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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2017년 10월] 인터뷰 신임 동창회장 인터뷰

“잔디 숭배자·칼장수…별명 만드니 웃음 넘쳐”

이석준 홍콩동창회장


“잔디 숭배자·칼장수…별명 만드니 웃음 넘쳐”




이석준(경제85-89) 홍콩동창회장

클리포드챈스 파트너 변호사




장학금 8100만원 모금
매월 다양한 행사로 친목


지난 8월 홍콩동창회(회장 이석준) 소식지를 PDF파일로 받아 읽고 깜짝 놀랐다. 신년회 때 이미 동창회 1년 행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을 뿐 아니라 ‘재미있는 동창회, 유익한 동창회, 뿌듯한 동창회’라는 운영 비전을 실현하는 데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홍콩동창회는 자선 경매와 다이어트 이벤트 행사를 통해 모교 발전기금 8,100만원을 조성, 성낙인 총장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0일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발군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이석준(경제85-89) 홍콩동창회 회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우리 동창회의 기획력은 한두 사람의 독단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14명의 회장단이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 반응을 주고받으면서 발전시킨 결과물이죠. 친목을 중심으로 한 기존 모임을 유지하되 뭔가 얻어갈 수 있고 뿌듯함도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재미있는 동창회’ 실현을 위해 3월 신년회, 5월 정크보트 트립, 10월 바비큐 파티를 구성했으며 ‘유익한 동창회’ 실현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을 강연자로 초청, 4월엔 홍콩 부동산 시장 동향, 6월엔 글로벌 경제 전망과 관련한 견문을 넓혔다. 11월엔 피아니스트 이진상의 교양강좌, 12월엔 연사 초청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그밖에 등산·골프·미식탐방·레이싱·낚시·테니스 등 소모임을 만들어 동문들의 취미생활을 장려하는데, 각각의 소모임을 진행하는 모임장의 닉네임부터 남다르다. ‘최고등산광’·‘잔디 숭배자’·‘맛집앤젤스’·‘공식과속왕’·‘손맛중독자’·‘초야의 칼장수’ 등 개성이 넘쳐 가입하고 처음 참석하는 동문들이 느낄 수 있는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우리 동창회에서 각 회원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불릴지는 스스로 정합니다. 회장, 총무 외엔 따로 정해진 직위도 없어요. 처음엔 부회장, 동문골프회장 등 기존의 직위 명칭을 쓰다가 자유롭게 직함을 정하게 하자 경쟁적으로 재미있는 이름을 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소모임을 만들거나 행사를 기획한 회원에게 준비·실행의 최종결정권을 부여하고 동창회는 홍보와 요청 받은 지원만 합니다. 회장인 저도 의견을 제시할 뿐이죠. 회원들의 자율성은 최대한 높이고, 관료적 승인은 최소화했습니다.”


홍콩동창회에는 200여 명의 회원들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인연이 없는 젊은 동문들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바로잡고자 A~S조까지 10명 내외의 19개조를 구성해 각 조에 고학번, 저학번, 출신단과대학을 혼합해 놨다. 00학번 이후 젊은 동문들이 조장을 맡아 단체 카톡방을 운영하고 모임 일정·회비납부 등 동창회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이 회장의 말을 빌리면 “아는 사람이 없어 모임에 나가기 뻘쭘한 상황”을 예방하고자 한 것. 나아가 연령과 단대의 경계를 넘어 서로 친해지고 함께 동창회에 참석하도록 유도하는 뜻도 있다.


“저희 동창회에는 금융·법률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많지만 본업 이외에 다양한 관심과 재주를 가진 회원들도 많습니다. 민미란(의류81-85) 동문은 프랑스 요리에, 윤상휘(기계항공공학96-03) 동문은 카레이싱에, 임다사롬(경영01-05) 동문은 미술에 각각 조예가 깊어 자신의 재능을 지난 자선경매 때 기부하기도 했죠. 동문들의 잠재된 끼와 재주를 동문회라는 마당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석준 회장은 모교 졸업 후 한국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 기업금융국을 거쳐 국제로펌 클리포드챈스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IPO와 증권 및 채권의 발행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한다. 대학원 89학번 강신덕 동문과 결혼해 슬하에 딸을 뒀으며, 2005년 5월 홍콩에 거주하기 시작해 올해로 12년째 되고 있다. 요즘엔 해외 출장을 갔다가 홍콩공항에 내리면 ‘집에 왔구나’하는 느낌이 든다고. 잔디 위를 걸으며 공치기를 하는 것이 취미인 이 회장은 동창회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가해 3개월 동안 8.2kg 감량에 성공,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동창회장이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