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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2018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서울대 정문 제작자, 이제는 서각가랍니다

황대석 한국서각협회 강원지회장


서울대 정문 제작자, 이제는 서각가랍니다
황대석 한국서각협회 강원지회장


사진제공=이오봉(교육61-70) 전 월간조선 사진부장 




졸업, 입학을 맞아 서울대 방문객이 많아지는 3월. 많은 이들이 서울대 방문을 기념하며 정문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다.
서울대의 얼굴이 된 ‘샤’(국립 서울 대학교의 이니셜인 ㄱ ㅅ ㄷ를 형상화) 모양 정문은 전체적으로 열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진리는 나의 빛’, 정문은 그 진리를 찾기 위한 열쇠를 상징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서울대 정문은 미대, 공대, 환경대학원의 교수 9인의 공동 결과물로 최종 도안은 미대 강창균 교수에 의해 탄생했다. 이를 실제 제작한 이는 당시 철골 제작업체를 운영 중이던 황대석(건축58-65) 건축가였다. 서울대 정문에는 42.2톤의 철근이 사용되고 6개월이 소요됐다.

황대석 동문은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원청 건설사는 한국휴무관으로 기억하는데 하청을 받아 정문 제작을 맡게 됐다”며 “예산보다 비용이 초과됐지만 모교에 기부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당시 철 구조물의 연결고리는 용접을 많이 했는데, 반드시 리벳 공법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리벳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귀해서 수소문한 끝에 완도까지 내려가 전문가를 찾았죠. 예산 문제로 6㎜ 철골을 사용했지만 9㎜ 철골을 사용했다면 좀 더 튼튼한 정문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정기적인 방수페인트 공사로 부식을 막아야 할 겁니다.”

정문 제작에 42.2톤 철근 들어가
국제서각전 특선…팔순에 개인전

모교 정문을 제작하고 삼익건설, 효원건설 등 여러 업체의 CEO 등을 맡아 활동하던 황 동문은 1996년 현업에서 은퇴 후 강원도 영월로 이사와 자연을 벗 삼아 서각에 몰두하고 있다. 불교미술대전 특선, 중국 등 9개국이 참가하는 국제서각전 특선, 남북통일미술대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강원도 영월에서 창작 활동을 하면서 ‘동강 아트 서클’ 회장과 ‘각심회’ 고문을 맡아 지역 예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황 동문은 서각 입문 동기에 대해 “처음에는 목조각을 배우고 싶어 문화대보수장인 박장대 선생에게 배움을 청했더니 서각 입문을 권유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며 “5년 전부터는 박찬갑 조각가를 통해 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동문은 지난해 말 팔순을 맞아 20여 년간의 서각 작품을 한눈에 보여주는 ‘청한(淸閑) 황대석 서각 개인전’을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가졌다. 직접 그리거나 쓴 서화나 역대 유명한 서화가들의 작품들을 재해석해 나무, 돌, 도자 등에 새겨 한층 더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지인인 선우중호(토목공학59-63) 전 모교 총장은 “청한은 어려서부터 재능을 발견했다면 건축가로서보다는 예술가로서 대성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며 “글씨 하나하나 각을 뜨는데 온 정성을 쏟은 힘찬 칼자국을 보면 누구도 그 정열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고 평했다.

황 동문은 자생식물에도 관심을 갖고 영월자원식물연구원을 만들어 식물의 자원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장남 황주선(조소89-93 한예종 강사) 동문이 예술의 길을, 차남 황주명(건축91-95 대우건설 부장) 동문이 건축의 길을 걷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