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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호 2022년 2월] 기고 에세이

참관기: 대학 스타트업, CES에서 길을 찾다

신현우 모교 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CES 참관기
동문기고 

대학 스타트업, CES에서 길을 찾다


신현우 
의학00-04
모교 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아워랩 대표 

 
지난 1월, 아워랩은 모교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CES 2022 유레카 관에 다른 9개 서울대 관련 기업들과 함께 참가했다.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 속에 개최됐음에도 수많은 관람객과 기자, 의료진, 기업 관계자가 아워랩 부스에만 500명 이상 다녀갔다. 

2018년 모교 교내 연구실 벤처로 시작한 아워랩(OUaR LaB, Inc)은 빅데이터 기반 수면 AI기술 기업이다. 이비인후과, 치과, 재활의학과, 전자공학, 기계공학을 전공한 연구진이 협업해서 수면 분야 기술의 혁신을 이뤄가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면다원검사 빅데이터를 직접 표준화하고, 이미지 기반으로 만들어낸 경험을 가졌다. 이러한 수면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수면 의료는 물론 수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CES에 참여한 아워랩은 수면자세 감응형 하악전진장치인 ‘옥슬립(Oxleep)’을 전시해서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하악전진장치는 아랫턱을 앞으로 이동시켜 수면 중 기도를 넓혀주는 구강 내 장치로, 코골이-무호흡증 치료에 사용된다. 하지만 턱을 당기는 치료원리 때문에 장기간 사용시 턱관절 통증 등 불편감이 걸림돌이었다. 우리가 개발한 옥슬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호흡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세에선 아랫턱을 내밀어 주고, 무호흡이 호전되는 자세에선 원래 위치로 회복시켜주어 휴식을 제공해준 최초의 구동형 하악전진장치다. 아랫턱의 전진거리와 사용기록 등을 저장하고, 분석해서 제공해주는 웹 기반 프로그램(www.oxleep.com)도 함께 선보였다. 현장에서 “기존 하악전진장치의 단점을 잘 보완할 것 같다”던 미국 치과의사 참가자들, “미국 FDA 승인 후 연락 달라”던 해외 바이어의 말은 고무적이었다. 박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님도 “미국 시장 진출시 적극 지원하겠다”고 격려해주셨다. 


왼쪽부터 CES 2022 모교 부스 앞에 선 아워랩 신현우 대표, 기업부설연구소장 윤원혁(기계공학10-16) 동문, 홍보 담당 김세준씨. 
 

돌이켜보면 이번 CES 2022 참가의 시작과 끝은 초조함 그 자체였다. 오미크론 폭증과 맞물린 박람회 기간은 항공기 탑승 직전까지 많은 참가 예정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나와 아워랩 식구들 역시 ‘과연 이 와중에 가도 될까’ 하는 걱정과 탑승에 필요한 PCR 음성 결과를 기다리는 다소 상반된 마음으로 출국 직전까지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귀국행 항공기를 무사히 탑승하기 위해 박람회 기간 내내 마스크를 엄격히 착용하고, 식사도 포장하거나 실외에서 먹는 등 코로나 감염 없이 무사 귀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CES 행사에 대한 기대와 난생 처음 CES에 참가하는 설렘으로 가득차 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귀국 이후까지 많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제품의 참신함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봤고, 세계 유수 대학들의 참여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스위스 테크’ 관에선 개별 업체 부스는 소형화하고 코너에는 스테이지를 만들었는데, 대형 스크린으로 스위스 현지와 연결해 미처 못 온 기업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CES는 무한 기술 경쟁 속에서 대학과 교내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야 할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아워랩은 수면 생체 신호 처리 및 분석 측면에서 강점인 도메인 지식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다양한 수면 분야 의료기기 및 가전기기에 접목시켜 나갈 예정이다. 다음에는 팬데믹이 해결되어 좀 더 심적으로 여유로운 CES 참여를 희망해 본다.


▷아워랩 홈페이지: http://ouar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