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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2018년 4월] 문화 나의 취미

나의 취미 생활: 피아노 치는 이성우 동아대 로스쿨 교수

“클래식, 악보 알고 들으면 더 잘 들려요”

지난 2월 법대동창회 신년회. 축하공연으로 이성우(법학80-84) 동문이 쇼팽의 피아노곡 ‘혁명’을 연주했다. ‘피아노 치는 법학자’의 모습이 인상깊어 이후 인터뷰를 청했다. 우문일 법한 질문에도 이 동문은 클래식 애호가로서 깊은 공력이 느껴지는 답변을 줬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듣다가 습관화됐다. 어려서부터 들으면 좋아할 수도, 반대로 지겨워할 수도 있는데 나의 경우 클래식음악을 들으면 다른 분야 음악을 들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지.
“지휘자와 연주자별로 음반을 수집한다. 다양성을 싫어해서 맘에 드는 지휘자와 연주자 음반만 연도별로 구입하곤 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맘에 드는 지휘자와 연주자를 가려내고. 싫어하는 지휘자와 연주자 음반도 공부하기 위해서 한두 번은 듣는다.”


-선호하는 연주와 그 기준은.
“지휘자(연주자)가 악보를 지키는가, 아닌가에 따라 위대하거나, 저질이거나로 구분한다. 후자의 음반은 사지도 듣지도 않는다. 가령 고전파 작곡가들은 악보 끝에 도돌이표를 넣곤 했다. 극찬 받는 지휘자 칼 뵘은 모차르트 교향곡을 지휘할 때도 도돌이표를 지키지 않았는데 왜 위대하다는지 모르겠다.
모차르트 곡은 한스 그라프의 지휘를 좋아한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음반이다. 베토벤 곡은 게오르그 솔티 경이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를 기준으로 그보다 느리게 연주한 음반은 안 듣는다. 로져 노링턴은 9번 합창교향곡의 2악장 도돌이표도 지켰다. 카라얀은 금관악기를 유난히 크게 연주해서 선동적이고 ‘마약’같은 매력이 넘친다. 나쁘게 말하면 악보에 충실한 지휘자는 아니다.”


-좋아하는 작곡가와 곡은.

“모차트르와 베토벤을 좋아한다. 모차르트는 교향곡 제36번 린츠, 제38번 프라하, 제39번(제목 없음), 제41번 쥬피터, 베토벤은 교향곡 아홉 개와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제4번, 제5번, 세 개의 오페라 서곡, 피아노 소나타 제30번을 즐겨 듣는다.”


-피아노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던데.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네 곡뿐이다. 베토벤의 비창소나타와 월광소나타,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혁명(Etude Op.10 No.12)’과 아르페지오 연습곡 ‘대양(Etude Op. 25 No.12)’. 악보에 적힌 메트로놈 빠르기로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게 소원이다. 쇼팽 곡은 그런대로 할 만한데 베토벤 곡으로 그러기란 내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더라. 쇼팽은 ‘연주자를 배려한 사람’이고 베토벤은 ‘연주자를 괴롭힌 인간’이라 그런지.”


-왜 클래식음악은 어렵게 느껴질까.
“클래식음악은 보수반동세력의 사치생활을 위해 태어났다. 종교음악에서 기원을 찾기도 하지만 교회음악가를 부리던 고위성직자 또한 대표적인 보수반동세력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자신을 남과 차별화하려고 교양, 학식, 품격 등을 따지게 마련이다. 이러니 보수반동세력의 사치품인 클래식음악도 천박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어렵게 작곡해야 했겠지. 그래서 대위법, 소나타형식이 만들어졌다.”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하려면.
“악보 읽는 법을 배워보기를 권한다. 음악을 들을 때 악보를 놓고 듣는 습관을 들이면 곡의 구성뿐 아니라 지휘자, 연주자의 개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


-기대되는 클래식계 이벤트는.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던 2006년에는 잘츠부르크에 못 갔지만 2020년에는 본에 가 볼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