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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2019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특별인터뷰: 서울대 병원서 백혈병 진단 받았는데, 의대 정시 수석 합격했어요

3년 투병 이기고 수능 만점 받은 김지명 신입생


서울대 병원서 백혈병 진단 받았는데, 의대 정시 수석 합격했어요

김지명 신입생



3년 투병 이기고 수능 만점
초등학교 때 검사한 IQ 110대

불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올해 서울대 의과대학에 수석 입학한 김지명 씨가 소아암, 백혈병 환우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중1~3년까지 백혈병을 앓아 자주 왕래했던 서울대 연건캠퍼스에 의사가 되기 위해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는다.
지난 1월 29일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김지명 씨를 만났다. 김지명 씨는 “아주 오래된 커피숍 같다”며 녹차를 주문했다.

-원래 녹차를 좋아해요.
“네. 유치원 때부터 마셨어요.”

-유치원이요? 특이한데요.
“그냥 티백 꺼내서 물에 우려먹는 것을 좋아했어요.”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요.
“새벽 2시쯤 자고 11시 경 일어나요. 수험생 때 못했던 온라인 게임을 하고 미드(미국 드라마 시리즈물) 보는 시간이 많아요. 헬스장도 빠짐없이 가고요.”

-좋아하는 게임과 미드는.
“게임은 ‘마블 퓨처 파이트’ 즐겨하고 미드는 ‘에이전트 오브 쉴드’ 보고 있어요. 시즌 6까지 나왔어요. 보기 시작한 지 1주일 됐는데 시즌 1 다 봤어요.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랑 비슷해요.”

-고등학교 때 늘 이과 1등이었나요.
“한 번도 내신 1등을 한 적은 없어요. 최종 3등이에요. 1등 하던 친구는 서울대 건축학과 간 걸로 알아요.”

-아픈 시기가 언제였죠.
“초등학교 6학년 11월 말에 처음 알았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3년 내내 치료를 받았어요. 주로 통원치료를 했어요. 열나면 입원하고. 주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오후에 진료 받았어요.”

-치료 받던 중학교 때 성적은 어땠어요.
“몇 번 빼고 1등을 유지했어요. 따로 인강으로 공부했으니까요.”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주로 공부를….
“네.”

-인강으로 수능 만점 받았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해력이 빠른 편인가요.
“그런 소리를 들어요.”

-IQ가 몇이에요.
“초등학교 때 검사한 기억으로는 110 대였던 것 같아요.”

-책 읽는 것은 좋아했어요.
“해리포터 등 판타지 소설 좋아했어요. 인문학 서적이나 고전 등 딱딱한 책은 …”

-책 읽는 습관은 있었나요.
“책 읽는 습관은 아닌데 ‘스터디포스’라고 짧은 지문 읽고 다음에 내용을 기억해서 옳고 그른 것 판단하는, 그런 사이트가 있었어요. 그걸 1년 이상 열심히 했어요.”

-인강은 주로 어디를 이용했어요.
“초·중학교 때는 엠베스트, 고등학교 때는 메가스터디, 이투스를 주로 들었고 가끔 대성이랑 EBS를 활용했어요.”

-부모님은 공부를 잘했나요.
“아뇨. 어머니는, 당신 말씀으로 공부 못했다고 했어요. 제가 신기하다고 했어요.”

김지명 씨의 어머니는 강북구 인수동에서 추어탕 가게를 한다.

-어머니는 강요하는 스타일인가요.
“제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도 있었어요.”

-지금까지 가장 큰 말썽 혹은 싸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학생회 활동은 했나요.
“안 했어요. 내향적이라서.”

-내향적인 성격을 고치고 싶나요.
“고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한데 억지로 할 생각은 없어요. 좁고 깊게 친구를 사귀는 편인데 그런 친구들이 몇 명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말에 아팠을 때 어땠나요. 병에 대해 알았어요.
“진단 받았을 땐 몰랐는데 어감이 이상하잖아요. 감기랑은 다르잖아요. 무서웠어요. 울었어요.”

