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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2018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나의 취미 생활: 검도는 평생 운동…60대에 공인 4단 땄습니다

이상규 검도동문회 회장


검도는 평생 운동…60대에 공인 4단 땄습니다
이상규(영문65-69) 검도동문회 회장




검도의 장점으로 흔히 ‘정신 수양과 신체 단련’을 말한다. 내가 덧붙여 생각하는 검도의 장점은 평생 동안,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이어져온 나와 검도의 인연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죽도를 처음 잡은 것은 고교 1학년 때다. 작은 체구에 남에게 지기 싫어서 할 만한 운동을 찾던 중 운 좋게도 경찰대학 교관이자 검도 8단인 외삼촌께 배울 기회가 생겼다. 고3 때 초단을 따고 서울대에 들어와 운동을 계속해서 졸업 전에 3단을 땄다. 1학년이던 1965년 서울대 검도부가 광주 전국체전 대학부 우승을 하는 기쁨도 누렸다. 이를 빌미로 변변한 도장이 없었던 시기에 검도부장을 맡아 학생처를 찾아다니면서 교내에 도장을 마련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바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오랜 동안 검도와 멀어졌다. 임원이 된 후 여유가 생긴 어느 날 검도를 다시 시작하려던 때 갑자기 위암 선고를 받았다. ‘검도는 못 하겠구나’ 싶어 모처럼 장만한 호구도 아쉽지만 후배들에게 넘겨줬다. 그런데 40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즈음 후배들이 찾아와 검도와 나를 다시 이어줬다. 후배들의 부탁으로 퇴직 후 고교와 대학 검도동문회장을 맡았고, 2년여 훈련에 몰두해 공인 4단을 딴 것이었다.

나이 들어 재개한 운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느날 훈련 중에 상대에 밀려 넘어졌다.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마라톤에 나서는 바람에 다친 아킬레스건이 크게 손상됐다. ‘이제 검도는 정말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2년여에 걸친 치료 끝에 다 나아서 작년 말부터 도장에 다시 나가고 있다. 이제는 실력을 늘린다기보다 꾸준히 도장에 나가 검도를 계속하는 것이 목표다. 나이 들어 시작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일본에는 80세, 90세 검객도 많다. 가까운 도장을 찾아 사범과 충분히 상담하면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24일 경기고 내의 도장에서 이 동문(오른쪽)이 대련을 하고 있다.



검도는 인내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호구를 쓸 때까지 6개월 정도는 맨손으로 칼만 들고 기본을 연습하고 몸 만들기를 해야 한다. 오랜 시간 혼자 연습하면서 ‘기검체(氣劍體) 일치’를 이뤄야 하고 공격을 당해도 물러서지 않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상대방을 노리는 ‘임전무퇴’ 정신도 필요하다. 대련 후 갖는 묵상 시간은 시합의 아쉬움을 털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무념무상의 시간이다.

요즘도 1주일에 한 번씩 집과 가까운 고교 도장에 들러 검도를 한다. 까마득한 후배와 대련하다 보면 50년 선후배가 함께할 수 있는 검도의 매력이 몸에 와 닿는다. 검을 잡지 않을 때는 대신 펜을 잡고 내 생활의 다른 한 쪽인 수필을 써서 전문지나 동창회보 등에 기고하기도 한다. 검과 펜을 번갈아 잡으며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

*이 동문과 인터뷰한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