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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2017년 11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우리 대학이 아니어도 좋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본지 논설위원


우리 대학이 아니어도 좋다



김진국(정치78-85) 중앙일보 대기자·본지 논설위원



타 대학 출신들이 서울대 동문을 어떻게 생각할까? ‘밥맛없는 놈’은 아닐까? 언젠가 대학신문에서 학부생 의식 조사를 했더니 동료들이 ‘이해타산적’이라고 평가했다. 똑똑하지만 이기적이고, 자존심이 너무 강한 이미지다.


동문 선배들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시험 한번 잘 치러 평생 우려먹는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럴수록 몸을 더 낮추고, 다른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연말 각종 대학 평가가 쏟아진다. 평가한 사람들은 서울대가 별로 협조적이지 않다고 한다. ‘뭐라 해도 우리가 최고’라는 자존심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평가라면 다르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THE의 순위는 2014년 44위에서 50위→85위→74위로 뒷걸음질했다. QS 아시아대학랭킹도 2012~14년 4위에서 8위→10위→11위로 계속 떨어졌다. 연구 실적이나 논문 피인용 횟수 등은 우수하다. 질보다 양을 따진다는 불만이 없는 건 아니나 교수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어디서나 지적되는 문제가 국제화다. 외국인 교원과 학생 비율, 외국 대학과의 교환학생 수 등을 말한다. THE조사에서는 다른 분야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34.1점에서 32.4점으로 더 떨어졌다. 여기에 목맬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교가처럼 ‘겨레의 보람’이 되려면 달라져야 한다. 밖에서는 경쟁하지 못하면서 안에서만 최고라고 우쭐대는 건 우스운 일이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노정혜 위원장은 교수신문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비유를 했다. “동일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로만 이뤄져 있으면 그 생물은 환경적 역조건에서 몰살할 위험이 있다. 인간 사회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될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꼭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집단사고를 하면 발전이 없다.


‘서울대 다양성보고서’를 보면 이런 지적이 실감난다. 전임 교원 2,114명 가운데 외국인은 5.2%(110명)에 불과하다. 타교 학부 출신은 18.6%, 여성은 15%다. 자연대(20명), 공대(18명), 인문대(16명)를 제외하면 외국인 교수가 1∼2명에 불과하다. 여성이나 타 대학 출신도 일부 특수 학과를 제외하면 인색하다. ‘서울대는 배타적’이라는 말이 나오게 돼 있다.


‘우리’ 대학이 아니어도 좋다. 이 나라에서, 아시아에서, 세계에서 우수한 대학이 된다면 말이다. 그래야 더 많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