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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2021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장미 좋아한 고인 장례식, 왜 흰 국화 놓아야 하나요”  

장례스타트업 ‘고이’ 대표 송슬옹 
 
 
“장미 좋아한 고인 장례식, 왜 흰 국화 놓아야 하나요”  
 
장례스타트업 ‘고이’ 대표 송슬옹 




재학중 장례지도사 자격 취득
상조·식장·장지 원스톱서비스 


모든 죽음은 갑작스럽고, 상례는 늘 황망하다. 상 치러보기 전엔 모른다. 슬픔에 앞서 휘몰아치는 선택과 결정의 막막함을. 젓가락 하나까지 다 돈인데 싼지, 비싼지도 모르겠고, ‘섭섭하지 않게’란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마음을.
 
지난 6월 송슬옹(경제13-21) 동문이 설립한 장례 서비스 스타트업 ‘고이’는 “상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기존 장례업계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고이는 장례 준비부터 사후 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임을 내세운다. 카카오벤처스에서 4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11월 1일 신림동 서울대캠퍼스타운에서 만난 송 동문은 CEO와 장례지도사 직함이 나란히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올해 8월 졸업한 그는 재학 중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부터 땄다. “소위 ‘요즘스럽게’ 일하지 않는 것이 현 장례업계의 문제”라고 했다. 

“국내 상조 비즈니스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장례업계는 너무 오프라인 중심이고 노동 집약적입니다. 선불제 상조업체의 60%가 오프라인 영업조직에 의존해요. 장례지도사는 수시로 변하는 장례정보 습득과 상담, 현장 서비스, 사후관리까지 할 일이 많은데 장례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하지 못 해서 같은 회사 장례지도사라도 알고 있는 게 다르고요. 어떤 장례지도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장례식이 달라진다는 게 그 때문이죠. 이래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봤습니다.” 

고이는 “장례지도사는 현장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고이가 개발한 서비스로 해결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상중에 알음알음 수소문하던 상조와 장례식장, 장지를 하나로 묶어 장례 플랫폼을 자처했다. 옵션별 가격과 장단점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큐레이션도 제공한다. “장례식이 끝나면 사망 신고, 유산 상속, 보험과 휴대폰 해지까지 유족이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사후 행정·법률 서비스도 고이가 지원하려고 하죠.”  

아직 개발 중이라며 휴대폰으로 보여준 견적 서비스는 웹페이지 하나에서 장례 용품과 장례식장, 장지까지 선택하고 견적을 낼 수 있었다. 상주는 이 모든 서비스에 대해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송 동문은 어린 시절부터 “어깨 너머로 장례식을 볼 일이 많았다”고 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따라 일주일에 두세 번씩 근조 화환과 제단 꽃 배달에 따라다녔다. 그의 부모님이 먼저 장례지도사 활동을 시작했다. “가격이 저렴한 후불제 상조 회사들은 장례지도사들의 현장 영업으로 매출을 올린다”며 “직접 일해 보니 아무리 바른 마인드를 가진 장례지도사도 생계를 위해 물건을 팔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고이가 고치고 싶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했다. 
 
아직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는데도 한 달에 두어 건은 장례 일이 들어온다. 얼마 전에도 송 동문이 직접 장례지도사로 나섰다. 그는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슬프고 눈물 나지만, 그  슬픔이 남겨진 가족을 위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원동력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우연히 맞은 첫 고객은 특히 잊을 수 없다.  

“자격증을 따고 바로 창업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몇 년은 대학병원이나 상조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장 경험을 쌓고 나중에 어떻게든 활용하자는 생각이었죠. 그 무렵 포털 사이트 지식인에서 장례 관련 질문에 답변을 달곤 했는데 한 분이 아버님의 장례를 맡기고 싶다며 연락을 주시는 겁니다. 전화하는 업체마다 사무적이고 계산적인 태도에 지쳐 있었는데, 유일하게 궁금한 걸 대답해 줬다면서요.”

고이는 TV광고나 보험판매 식 영업을 지양하고 잘 만든 콘텐츠와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 기업, 단체와 제휴하는 B2B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개인 맞춤형 장례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꿈도 꾼다. “모두 다른 삶을 살았는데 왜 장례식은 똑같을까. 고인이 장미꽃을 좋아했을 수도 있는데, 왜 다 하얀 국화일까” 싶던 어릴 적 의문에서 비롯됐다. 고이는 가족장과 무빈소 장례 같은 새로운 장례 형태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완벽히 개인화된 장례식은 “아직 시기상조 같다”고 했다. 

“40대, 50대 인터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간단하게 하고 싶다’, ‘좋은 건 알지만, 내 가족에겐 못 하겠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대학 마지막 학기에 ‘죽음과 상실에 관한 이론과 실천(Grief and Loss, Human Life)’이라는 사회복지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이유를 알았어요. 미국에서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게 만들자는 담론이 의학계, 법조계,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와 산업에서 ‘바텀 업’으로 일어났고, 오랜 시간 동안 제도로 조금씩 정착돼온 과정을 봤죠. 우리도 의식은 변하고 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현장의 문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장례 일이 천직같다는 그는 한때 컨설턴트를 꿈꿨다. 경영대 컨설팅 동아리 ‘티움’에서 관악구 소상공인들의 컨설팅을 맡아 매출을 몇 배로 늘려놨다.  수업 F학점도 불사할 만큼 몰두했지만 그가 향한 곳은 컨설팅 회사가 아니었다. “컨설팅도 좋지만 내 것을 직접 만드는 게 재밌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제 학벌이나 경력이 아닌 역량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훨씬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스타트업이고, 실패하더라도 이 길을 가는 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고이의 팀원 12명 중엔 모교 창업 수업을 함께 듣다 의기투합한 선후배도 있다. 회사 자랑을 부탁하자 “조직문화는 ‘시리즈 B’(스타트업 안정기 투자단계) 급”이라며 웃음지었다. 이달 관악구 벤처밸리 서울대캠퍼스타운에 입주했다.

▷송슬옹 동문의 '고이' 홈페이지 : goifuneral.kr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