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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호 2022년 4월] 뉴스 본회소식

관악대상 수상자 4인 소감 및 공적

“연극도 잘 하면 철학” 고형곤 교수님 말씀,  배우의 길 걷는 계기
이순재(철학54-58) 배우·가천대 석좌교수
 
“연극도 잘 하면 철학” 고형곤 교수님 말씀,  배우의 길 걷는 계기 
 


소감
동문 여러분과 저를 수상자로 뽑아주신 관악대상 선정위원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일생에 마지막 영예고 훈장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득 대학 4학년 때 있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각 대학 경연 대회에 모교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 합숙에 들어갈 일이 있었습니다. 합숙에 들어가면 주임교수 강의를 2주 동안 결강해야 했죠. 그때 제 주임교수님이 칸트 철학의 대가 고형곤 박사셨습니다. “교수님. 제가 1년 후배 김기영 군과 둘이 합숙에 들어가면 2주간 수업을 빠져야 할 텐데 어떡하면 좋습니까?” 했더니, 교수님께서 한참 생각한 뒤에 하시는 말씀이 “그래. 연극 잘하면 철학이야. 좋아. 사인해”. 

이게 오늘날 제가 평생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때 만약 교수님께서 “절대로 안 돼. 시험 봐야 돼. 못 해” 그러셨다면 다른 길로 갔을 거예요. 당시 배우는 정말 천직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 못 받고 결혼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배우 윤여정씨가 오늘 저녁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시상합니다. 시대가 달라졌어요. 새삼 ‘모든 일에는 길이 있구나’ 깨닫습니다. 이 영예와 격려와 성원을 가슴에 담고, 배우는 정년이 없으니까,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적
우리나라 연극, 영화, TV 방송 역사의 산증인이자 대한민국 대표 배우이며 많은 배우들의 롤모델이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후 최고령 현역 배우로서 지칠 줄 모르는 연기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1978년 영화 ‘하늘아래 슬픔이’, 1992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1999년 ‘허준’에 이어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2013년 예능 ‘꽃보다 할배’ 등에 출연해 종횡무진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21년 데뷔 65주년을 맞아 주연 및 예술감독으로 활약한 연극 ‘리어왕’이 전 회차 매진을 달성하는 등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세종대, 가천대 석좌교수로서 후배 연기자를 양성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2011년 금계 백화장 영화제 남우주연상, 2018년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김인중(회화59-63) 파리 도미니크 수도회 사제
 
가슴에 파고든 ‘진리는 나의 빛’ 영원히 남도록 하느님께 감사
 


소감
우리가 달고 다니던 모교 배지 ‘Veritas Lux Mea’. 이 말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 파리대학에서 강의할 때 저와 똑같은 옷을 입고 한 말이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일생은 진리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진리는 바로 하느님 자신입니다. 그 강의가 하도 훌륭했기에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루이 9세가 깔판을 들고 와서 학생들과 함께 앉아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 두 분은 성인 품위에 올랐습니다. 저는 이 두 분과 같은 수도회 회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그분 뒤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서 세상에 빛을 전하느냐 하는 데에 사명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야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9회 말에 파란만장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광명의 배트를 들고 세상을 어지럽히기 위해 악마가 던지는 갖은 공을 쳐서, 코로나의 오염과 전쟁으로 일어난 먹구름을 뚫고 파란 하늘로 날아가 영원하신 하느님의 발아래 떨어뜨리고 싶습니다. 
천국은 죽어서 간다고 하지만, 저는 지금 하느님의 현현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달고 다니던 배지가 달렸던 그 자리에 ‘진리는 나의 빛’ 이 말이 파고들어 영원히 남도록 하느님께 감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적
동양화의 선과 서양화의 추상화 기법을 접목한 특유의 스테인드글라스 공법으로 60여 년간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200여 회의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프랑스 혁명 이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작품을 걸었다. 스위스 일간지 ‘르 마땡(Le Matin)’이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에 선정했다.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훈 훈장을 받았고, 2016년 동양인으로선 처음으로 프랑스 가톨릭 아카데미 회원에 추대됐다. 파리 ‘김인중 미술관’ 전시회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조선일보 미술관 초대전 수익금 전액을 국제 구호기구 기아대책에 기부했다. ‘희망의 빛 김인중 기금’을 설립해 장애아 미술·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박용호(수의학74-78) 모교 수의대 명예교수
 