-첫 증상이.
“6학년 교실이 4층에 있었는데 예전엔 잘 올라가다가 갑자기 오르기 힘든 거예요. 잠도 많아지고. 병원에 가 보니까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서울대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죠.”

-치료 받으면서 고생은. 탈모 등 있었을 것 같은데.
“머리 빠지는 것보다 속이 울렁거리는 거, 구토가 힘들었어요.”

-3년간 약을 계속 먹었겠네요. 괴롭지 않았나요.
“먹는 것보다 주사가 독해요. 혈관주사가 제일 심해요. 속 울렁거림이 너무 싫었어요. 자주 맞을 때는 1주일에 세 번도 맞았어요.”

-종일 아플 때도.
“면역력 수치가 낮아지면 무기력하고 종일 힘들 때도 있었어요.”

-완치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있었어요.”

-언제 완치가.
“고등학교 1학년 3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3년이면 빠르네요.
“원래 3년이래요. 남자는 3년이고 여자는 2년.”

-완치율이 높나요.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50% 이상이라고 들었어요.”

-백혈병이 불치병이라는 오해가 여전히 있어요.
“옛날에 그랬는데 지금은 의학 기술이 발전해서 어렵지 않게 고치는 병이래요.”

-대학에 왔어요. 등록금 걱정은 없어요.
“엄마가 대학 등록금은 내줄 수 있다고 하셔서 딱히 걱정은 안 해요. 과외 할 생각도 있었고요.”

-1등이니까 과외 문의 들어온 데 많죠? 어머니 친구들 통해.
“아직까지는 없어요. 말을 안 해서요.”

-등록금은 해결됐고 뭐 하고 싶으세요.
“여행을 좀 하고 싶어요.”

-새로운 친구들 만나는 기대감은. 동아리 활동 계획도 있나요.
“있긴 한데. 살펴보고 결정하려고요.”

-영어는 잘 해요? 의학 서적이 원서가 많던데.
“모의고사 영어 점수는 1순위에 겨우 턱걸이 할 정도였어요.”

-텝스(TEPS) 본 적 있어요.
“어제 풀어봤어요. 점수 계산법이 복잡하던데 최저 점수가 376점(600점 만점) 나오더라고요.”

-지금 한창 놀면서 보낼 때인데 텝스 모의고사를 봤다고요.
“엄마가 예전부터 풀어보라고 하셨는데 합격하고 어제서야 했어요.”

-나중에 혈액종양내과를 전공하고 싶다고 했죠. 어렸을 적 경험이 투영된 것 같은데.
“네. 학교 다니면서 바뀔 수도 있겠죠.”

-서울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요? 하고 싶은 거 또 뭐 없나요.
“해본 게 있어야 하고 싶은 게 있을 텐데 해본 게 별로 없어서요.”

-가수 누구 좋아해요.
“박효신이요. 가성에서 부드럽게 나오는 소리가 좋아요.”

-돈 좋아해요.
“별로요.”

-여기 너무 시끄럽네요. 이런 인터뷰 어색하죠.
“네. 몇몇 인터뷰도 억지로 했어요. 엄마도 좋아하지는 않으셨어요. 보도 이후 신청 안 한 신문이 와서 엄마가 신문 사절이라고 써 붙였어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티백 녹차만 우려먹어봤던 그가 녹차 거름망을 지금 빼면 되냐고 물었다. 녹차가 나온 지 10분이 지난 후였다. 기자는 커피를 반쯤 마신 뒤다. “네? 그럼요” 미리 말해줄 걸. 맑은 의사가 될 것 같다. 지명 씨는 자사고인 서울 선덕고를 곧 졸업한다. 외아들이고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신자다.


김남주 기자



김지명 씨와 백혈병·소아암 이겨낸 졸업생·교수 3인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