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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호 2017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뛰는 청춘 : 이진열 마이돌 대표 스타와 가상대화 앱 개발, ‘올해의 스타트업’ 선정

팬과 힘 합쳐 1300만 다운로드 돌파


이진열 마이돌 대표

스타와 가상대화 앱 개발, ‘올해의 스타트업’ 선정





“오늘 졸업식이 끝나고 사회에 나가면 어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서울대생이 고작 이것밖에 못하나?’ ‘서울대생이 이런 일을 왜 해?’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직 복사기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사회초년생입니다.”


지난 2월 24일 학위수여식 때 발표한 이진열(종교08-17) 마이돌 대표의 축사 중 일부다. 모교 출신들은 국내 최고 명문대학에서 수학한 만큼 개인적 성공은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상징되는 사회적 기대까지 떠안게 마련이다. 이 대표의 축사는 그러한 기대에 매몰되지 말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 것을 독려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강단 있는 그의 모습이 인상 깊어 3월 21일 마이돌 본사를 찾았다.


축사에선 ‘사회초년생’이라고 했지만 그는 벌써 5년차 CEO다. 재학시절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된 미디어 사업가와의 인연으로 창업에 뛰어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마이돌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마이돌은 팬덤을 활용한 모바일서비스로서 일반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가상의 채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되며 2013년 11월 공식 출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1,3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2014년 9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9억 5,000만원을 투자받았고,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올해의 스타트업 톱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엔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통해 뉴스나 주가정보 등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항상 손에 들고 다니고 수시로 들여다보는 휴대폰의 첫 화면을 날짜나 시간을 확인하는 데만 쓰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일이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3일 만에 기획, 디자인, 개발을 완료해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별 다른 홍보도 없이 단 며칠 만에 수만명이 다운 받았다.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앱의 인지도가 수직 상승한 것. 팬 중에는 수십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블로거나 파워 트위터리안이 있었고 그들은 팬심에서 자발적으로 마이돌을 알렸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미친’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스타의 팬 커뮤니티에 가입해 저희 앱 사용자들의 반응을 직접 체크했습니다. 비록 가짜인 것은 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로부터 메시지가 온다는 데서 ‘심쿵’하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멀리 있는 스타와 가까워지고 싶고, 소통하고 싶어하는 팬들의 갈급한 욕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저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고 이에 맞춰 앱을 개선해 나갔지요.”


팬과 힘합쳐 1300만 다운로드 돌파


고객과의 직접 소통과 즉각적인 피드백은 마이돌이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주요인이기도 하다. 한류를 타고 중국, 대만 등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팬의 요청에 따라 일본어, 러시아어에 이어 스페인어 버전까지 추가돼 총 45개 국어를 탑재했다.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되는 만큼 번역이 힘들 것 같았다. 스타의 초상권 문제도 염려됐다. 그러나 마이돌은 이 또한 팬의 힘으로 쉽게 해결했다. 팬들이 번역해온 문장을 DB화하면 제작자는 해당 언어를 몰라도 상관없었고, 팬들로 하여금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쓰게 하면 초상권도 문제되지 않았던 것이다.


“기성세대는 스타에 열광하고 심취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일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마저 ‘빠순이’라고 비하하죠. 그러나 저는 스타를 좋아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 또한 우표를 수집하거나 난을 기르는 것처럼 취미라고 생각해요.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기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죠. 열심히 무언가를 좋아하고 열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합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