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호 2022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먹는 약 아닌, 디지털 치매 치료제 만듭니다”
이준영 이모코그 공동대표
“먹는 약 아닌, 디지털 치매 치료제 만듭니다”
이준영 (의학91-95)
이모코그 공동대표
오프라인 훈련 온라인화
8조원 세계 시장 정조준
“제 인생의 오랜 목표가 ‘뇌를 바꾸는 의사’입니다. 힘들 때 저 자신을 격려하는 말이죠.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로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스타트업을 설립해 디지털 치매 치료제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단행했습니다. 더 많은 환자의 뇌를 바꿀 수 있다는 포부에서 말이죠.”
이준영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노유헌 중앙대 의대 교수, 윤정혜 차의과대학 교수와 함께 지난해 1월 ‘이모코그(Emocog)’를 설립했다. 이준영 공동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감정(Emotion)과 인지(Cognition)는 우리 삶을 유지하는 기본이자 나와 세상을 잇는 끈. 건강한 개인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사명에 담겼다. 6월 2일 보라매병원 11층 연구실에서 이준영 동문을 만났다.
“이모코그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먹는 약을 만드는 것도, 그 자체로 어떤 장치를 만드는 것도 아니지만, 의료 행위의 상당 부분이 전산화되면서 의료용 소프트웨어가 디지털 치료제로 불리고 있죠. 내년 국내외 임상을 목표로 ‘코그테라’를 개발 중입니다. 동일 연령에 비해 인지 기능은 떨어져 있으나 일상생활의 독립성은 유지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치매에 걸리지 않게끔 인지훈련을 시켜줘요. 다양한 영역과 자동화된 난이도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동문은 2005년부터 보라매병원 내에 ‘메타기억교실’을 운영해왔다. 환자 6~10명당 1~2명의 치료사를 배치해 일주일에 1~2회 인지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후 기억능력 향상 효과와 뇌 신경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확인, 성과를 입증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훈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병원의 의료 환경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시공간적, 인력적 제약뿐 아니라 비용 부담도 상당했던 것.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의료 시장의 성장과 노인층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어선 것도 기회가 됐다.
“메타기억교실을 운영하면서 쌓은 인지훈련 경험과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구현했습니다. IT 기기 조작에 익숙지 않을뿐더러 인지에 장애를 겪는 고령의 사용자를 감안해 음성인식 기반의 사용법을 도입했어요. 음성인식 캐릭터 ‘로라’가 마치 개인 비서처럼 훈련 프로그램을 안내하죠. AI 기술에 기반, 치료사 없이 환자의 반응에 따라 맞춤형 인지훈련이 가능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 보험의 적용을 받아요. 의사의 처방에 기초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앱과는 다를 겁니다. 병원에서 코드를 부여받아 쓰게 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 같은데, 그것을 어떤 형태로 세팅할지 정부 당국에서 고심하고 있어요.”
이모코그는 코그테라 외에 치매 선별 프로그램 ‘코그스크린’과 다양한 종류의 치매를 평가하는 디지털 신경 심리검사 ‘코그노시스’를 개발 중이다.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활용하는 건 동일하지만, 코그스크린과 코그노시스는 병원에서 의료진이 사용하게 될 전망. 디지털 치매 치료제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8조원. 한국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세계적인 디지털 치료제 무역협회 ‘디지털 테라퓨틱스 얼라이언스(Digital Therapeutics Alliance, DTA)에 가입한 이모코그는 올해 3월 독일 지사를 설립하는 등 세계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콘텐츠팀, 디자인팀, 프로그램팀, 경영기획팀, 경영지원팀, 인허가팀 등 6개 팀으로 구성, 총 28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공동창업자 모두 의학에 종사하는데 IT 쪽 과제는 어떻게 해결했느냐는 물음에 “핵심 IT 인력 4명 중 3명이 모교 컴퓨터공학부 후배”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교 후배이자 직원인 조준상(컴퓨터공학10-18) 동문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기업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스타트업에서 더 큰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저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스톡옵션 등을 감안하면 대우도 훨씬 좋아집니다. 여기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 창업을 할 수도 있고요.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도 일하는 보람이 됐습니다.”
조카뻘 되는 후배이자 직원들과 일하지만, 상호 존칭은 기본.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는 한편 신입사원부터 창업자까지 호칭은 모두 ‘-님’으로 통일한다. 일주일에 한 번 오프라인 회의를 하고 대부분의 업무는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게 예방 아닐까. 이 동문에게 치매 예방법에 대해 물었다. “치매는 걸렸다고 바로 죽는 병은 아닙니다. 20~30년 동안 장기간 진행되는 동시에 건강 관리를 잘하면 30~50%는 예방 가능한 병이기도 하죠. 첫째,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 신경 쓰시고 둘째,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몸에 염증을 줄여 발병 확률을 낮춰주거든요. 셋째, 담배는 무조건 끊으시고 술은 주종에 상관없이 하루 한두 잔 이내로 마시는 등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넷째, 머리를 계속 쓰세요. 단 젊은 시절 떠올리며 똑같이 머리를 쓰려고 들면 외려 역효과가 나고요. 한 번에 하나씩만 하시고, 생각한 것을 말로 내뱉으며 생활하시면 좋습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