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49호 2023년 12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보스턴 클러스터와 ‘관악 밸리’

김광덕 정치 82-86 서울경제신문 부사장·논설실장, 본지 논설위원

관악춘추

 

보스턴 클러스터와 관악 밸리


김광덕

정치 82-86

서울경제신문 부사장·논설실장

본지 논설위원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PQ-C’ 극대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대기업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필자가 소속된 신문사 논설위원들과 가진 세미나에서 우리 경제의 위기 해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P는 가격(price), Q는 수량(quantity), C는 비용(cost)을 뜻한다. 기업의 제품 가격과 수량을 곱한 뒤 비용을 뺀 수익을 최대화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침체 상황에서 판매량 늘리기 전략은 한계에 부딪혔다. 돌파구를 찾으려면 신기술 개발 등으로 가격 조정 능력을 확보하거나 규제·노동 개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려 비용을 줄여야 한다.

마땅한 자원이 없는 한국이 우선 추구해야 할 전략은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최소한 10여 개의 전략 산업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해 퍼스트 무버가 돼야 주요 7개국(G7) 수준의 경제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국립 서울대의 책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주요 첨단 산업 단지는 인재 양성의 산실인 명문 대학을 기반으로 형성돼왔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최고의 명문인 하버드대·MIT·보스턴대 등과 연구소들이 주변에 포진해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갖췄다. 새로운 연구 결과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21개의 대형 종합병원과 1000여개의 바이오 기업,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등이 밀집해 있다. 반도체 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인근에는 스탠퍼드대, UC버클리 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도 보스턴 클러스터나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해서 서울대 관악·시흥·평창 캠퍼스 등의 주변에 AI(인공지능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밸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도 최근 캠퍼스 통합 개방형 창업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주변에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밸리나 클러스터를 만들어 성공시키려면 정부가 예산·세제 등으로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균형 발전을 내세우는 우리 정부는 중국처럼 특정 대학을 전폭 지원하기는 어려우므로 나라 미래를 생각하는 서울대의 많은 동문들이 뜻을 모아 초격차 과학기술을 위한 지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가 먼저 논문 쓰기에만 안주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혁신과 도전 정신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누가 조국의 가는 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정희성 시인)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