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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뉴스 본회소식

관악대상 수상자 인터뷰: 이형균 한국기자협회 고문

“모교·동창회·동문들 간 결속력 강화에 한몫”


“모교·동창회·동문들 간 결속력 강화에 한몫”
이형균 한국기자협회 고문




16년차 부회장, 동문참여 이끌어
모교 법인화 땐 자문위원 활동도



“심사위원을 맡아 수상자를 선정하는 일은 많이 했었지만 이렇게 큰 상을 제가 받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동창회와 모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형균(정치59-64) 한국기자협회 고문은 평생을 언론계에 몸담으며 정론직필을 위해 헌신해왔다. 1965년 경향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편집국장까지 지냈으며 한국기자협회 회장, 관악언론인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안병훈(행정57-61·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고 남중구(정치58-64·전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김인규(정치69-73·경기대 총장) 동문과 함께 ‘관악언론인회’를 창립, 모교에 대한 세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관악언론인회는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불거졌던 ‘서울대폐지론’에 맞서 결성돼 현재까지 모교의 역할과 위상을 널리 알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동창회보에 다양한 글을 기고함으로써 동창회와 모교 간 유대를 강화하고 동문들 간 단합을 공고히 하는 데 나름의 몫을 해왔고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총동창회 부회장으로서 동문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일도 병행했습니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기자로서 기억에 남는 사건도 굵직굵직하다.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맞아 별세한 사건, 김두한 당시 의원이 정일권 총리 등 각료들에게 오물을 투척한 사건 등 한국현대사의 긴박한 현장을 기록했으며 워싱턴특파원 재임시절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열여섯 살 소년에 의해 총상을 입었던 사건도 취재했다. 세월이 흘러도 기자로서의 그의 자부심은 변함없었다.

“기자의 위상은 시대상의 변천과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1인 매체시대, 다매체·다채널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일부 기자들로 인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듣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일제시대 때 우리 기자들은 독립지사의 심정으로 현장을 누볐고, 광복 후에는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대다수의 기자들이 사명감에 충만해 있다고 믿습니다.”



관악대상 수상 후 기념촬영. 왼쪽 두 번째부터 이형균 동문, 부인 최경애 여사



이 동문은 원로 언론인으로서 후배 기자들에게 ‘팩트 체크’에 좀 더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짜 뉴스가 만연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풍토에서 기자의 생명은 진실보도·사실보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언론사의 진영논리나 기자의 자기주관에 휘말려 일반기사를 사설이나 논평처럼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깊은 만큼 교류도 활발하다. 이 동문의 트레이드마크인 재치 넘치는 건배사는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젊은 기자들과 어울리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그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건배사로 ‘가즈아’를 소개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유래된 신조어로 ‘가자’를 길게 늘려 상승세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외국에는 ‘건배’, ‘건강을 위하여’ 등 틀에 박힌 건배사뿐이지만 우리나라엔 줄인 말을 활용한 수많은 건배사가 있습니다. 이는 표음주의 문자인 동시에 음절 단위로 글자를 모아쓰는 한글의 우수성 덕분이죠. 게다가 한자의 사자성어를 뜻이 아닌 음으로 재구성하면 더욱 다양한 건배사가 만들어집니다. ‘적당한 반주는 하느님도 권장한다’는 뜻의 적반하장, ‘낮술은 가볍게 밤술은 독하게’라는 뜻의 주경야독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말의 생산성은 정말 놀라워요.”

평생 동안 정론직필을 지켜온 이형균 동문은 기자로서의 직업의식은 물론 우리말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험난한 시절에 청와대와 국회를 출입, 한국현대사의 어둠을 직시하면서도 “삭막한 세상에 여유를 주는 윤활유가 유머”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답게 관악대상 수상소감도 재치가 넘쳤다. 결혼을 허락 받으러 온 사위의 상황을 차용해 동창회와 모교, 동문들에 대한 사랑을 다짐한 것. 이형균 동문에게 ‘관악대상’으로 건배사를 주문하고 싶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