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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2024년 12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트럼프 2기, 두 개의 공동화에 처한 한국경제


트럼프 2기, 두 개의 공동화에 처한 한국경제
 
 
이근 (경제79-83)
모교 경제학부 석좌교수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8년 전에 그의 당선이 미국 정치의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강건한 새로운 추세의 일환임이 증명되었다. 트럼프 1기가 탈세계화 시대를 열었다면 트럼프 2기는 탈세계화에 더해 글로벌 자유주의의 종언을 의미한다.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만기친람 하기에는 힘이 부침을 인정하는 의미도 있다.

바이든은 다양성, 포용성, 공정성 등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가치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를 재건하려고 하였지만, 미국시민들은 그런 가치 추구에 지쳤다. 즉, 경제적 자유주의는 중국만 덕 보게 만들고 미국은 러스트 벨트화 하고 있고, 성적 인종적 소수성에 대한 고려 덕에 미국 전통사회와 가치는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역들이 러스트 벨트화 하면서 다 공화당으로 돌아선 것은 이를 상징한다.

대외적으로 바이든은 유럽과의 제휴의 공고화로 대 중국 전선을 형성했다면, 트럼프는 오직 미국만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유럽이 방위비 부담을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도 탈퇴하겠다고 하고, 러시아는 유럽의 걱정거리이지 미국이 이에 돈을 쓸 필요는 없다고 한다. 즉 대외 관계에서도 손익 계산 중심의 노골적 거래주의(transactionism)가 기본 원리가 되었다. 모든 나라에 10% 관세를 매기고 중국에는 더 높이고, 북미자유무역을 한 이웃 캐나다·멕시코까지 추가 관세의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관세를 매기면 다 미국에 투자하는데 무엇하러 보조금을 주느냐 하면서 IRA 법 폐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이 한국경제와 기업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필자는 최근 낸 ‘2025 한국경제 대전망’ 책에서 새해의 화두를 ‘동상이몽 동분서주’라고 잡았다. 미국과 유럽 간 및 G7 내에서도 동상이몽이고 브릭스 국가 간에도 동상이몽이다. 각국은 자국 시장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보호조치를 내세우고 있어서, 한국기업들은 각국의 다른 규제환경과 시장 여건을 파악하여 대처하는 그야말로 동분서주 해야 할 상황이다.
IMF 추산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 각국이 쏟아낸 각종 시장 왜곡적 조치의 수가 2500개를 넘는다. 이는 통상에 의존하여 성장해온 한국에는 매우 불리한 환경이다.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율은 1.5%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였다.

우리 기업들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과 미국의 대중 견제 환경 하에서 서방보다 먼저 탈중국하였고, 중국의 국산화로 대중국 무역이 적자로 돌아섰으나, 대미 무역이 대중 무역을 넘어서며 대중국 적자의 10배 내외의 흑자를 미국에서 거두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유럽 전체가 한 투자보다 더 많은 투자를 미국에 하면서 최대 대미 투자국이 되었다.

대미 수출이 늘어난 것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다 보니 자연히 중간재 등 각종 동반 수출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이렇게 늘어난 대미 흑자 및 관세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IRA에 의한 보조금보다 관세가 낫다는 의견도 있다.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온갖 요건을 맞추어야 하는데 쉽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반면 대중국 관세만 세게 때려주면 미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경쟁하기 쉽고, 투명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내 법인세도 상당히 감소된다니 괜찮다는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양극재 공장은 중국산 원료 사용 때문에 IRA 보조금 요건을 못 맞추고 있는 사이 중국산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여 버렸다. 현대차도 아직 IRA 보조금을 못 받고 있으나 다행히 멕시코에는 공장이 없는 반면 미국 남부의 새 공장은 완공되어서, 미국산 물량을 늘리고, 한국발 수출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법인세 혜택을 받으면 된다.

즉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내수에 의존하는 다른 기업과 국민들이 문제다. 이러한 미국 물량 증대와 한국 물량 축소는 한국 산업의 첫번째 공동화이다.

두번째 공동화는, 중국의 내수 침체로 공급과잉된 저가 물량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이 러스트 벨트화 하는 것이다. 정부는 특정국가 의존도를 줄이는 공급망 대책을 그동안 추진하여 왔지만 철강, 화학 등 ‘소부장’에서 중국의존도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긴급 상계관세, 환경 규제 혹은 대응 보조금 지원 등으로 이에 대응하여야 한다. 중국산 저가 철강에 대해서는 조선 같은 그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에 신사 협정을 맺도록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계엄사태 이후 정치적 리더십의 공백이라는 세번째 공동화가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