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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호 2015년 1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서울대 정신’을 생각한다

이용식 문화일보 논설실장·본보 논설위원


‘서울대 정신’을 생각한다 
이용식 문화일보 논설실장·본보 논설위원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설계하는 시점이다. 총동창회도 열심히 달려왔다. 모교 재학생에 주는 장학금을 연간 30억원으로 늘렸다. 35만 전체 동문 중 32만명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통합 DB도 구축했다. 인도네시아 호주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총동창회를 창립하는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1895년 최초의 근대 국립 고등교육기관인 법관양성소 설립이 서울대 기원임을 기리며 건학 120년 기념 와인 ‘1895’를 출시해 큰 호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중요하지 않은 해가 없지만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어서 그 의미가 각별했다. 해방된 조국의 유지인사 1백명이 국립대학교 설립을 제안한 것도 70년 전인 1945년 11월이었다. 그 뒤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모교는 ‘겨레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세모를 맞아 2015년, 멀리 지난 70년, 나아가 120년 역사를 굽어보며 나에게 서울대란 어떤 의미인지, ‘서울대 정신’이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사회에 진출해야 서울대의 의미와 가치를 더 잘 알게 된다는 점에서 동문들이 정체성 확립에 앞장서야 한다.


가까이 있는 동문들에게 ‘서울대 정신’에 대해 물었더니, 한결같이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한다. 대부분 그럴 것이다. 이제 근본을 살펴볼 때가 됐다. 다른 대학 출신들에게 ‘서울대’ 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변들이 많았다. 능력 있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자신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어느 전직 대통령은 서울대 폐지를 시도했다. 다른 대통령에게서는 ‘같은 값이면’ 서울대 출신을 기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직접 들은 적도 있다. 이것이 외부에 비친 서울대인의 모습이다.


서울대는 국민의 사랑과 지원 위에서 존재한다. 단지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 교육시키는 기관을 넘어, 각 분야에 권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일거수일투족이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큰 책임감이 부수된다.


동문들은 ‘Veritas Lux Mea’는 알아도 ‘서울대 헌장’은 잘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 서울대 정신이 그런대로 잘 정리돼 있다. ‘실천적 지성’이 핵심이다. 특히 서울대인의 지향으로 ‘공동체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봉사정신과 지도자적 품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런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모두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동문 여러분의 성찰과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