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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2021년 3월] 뉴스 모교소식

화제의 신입생: 시각장애 딛고, 백혈병 이기고, 쌍둥이도 나란히…

올해 학사과정 3,489명 입학


시각장애 딛고, 백혈병 이기고, 쌍둥이도 나란히…

화제의 신입생





“솔직히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꼭 서울대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해 시각장애인 최초로 모교 작곡과에 입학한 유지민씨와 가족은 전화 너머로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음악은 희망이고, 서울대는 오랜 목표였다.

체중 800g의 작은 아이로 태어난 유씨는 망막 이상으로 세상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찍 음악에 두각을 보였다. 장난감 피아노를 곧잘 가지고 놀더니 세 살 무렵부터 피아노로 즉흥 연주를 시작했다. 이듬해엔 월광 소나타를 듣고 그대로 재현했다. 7세에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9세에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화성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즉흥 연주도 능했던 그는 작곡 공부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그의 스승인 작곡가 유진선씨는 “첫 테스트 시간부터 무슨 음악이든 한두 번 듣고 연주하는 대단한 청음력에 놀랐다”고 했다. 피아노와 함께 작곡을 배웠고 어렵고 복잡한 점자 악보도 척척 익혔다. 어머니 서영주씨는 “나에겐 그저 하얗기만 한 점자 악보를 보면서 우리 딸이 다른 세상에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음대 진학을 목표로 삼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맹학교에서 공부하며 음악을 계속했다. 자작곡 악보집에 이어 한예종 영재원에 다니며 17세에 자작곡 음반 ‘내마음의 정원’을 냈다. 유튜브(채널명 ‘유지민’)에 꾸준히 연주 영상을 올렸고 오케스트라 협연도 여러 차례 했다.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피아노 연주도 좋지만 조금 더 잘 맞고 즐거워서 작곡을 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곡과 신입생 유지민씨의 피아노 연주 모습  


대학생활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작곡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공 수업이다. 피아노 연주는 수준급이고 클라리넷과 바이올린도 다룰 줄 알아 협주곡을 여럿 썼다. 합창곡도 발표한 적 있다. 멜로디가 떠오르면 ‘한소네’라는 점자 단말기와 휴대폰을 이용해 녹음한다. 약간의 도움을 받아 멜로디를 악보로 만들면 홀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듬어 곡을 완성한다. 힘든 것보다 음악을 만드는 기쁨이 더 크다.

그는 훗날 훌륭한 작곡가이자 연주자라는 말로 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수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교에 장애인학생지원센터가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교양 수업을 듣는 일이 가장 걱정이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실하게 대학생활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유지민씨 유튜브 바로가기)



신입생 황건씨가 김성훈 동문이 최근 출간한 책 '식욕만족 다이어트'를 들고 있다. 제공=법무부 법사랑위원 경주연합회


사회교육과 신입생인 황 건씨는 입학전부터 모교 동문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김성훈(정치92-96)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와 2015년 12월 경주에서 결연 학생과 후원자로 연을 맺었다. 법무부 법사랑위원 경주지역연합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서다. 당시 대구지검 경주지청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김성훈 동문은 타 지역으로 전보한 후에도 매월 10만원씩 황씨를 지원해왔다.

한부모 가정의 자녀로 교사를 꿈꾸던 황씨는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했다. 합격 후 김 동문에게 특히 감사하다며 “도움 주신 모든 분의 은혜를 가슴에 새겨 반드시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겠다”고 전했다. 김 동문은 “작은 후원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너무 큰 보람을 느끼게 해주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법사랑위원 경주연합회 관계자는 “지청 검사가 지역 청소년을 결연 후원하는 것은 경주지청의 오랜 문화”라며 “많은 검사들이 혹 업무에 누가 될까 지청을 떠날 무렵 시작해 다른 곳에 가서도 10년 가까이 경주의 결연 청소년을 후원한다. 서울대 동문 검사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혈병 치료와 학업을 병행해 모교에 입학한 채예원씨. 제공=매일신문


고3 직전에 백혈병을 확진받은 채예원씨는 투병과 학업을 병행한 끝에 모교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했다. 채씨의 이야기를 알린 매일신문에 따르면 1년간 휴학하며 4차례 항암치료를 견뎠고,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모교인 경북외고와 친구들이 채씨를 도왔다. SNS와 헌혈을 통해 헌혈증을 모으고, 교직원과 함께 성금을 걷었다. 학교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채씨를 위해 주기적으로 기물을 소독하고 기숙사 1인실을 내줬다. 이런 노력 덕분에 무사히 수험 생활을 보내고 수능을 칠 수 있었다. “외교관이 되어 환경보호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초·중·고에 이어 모교 사범대에서 함께 공부하게 된 쌍둥이 김영현씨(사회교육과)와 김영채씨(윤리교육과)의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평소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준 것을 합격 비결로 꼽았다.

올해 모교 신입생은 학사과정 3,489명, 석사과정 2,718명, 박사과정 780명으로 총 6,987명이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