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을 높여야 서울대의 글로벌 대학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서울대의 한 보직교수는 “영어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한국의 대학 현실에서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학 등록금 장기 동결 등으로 교수들의 연봉도 낮은 데다 대학의 실험 장비 수준 등도 뒤떨어져 해외의 우수 교수와 학생들이 서울대 등 한국 대학으로 오는 것을 꺼린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첨단전략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고급 인재를 육성하고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우수 두뇌의 해외 유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2021년 5.28(24위)에서 2023년 4.66(36위)으로 뚝 떨어졌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인재가 외국으로 더 많이 나간다는 뜻이다. 2022~2023학년도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4만3850명으로 전년 대비 8% 가까이 늘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점화하려면 ‘인재 엑소더스’ 확산을 막으면서 해외의 고급 두뇌들을 국내로 데려와야 할 것이다. 한국을 전 세계 핵심 인재들이 일하거나 연구하고 싶어하는 ‘인재 플랫폼 국가’로 만들어가야 한다. 취업·연구 환경이나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살기 좋은 ‘부강한 매력 국가’로 업그레이드해야 가능한 일이다. 고급 인력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세제·예산 등의 전방위 지원을 해야 한다. 창의적 연구와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의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에 나서야 한다. 특히 서울대와 인근 지역을 핵심 인재와 기술이 모이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모교 동문들이 뜻을 모아 뒷받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을 높여간다면 ‘글로벌 톱10 대학 진입’이 꿈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