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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호 2019년 5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당신은 보스인가 리더인가

박 민 문화일보 편집국장 본지 논설위원
관악춘추

당신은 보스인가 리더인가



박 민
정치82-86
문화일보 편집국장
본지 논설위원

나라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성장, 수출, 고용 등 경제 핵심 지표는 2년째 하향 추세다. 성장동력으로 꼽혀온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주력 산업 부분도 좀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체감 지수는 더 암울하다. 호황을 누렸던 거리에서 문을 닫은 가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고 주변에 대졸 실업자가 넘쳐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장밋빛 전망 아래 추진돼온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은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라의 존망을 결정하는 안보와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지만 국론 분열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양 진영의 대립은 이념을 넘어 경제정책, 노사관계, 사법, 역사, 문화 등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양 진영은 이미 상대를 체제 내의 대안세력이 아니라 퇴출해야 할 집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위기 타개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력을 결집할 리더가 요구되지만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도 패거리 의식과 지역 감정, 진영 논리에 매몰된 보스들이 득세하고 있다. 홍사중(사학50-56) 선배에 따르면 리더는 대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보스는 자기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 리더는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만 보스는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미워한다. 리더는 타협을 잘하고 대화를 즐기지만 보스는 타협을 모르고 대화를 거부한다. 리더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알려주지만 보스는 누가 잘못하고 있는가를 지적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야당을 적으로 간주하면서 50년 집권론을 되풀이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40%대의 지지를 받는 정부를 타도대상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후하게 평가해도 보스 수준이다. 취임사에서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섬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적폐세력’ 청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리더로 분류하기 어렵다. 누구보다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이념적 편향을 의심받는 김명수 대법원장도 보스 범주에 머문다.

독일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그저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는 리더 반열에 오르지 못한 보스들 때문이고 그들 중 상당수는 관악 출신이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시 구절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관악인의 소명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