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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호 2020년 2월] 뉴스 기획

김라경, 송영준, 전연서, 박서정 등 화제의 합격생

국가대표 여자 야구선수,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눈길
모교는 2020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으로 총 2,574명, 정시모집으로 867명을 뽑아 총 3,441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다양한 환경과 이력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합격생을 소개한다.

서울대 야구부 최초 여자선수 꿈 이뤄 


체육교육과 
김라경

‘천재 야구소녀’로 불리는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가 모교 신입생이 됐다. 계룡고 졸업 후 이번에 수시전형으로 모교에 합격한 김라경 선수다. 

김 선수는 프로야구에서 선수로 뛰었던 오빠 덕에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초등학교 6학년 계룡시 리틀 야구단에 입단해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중학교 시절 이미 시속 100km의 공을 던졌고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여자 선수 최초 홈런을 기록했다. 2015년 최연소 여자야구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공식 기록상 최고 구속 112~113km. 투구폼이 깨끗하고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선수는 고척돔에서 서울대 야구부와 여자야구 대표팀의 경기를 본 후 ‘공부도 잘하는데 야구까지 잘하는 것을 보고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며 전교 250명 중 100등 정도던 성적을 전교 10등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모교 체육교육과 수시모집에 지원해 탈락했으나 스포츠 행정가의 꿈을 버릴 수 없어 재도전 끝에 모교 합격증을 받았다. 

국내에 여자 프로야구팀이 없어 국가대표팀과 동호인 팀을 병행해온 그는 여자야구를 알리고 개척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투철하다. 김 선수의 입학으로 서울대 야구부에는 최초의 여자 선수가 탄생할 예정이다. 




전교 꼴찌에서 수능만점자로 역전  

자유전공학부 
송영준

전교생 127명 중 126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김해외고에 진학한 송영준씨가 고교 입학 후 처음 받은 등수였다. 서울대 진학을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온 교과서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공부에 매달려 역전을 이뤄냈다. 내신 전교 2등, 수능에선 만점을 받고 수시전형으로 모교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것.

송씨의 아버지는 중학교 1학년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며 가계를 꾸려 왔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에 선행학습을 마치고 온 친구들과 출발선부터 달랐다. 낮은 성적과 가정 형편을 생각해 공고로 학교를 바꾸려 했던 그를 담임선생님이 붙들어줬다. 3년간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께 보답할 길은 공부뿐이었다. 학원, 과외 같은 사교육 대신 선행학습한 친구들이 잠을 자는 수업과 자습 시간에 충실했던 것이 만점의 비결이라고 했다.  

수능 만점자 발표 이후 송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학비를 지원하겠다는 기업과 장학재단, 개인이 줄을 이었다. 이미 김해장학재단, 정산장학재단, LH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본회 장학생도 됐다. 김해 기반 기업인 남성정밀 박희망(AIC 9기) 대표가 관악회 특지장학금으로 대학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송씨는 검사가 되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부터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활약   

체육교육과 
전연서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로 활약한 전연서 선수가 모교 체육교육과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다. 부산 경원고를 졸업한 전 선수는 2018년 제11회 세계품새선수권 청소년국가대표로 선발돼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태권도 인재. 태권도 선수 중에서도 품새 국가대표 선수가 모교에 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한 전 선수는 6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2018년 세계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에서 청소년 국가대표로 출전해 1위를 수상했다. 모교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대개의 학생 선수들처럼 그도 학교 수업과 훈련을 성실히 마치고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식으로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다. 태권도 명문인 경희대와 한국체대에도 합격했지만 “새로운 길을 가볼 수 있을 것 같아” 모교를 택했다.

품새는 태권도 기술의 정확성과 숙련도를 평가하는 종목이다. 전 선수는 “품새 훈련을 더욱더 열심히 해서 전세계에 태권도 품새가 얼마나 멋진지 알리고 싶다”며 대학 졸업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일하거나 품새를 지도하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전교생 39명 화천 간동고 첫 합격생 

농경제학과 
박서정

간동고를 졸업한 박서정씨는 수시모집에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으로 모교 농경제학과에 합격했다. 간동고는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에 위치한 교원 12명, 전교생 39명 규모의 작은 일반고. 1982년 학교 설립 이래 박씨가 첫 서울대 합격자다. 최근 3년간 서울대 합격생을 내지 못했던 화천군이었기에 지역에서도 경사였다. 
 
박씨는 화천으로 귀농해 유촌리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학원을 다니는 대신 화천군이 운영하는 화천학습관에서 중3때부터 생활하며 맞춤형 진학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설립한 화천학습관은 지역 학생들이 숙식하며 특별 지도를 받는 곳이다.
 유명 강사를 초빙하고 수업료는 화천군이 지원한다. 근래 꾸준히 명문대 입학생을 배출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방의 교육복지 실험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박씨는 “농촌에도 공부하기 좋은 인프라와 열정이 갖춰진 것이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능 만점자 5명, 수시로 모교 합격   

2020학년도 수능에서 15명의 학생이 만점을 받았다. 신원이 알려진 만점자 중 인문계열에서는 현재 전호연(하나고)씨, 이지원(서문여고)씨가 경제학과에, 손수환(잠실고)씨가 경영학과에 합격했으며 송영준(김해외고)씨는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대부고 출신 익명의 만점자도 경제학부에 합격했다. 

수능 만점을 받았지만 이들은 정시가 아닌 수시 일반전형으로 일찌감치 서울대 합격증을 받았다. 전호연씨는 훗날 국가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관료가 되고 싶다는 꿈을, 손수환씨는 빅데이터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경영컨설턴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다른 만점자인 최준영(한영외고)씨와 이승열(와부고)씨는 모교 경제학과에, 홍민영(청심국제고)씨는 사회학자의 꿈을 이루려 사회학과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계열 만점자는 4명이 나왔지만 응시 과목상 단 1명만 서울대 지원 자격을 갖췄다. 해당 학생의 모교 합격 여부는 현재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