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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2017년 8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내우외환’ 모교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이선민 조선일보 선임기자·본지 논설위원
관악춘추

‘내우외환’ 모교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이선민(국사80-84) 조선일보 선임기자, 본지 논설위원



요즘 모교의 상황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할 것이다. 일부 학생이 시작한 학내 갈등이 한 해 가까이 계속되는 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대 폐지론’ 유령이 다시 살아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지난해 가을 시흥캠퍼스 건설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로 시작된 분규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학교 당국과 총학생회가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가 했지만 바로 다음날 총학생회와 외부 단체들로 구성된 ‘공동대책회의’라는 모임이 교육부 장관 면담과 개입을 요청했다. 이어 20일 학교 징계위원회가 대학본부를 점거했던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8명, 유기 정학 4명의 징계 처분을 내리자 일부 학생이 반발했다.

학교 밖에서는 새 정부가 내건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과 ‘국립대 통합 네크워크 구축’이 노무현 정부 때 대두됐던 ‘서울대 폐지론’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에서 서울대를 뺐다. 하지만 추후 논의 과정에서 서울대를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다시 대두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모교의 학내 사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전전임 이장무 총장 때 시작돼 10년 가까이 계획돼 온 시흥캠퍼스 조성이 일부 학생이 반대한다고 벽에 부딪친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 행정의 총책임자인 총장이 학내 사태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했는데 학생 대표는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학장단을 감금하며 교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민중연합당 등 외부 단체들은 무슨 자격으로 끼어들었으며 서울대의 발전과 백년대계에 관심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은 모교가 방어적으로 대처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를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이 문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립대의 맏형으로서 어려운 여건에 놓여있는 거점 국립대들의 발전을 앞장서 지원한다는 전향적인 발상이 필요할 것 같다.

안팎으로 흔들리는 모교가 올바른 항로를 잡으려면 강력하면서도 지혜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임기를 1년 남긴 성낙인 총장과 다음 총장이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