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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2015년 9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장학금 1백억원 시대를 향해

허영섭 이데일리 편집보도국 논설위원실장


장학금 1백억원 시대를 향해

좋은 대학의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여러 기준이 있겠으나 우수한 학생들을 두루 불러모으고 제대로 가르쳐 사회와 국가의 일꾼으로 키운다는 조건이 우선일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장학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세계 랭킹에 꼽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대학들이 공통으로 갖춘 조건이기도 하다.


글로벌 20위권에 들어선 모교의 위상을 장학 여건에서 따져본다면 과연 어디쯤 위치할 것인가. 물론 톱클래스 대학들에 비해 아직은 뒤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등록금이 비싸기도 하지만 전체 학자금의 60% 이상을 외부 장학금으로 충당한다고 하니 쉽게 비교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장학금의 성장 규모에 있어서는 이미 궤도에 올라섰다고 자부할 만하다. 총동창회 장학금의 경우 1980년 3월에서야 처음 지급됐고, 그나마도 수혜 대상이 13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인원이나 지원 규모에 있어 대폭 늘어났다. 지난 학기까지 모두 7천3백여 명의 재학생에게 1백60억원 이상의 장학금이 지급된 게 그 결과다.


이번 2학기를 맞아서도 모교의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모두 5백53명에게 14억8천만원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연간 규모로 올해 처음 30억원을 넘어섰다는 게 주목할 만한 점이다. 학기 기준으로 지난해 2학기에 처음 10억원이 넘었으나 다시 새로운 기록을 향해 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각계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금을 모아 신축한 SNU장학빌딩의 임대수익이 그 토대가 되고 있다.


더욱 다행인 것은 올해 처음 도입된 멘토링 사업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학기에 10명을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나 이번 2학기에는 1백34명으로 지원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과거의 동창회 장학금 수혜자를 대상으로 모교 후배들을 다시 지원하는 ‘풀뿌리 장학기금’ 운동도 새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총동창회의 장학금 지급액이 연간 40억원, 50억원을 넘어 1백억원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개교 120주년을 맞으며 총동창회가 장학 분야 사업에서 ‘글로벌 서울대’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서울대의 실력이고, 총동문회의 자랑이 아니겠는가. 동문들 각자에게는 뿌듯한 자부심일 것이다. <許英燮이데일리 편집보도국 논설위원실장·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