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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예술인 회장에게 거는 기대

이선민 조선일보 선임기자·본지 논설위원

예술인 회장에게 거는 기대


이선민
국사 80-84 
조선일보 선임기자·본지 논설위원


지난달 13일 총동창회로부터 신임 총동창회장에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가 추대됐다는 보도자료를 받았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뜻밖이다”는 것이었다. 필자뿐 아니라 그날 보도자료를 함께 받았던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4년 동안 재임하신 서정화 총동창회장의 후임은 당연히 ‘70대 남자 동문’ 중에서 선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조건에 맞는 몇몇 분들이 물망에 올랐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오랫동안 남성 중심으로 운영돼 온 서울대총동창회가 50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을 선임한 것은 ‘파격(破格)’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다음날 아침 발행된 신문들이 서울대총동창회장 추대 소식을 전하며 일제히 이런 사실에 주목한 것은 당연했다.

총동창회장 추대위는 신수정 명예교수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한 이유에 대해 “시대정신과 국민의 시선을 염두에 뒀다”며 “대외 환경요소와 부드럽게 교감해 가면서 모교를 지원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고 일반 국민에게도 널리 알려진 여성 동문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신수정 신임 총동창회장도 지난달 16일 총동창회 정기총회에서 수락연설을 통해 “제가 선임된 것은 저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 앞서가는 서울대학교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의미에서 이미지에 맞는다는 뜻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추대위와 신수정 총동창회장이 함께 언급한 ‘시대정신’은 아마도 ‘부드러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최근 변화상을 가리킨다고 생각된다.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피아니스트이며 서울대 역사상 최연소(26세) 교수, 음대 첫 여성 학장을 역임했고 예술원 회원, 현대차 정몽구재단 이사장으로 사회 활동도 활발한 신수정 총동창회장은 이런 요구에 딱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총동창회는 그동안 임광수-서정화 두 전임 회장의 지도 아래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탄탄하게 갖추었다. 임광수 회장 재임기간에는 현대식 총동창회관 건물을 건립했고, 서정화 회장 재임기간에는 총동창신문과 총동창회 운영 시스템을 혁신했다. 총동창회가 서울대학교의 ‘개학(開學)’ 연도 규명을 통해 뿌리 찾기를 주도했고, 역사연구기록관 건립을 지원하는 등 모교와의 유대도 한층 깊어졌다. 신수정 총동창회장은 이런 성취를 토대로 동문 상호간, 또 모교와 동창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할 것을 다짐했다. 총동창회의 엄숙한 분위기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동문들은 여성 예술인 회장이 보여줄 ‘부드러운 리더십’에 자못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