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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호 2016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NGO ‘인폴루션 제로’ 박유현 대표

음란·폭력물 세상서 아이들 구하는 슈퍼우먼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신인류가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등 디지털 혁명 가운데 태어나,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디지털 언어와 기기를 다루는 세대. 그런 디지털 네이티브의 모습이 기성세대는 영 못미덥고 난감하다. 매일 스마트폰으로 무얼 그리 열심히 보는지, 게임에 중독되거나 카카오톡 왕따에 상처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인폴루션 제로 박유현(통계94-98) 대표 또한 어린 아들과 딸을 둔 엄마로서 고민이 컸다. 무조건 하지 마라고 말하기보다, 미래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2010NGO(비정부기구) ‘인폴루션 제로를 설립했다. ‘인폴루션’(infollution)은 음란물과 폭력 게임, 악성 댓글 등의 정보 공해(information pollution)를 뜻한다. 정보 공해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전 세계 아이들을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이 단체의 목표다. 지난 126일 싱가포르에서 활동 중인 박 동문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게 아이들이잖아요. 그보다는 내면에 절제력, 분별력 같은 힘을 심어주는 게 중요해요. 스스로 절제할 줄 알면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한 말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잘 안다면 악플도 줄어들 겁니다. 이런 메시지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려 ‘iZ HERO’라는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했어요.”


‘iZ HERO’는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 체험전시회 등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디지털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독려하는 프로젝트다. 공익성 강한 콘텐츠지만 지루하지 않고 완성도도 상업 작품만큼 높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에 있는 ‘iZ HERO Lab’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 심리, 교육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결과다. 박 동문은 우리 콘텐츠가 실제로 아이들에게 효과 있고 흥미로운지 끊임없는 검증을 거쳐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동문은 국비장학생으로 하버드대에서 생물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5년간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뉴미디어 시대가 열리고 자극적인 정보들이 범람하던 시기였다. 어느날 온라인 뉴스 사이트에서 아동성폭력 기사와 나란히 실린 음란 광고를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NGO를 설립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 난양공대 교수인 남편을 따라 싱가포르로 거점을 옮기면서 활동에 날개를 달았다.


싱가포르 정부가 디지털 환경에서의 어린이 교육과 보호에 관심이 많아서 저희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어요. 인폴루션 제로와 ‘iZ HERO Lab’은 일종의 R&D 센터, 싱크탱크로서 디지털 시민의식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정책 제안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폴루션 제로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성공을 기반 삼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간의 활동으로 박 동문은 유네스코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상과 웬휘 교육 혁신상을 수상하고 미국 아이젠하워 펠로우십 23, 세계경제포럼 영글로벌 리더’, 아쇼카펠로우십에 선정되며 사회를 변화시킬 리더로 주목받았다. 그는 자신이 영웅이 되기보다 다른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NGO 리더인 것 같다남다른 희생 정신이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사회적 에코 시스템의 한 부분을 맡는다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박 동문은 다시 한 번 디지털 시민 교육의 사명감을 확인했다

   

미래는 지식보다 소프트 스킬이 중요한 시대라고 해요. 이전까지 중요하지 않았던 공감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같은 것이 디지털 시대엔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는 거죠. 이게 바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지금 우리가 시키는 국영수 위주의 지식 교육이 과연 좋은 교육일까요. 부모로서 심도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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