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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2022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맛있고 몸에 좋은 식물성 닭고기로 ‘치맥’ 어떠세요”

안현석 위미트 대표

“맛있고 몸에 좋은 식물성 닭고기로 ‘치맥’ 어떠세요”



안현석 (생명과학05-13)
위미트 대표





새송이버섯으로 만든 대체육
고기 맛·질감 살려 소비자 호평


고기란 무엇인가. 푸드테크 스타트업 위미트가 만든 ‘식물성 대체육 치킨’을 처음 맛본 후 기자가 했던 생각이다. 인터뷰 전 먹어보고 싶어 주문한 제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새송이버섯이 주재료라는데 고소한 고기 맛이 났고, 쫄깃한 씹는 감도 제법 느껴졌다. ‘고기 없이 고기 먹은 기분’이라니, 사뭇 신기했다.

8월 8일 강동구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만난 안현석 위미트 대표 또한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하면서 “고기의 본질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다”고 했다. ‘제품을 사 먹어봤다’고 하자 그의 얼굴에 일순 긴장한 빛이 돌았다. 지난해 회사를 창립하고 수없는 테스트를 거쳐 개발한 식물성 프라이드 치킨·깐풍기·꿔바로우 등을 시장에 선보인 지 1년째. ‘기존의 식물성 고기보다 맛있다’는 평을 들으며 점차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잘 먹었다는 말에 스르르 풀리는 표정에서 평가 하나하나에 마음 졸인 시간이 보였다.

“우리는 육류의 근육 조직과 그것을 조리한 제품을 고기라고 얘기합니다.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 씹었을 때 감칠맛, 지방에서 오는 느낌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고기라고 인식하죠. 꼭 육류의 근육 조직에서 고기를 얻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경험을 다른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고기를 경험하게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자신이 생각한 고기의 본질인 맛과 식감을 재료와 기술로 구현했다. 국산 새송이버섯을 주재료로 병아리콩, 밀단백 등을 섞어 덩어리 형태의 닭고기 ‘정육’을 만든다. “대체육의 시초는 콩고기지만, 콩이 아닌 것에서 시작해보고 싶었어요. 버섯은 데쳤을 때 은은한 향이 고기와 비슷하고, 영양 면에서도 좋았어요. 콩고기의 맛없고 퍽퍽한 느낌, 특유의 향과 미끌거리는 질감도 버섯으로 만드니 크게 개선됐고요.”

많은 대체육이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 같은 분쇄가공육 형태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대체육으로 정육을 만든다는 것은 꽤 모험이다. 그것도 모자라 ‘국민 음식’ 치킨에 도전장이라니, ‘너무 힘든 길을 택한 것 아니냐’는 말에 그가 웃음지었다. “맛은 있어도 식감이 없으면 ‘동그랑땡’ 같아지거든요. 고기의 식감은 근섬유 다발이 뭉친 근조직에서 오는데, 원료를 근섬유 다발처럼 일렬로 배열해서 치밀한 조직감을 얻을 수 있었죠.”

직접 개발해 특허까지 얻은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로 기존 대체육의 푸석푸석함을 잡았다.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물과 혼합한 후 가열, 압축해 냉각시키는 기술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제품을 만들어보던 초기, 거대한 압출기를 구비할 여력이 없어 오히려 독특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창업 1개월 만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선보인 제품이 1000여 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3개월 만에 민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농식품 우수 기술 기업을 뽑는 농림부 ‘A벤처스’에도 선정됐다.



안 동문이 개발한 식물성 닭고기로 만든 프라이드 치킨, 꿔바로우 제품 등을 판매 중이다. (사진=위미트 홈페이지)



그는 종종 “사람들은 닭고기가 아닌 ‘치맥’을 먹고 싶은 것”이라고 말한다. 식물성 고기로 치킨을 만드는 데는 육식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 ‘치맥’처럼 고기가 주는 문화 경험을 향유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편의상 ‘대체육’으로 표현하지만, 고기를 따라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새로운 고기의 카테고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미 몇몇 맥줏집과 카페에서 위미트 제품으로 만든 요리를 내놓고 있다.

과학고를 나와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그는 한때 경영대 진학을 고민했을 만큼 비즈니스에 관심이 컸다. 사업가인 아버지의 영향이다. 자연대만큼 경영대를 드나들고, 교환학생도 싱가포르경영대로 다녀왔다.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내 콘텐츠로,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져 미국의 디자인 명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 진학했다. 학비 문제로 한 학기를 남기고 귀국했지만, 그 김에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하다가 채식을 시작했어요. 미국에선 선택의 폭이 넓었는데, 한국에 오니 고기가 안 들어간 외식 메뉴가 없어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기 불편하더라고요. 고기는 아니되 고기 같은 형태의 식물성 음식이 있으면 같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집 부엌에서, 나중엔 공유 주방을 빌려 이것저것 만들어보기 시작했죠. 한창 개발할 땐 세 끼를 제가 만든 고기만 먹었어요(웃음). 이과라서, 또 디자인 공부하면서 실험에 익숙한 덕분에 제품도 지치지 않고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채식주의자만 식물성 고기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육류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염려해 환경보호에 뜻을 둔 이들,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도 식물성 대체육 소비자로 합류하고 있다. 위미트의 프라이드 치킨 100g 기준으로 단백질은 일일 권장 섭취량의 39%로 닭가슴살과 비슷하고, 식이섬유는 권장 섭취량의 50%다. 포화지방은 일반 치킨의 절반 수준. ‘고기 먹은 후 더부룩함이 없어 좋다’는 호평이 많다. “육류 섭취가 늘면서 성인병이나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이 많아지는 추세죠. 고기 섭취가 제한된 분들, 건강한 먹거리를 주고픈 아이들에게 콜레스테롤 없는 저희 제품은 나쁘지 않은 대안이 될 거예요.”

위미트 제품은 자체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다. 작은 공장을 마련했고, 양념하거나 튀기지 않은 원육 제품도 연내 출시한다. 고기 그 자체로 자신 있다는 뜻이다.

‘K-치킨’의 열풍에 힘입어 해외 시장 진출 계획도 세웠다. 글로벌 대체육 기업과 경쟁해야 하지만 “맛으로는 우리 제품이 우위더라”고 자부한다. 걱정이 있다면, 구인난이다. “마케팅과 제품 개발 인재를 모시고 있는데 찾기 어렵다”며 동문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미래엔 대체육처럼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과 식재료의 종류가 확장될 겁니다. 우리 제품도 더 좋아져야죠. 식감과 풍미 등에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보고 계속 발전시키고 있어요. 고기보다 맛있고, 고기 없이도 색다른 미식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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