‘낮은 곳에서 조용히 큰일 도모하라’ 실천하며 살겠다 
 


소감
저희 아버님은 의대 동문이십니다. 장인어른은 공대 토목공학과 동문이십니다. 동생 박성호 대표는 국제경제학과 동문이고, 외숙부는 모교 치대 학장을 역임하신 바 있는 이영옥 교수이십니다. 저희 형님 박창호 교수는 공대 토목공학과에서 재직하셨습니다. 오늘 이 귀중한 상은 저의 동문 가족을 대표해서 제가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좀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공직생활 20년, 교수 생활 20년. 최근까지 차관급의 1급 기관장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저희 집안 모든 서울대인의 모토는 ‘낮은 곳에서 조용히 큰일을 도모하라’. 그리고 ‘for the next generation’ 즉, 다음 세대를 위해서 입니다. 오늘 부족한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주신 총동창회 회장님과 서울대 총장님, 김인규 위원장님을 비롯한 관악대상 운영위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고 싶습니다. 많이 미흡한 저를 믿어주고 여기까지 이끌어준 제 아내 변애경씨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귀한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추자도에 낚시하러 가는 것도 포기하고 온 동생 박현섭 사장과 아내인 최다흰씨와도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공적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일본산 축수산물에 선제적 방사능 기준을 도입, 검사를 강화하여 우리 국민의 밥상을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데 기여했다. 국가 재난형 가축 질병 방역대책으로 국경 검역 시스템을 고도화시키고, 국내 식품 안전 및 주요 인수공통감염병 사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 석·박사 30여 명 배출, SCI 논문 116편 발표, 특허출원 29건 등 국내 수의학 발전에 헌신했으며 선한 인재 장학금, 수의대 박용호 장학금, 스코필드 장학회 기금 등으로 모교에 2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출연했다. 2009년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상, 2013년 자랑스러운 수의대인상, 2020년 대한민국 근정포장 등을 받았다. 




이미경(가정관리77-81) CJ그룹 부회장
 
비주류에서 주류된 한국,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 할 것


소감
수상 소식을 듣고 저의 20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던 저는 학부 졸업 후 하버드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저는 서울대 졸업생이란 타이틀은 커녕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여학생일 뿐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미국, 아니 전 세계에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고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모두는 한국 문화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시간을 지켜봤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가수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그 감독과 배우들이 글로벌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고 있습니다. 과거 비주류로 여겨졌던 작은 나라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이제 주류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많습니다. 전 세계가 한국 문화를 통해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저의 미션이자 꿈입니다. 그 길엔 저뿐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애쓰시는 선후배님이 계시기에, 다음 세대들이 저희에게 영감을 얻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후배들이 세계에서 활약함은 물론 세계의 인재들이 서울대로 모이길 기대합니다.  정리=나경태 기자
 
공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한국 영화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1994년 드림웍스에 3000억원을 투자, 아시아 배급권을 확보했고 이후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국내 최고의 문화 사업가로 발돋움 했다. 2012년 K팝 콘서트 KCON을 기획해 미국, 일본, 방콕 등 세계 각지에서 개최해 왔으며, 한국 주최 글로벌 시상식 MAMA의 기획을 주도하는 등 한류 열풍의 선봉에서 활약했다. 2007년 한국능률협회 한국의 경영자상을 받았고 2012년, 2014년 포브스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2020년 할리우드 리포터 올해의 국제 프로듀서에 선정됐다. 2009년 생활대 자랑스러운 동문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