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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호 2020년 10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김광덕 논설위원 칼럼

창의 인재 모이는 ‘플랫폼 대학’으로
관악춘추

창의 인재 모이는 ‘플랫폼 대학’으로



김광덕
정치82-86
서울경제신문 논설실장
본지 논설위원


“세상에는 세 가지가 없다. 정답이 없다. 비밀이 없다. 공짜가 없다.”

최근 한 모임에서 정치학과 후배인 한 국회의원이 건배사 도중에 우스개로 한 얘기다. ‘정답이 없다’는 얘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내가 다니는 서울경제신문이 지난달 주최한 ‘미래 컨퍼런스’ 행사의 주제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모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이 행사에서 ‘정답’만 추구하는 교육제도의 구속을 파괴해야 창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모범답안을 쓰는 것보다 질문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이 교수는 자신이 강의하는 과목에서 ‘중학생 수준의 학생에게 낼 질문을 써보시오’라는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연구실에서 TV를 거꾸로 설치해 시청하고 있다.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는 ‘미존(未存)학’이란 과목을 개설한 것도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단순한 지식과 경험만 갖고는 7부 능선까지 갈 수 있지만 9부 능선 이상 오르기는 쉽지 않다. ‘창의력’, ‘상상력’ 등으로 완전 무장해야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경제 사상가인 애덤 스미스가 “한 나라의 진정한 부의 원천은 그 나라 국민들의 창의적 상상력에 있다”고 설파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했다.

창의력은 민족의 운명도 좌우한다. 전 세계 인구 70억명 가운데 유대인은 1,700만명가량으로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은 무려 23%에 달한다. 미국 100대 부호 중 유대인 비율도 20%에 이른다. 유대인이 성공한 첫째 비결로 질문과 토론을 중시하는 창의력 교육이 꼽히고 있다.

영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인재를 키우고 ‘과학기술 초격차’ 전략을 펴는 길밖에 없다. 반도체, 바이오 등 최소한 5~10개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서울대 동문들부터 끈기를 갖고 창의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서울대 입학생 중 대부분은 모범답안을 잘 써서 합격했을 것이다. 서울대는 정답만 잘 쓰는 학생이 아니라, 도전 정신을 갖고 용기 있는 질문을 잘하는 학생을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 관악캠퍼스를 전 세계의 핵심 두뇌들이 모여드는 ‘인재 플랫폼 대학’으로 만들어낸다면 대한민국을 도약시키는 ‘K드림팀’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