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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호 2019년 4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AI 알고리즘, 편익은 좋은데 책임은 누가?

성기홍 연합뉴스TV 보도국장·본지 논설위원

AI 알고리즘, 편익은 좋은데 책임은 누가?



성기홍
사회86-90
연합뉴스TV 보도국장
본지 논설위원


네이버가 4월 4일부터 직원들이 맡아서 하던 뉴스 편집을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에 넘겼다. 언론사로부터 공급받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임의적 배열, 편집에서 손을 떼고, 사람이 하던 편집을 AI가 대신하게 했다.

뉴스 편집자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뉴스가 아니라, 나의 뉴스 소비 패턴과 취향을 분석한 AI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보고 싶어하는’ 뉴스들이 내 모바일 네이버 화면에 딱딱 걸리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뉴스 유통망인 포털이 과연 언론 매체이냐는 논란이나, 자체 편집을 통한 여론 형성 개입 시비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누가, 어떻게 짰느냐는 논쟁은 남아 있지만, 일단 기계에게 책임을 넘긴 셈이다.

1020세대가 즐겨찾는 유튜브도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배열한지 오래다. 모모랜드의 신곡 I’m so hot 영상을 본 사람에게는 그들의 다른 노래나 경쟁 걸그룹의 영상이 유튜브 상단에 어김없이 걸린다. 손흥민의 멋진 골 영상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영상이 쉽게 보여지도록 배열된다.

‘취향 저격’ 서비스다. 내가 좋아하고 또 보고 싶어하는 뉴스나 영상을 애써 서핑하며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하지만 ‘먹방’이나 스포츠, 여행 뉴스나 영상의 경우와 달리 정치, 사회 분야 뉴스나 영상으로 가면 편리함으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자주 보는 사람의 유튜브에는 현 정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콘텐츠들이 자주 뜨고, 홍준표의 ‘홍카콜라’를 즐겨보는 사람의 유튜브에는 태극기부대 집회나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주장을 담은 영상이 곧잘 오른다. 내가 정치적으로 반대할 것 같은 주장의 뉴스는 노출하지 않고, 찬동할 만한 콘텐츠나 영상들을 골라 배열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뉴스나 영상을 자꾸 읽고, 자꾸 보게 된다. 사고의 양극화는 심화된다.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지 않으면 신체 불균형을 초래하듯, 다양한 견해들을 두루 듣지 않으면 판단 불균형을 초래한다. AI가 유튜브나 네이버 등 콘텐츠 유통망을 지배하면서 ‘뉴스 편식’ 현상은 강화된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AI 시대에 편익은 추구하지만, 책임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공동체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명제도 도전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