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60호 2016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無결점 서울대생’에 대한 걱정

김창균 조선일보 편집국장, 본지 논설위원



수습 또는 인턴기자 선발과정에 참여한 지가 몇 년 됐다. 면접장에 들어오는 수험생들을 이력서 인적사항과 대조해 가며 관찰한다. 자연스레 출신대학별로 수험생들을 구분지어 보는 습관이 생겼다. 필자 눈에 서울대 출신들은 두 가지 점이 도드라졌다. 우선은 흠결을 찾기 힘들다. 주어진 시간동안 완벽한 모범 답안을 읊조리고 나간다. 반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도 드물다. 면접장을 떠나는 순간 기억이 가물가물 해진다. “저 친구, 재미있는데……”라든지 반대로 “큰 사고 칠 위험한 녀석”이라는 식으로 찬반 격론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타 대학 출신들이다. “서울대 출신들은 만점(滿点)에서 감점하는 방식으로 채점하면 선전(善戰), 반대로 0점에서 득점 요인을 보태 가는 채점 방식이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서울대 출신들의 이런 특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5년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공부 안 해도 대학 가게 해주겠다”는 무책임한 약속을 내건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입학시험을 쉽게 내는 것이다. 과목별로 1등급을 받으려면 거의 만점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한두 개만 틀려도 서울대 지원이 어려워진다. 서울대에 가려면 쉬운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 내야 한다. 서울대 진입에 필요한 이런 덕목은 4년 대학생활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이 있다. A+ 학생들을 조사해 봤더니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수업 시간에 교수의 말을 농담까지 받아적고 달달 외운다. 둘째, 교수와 자신의 의견이 다를 때는 무조건 교수의 의견을 따른다.


필자는 1980년에 대입을 치렀다. 본고사가 실시된 마지막 해였다. 서울대는 340점 만점 예비고사 점수와 300점 만점 국영수 본고사를 합산해 합격생을 가렸다. 친구 두 명이 예비고사를 망쳤다. 서울대 합격선에 20점 가량 밑돌았다. 다행히 두 친구는 각각 수학과 영어의 신(神)이었다. 예비고사 실수를 본고사에서 만회하며 서울대 사회대와 법대에 각각 합격했다. 두 친구는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다. 만일 그 친구들이 요즘 세상에 태어났으면 서울대 입학은 어림도 없지 않았을까. 실수하지 않아야 합격하고, 교수님 말씀을 받아 적고 달달 외워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대학. 그런 대학이 이 나라를 이끌고 갈 엘리트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