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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2021년 11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코로나 ‘가장 위험한 시기’ 통과의 지혜

이종구 모교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코로나 ‘가장 위험한 시기’ 통과의 지혜



이종구
의학76-82
모교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정부 노력에도 한계 있어
개인의 실천과 동참 필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4차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10월 마지막 주 평균 1881.7명으로 다소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접종완료율 75.3%, 1차 접종률은 80.1%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with)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실시 후 평가, 3단계에 걸친 완화를 추진한다. 

시민의 자유, 경제적 손실 저하, 방역의 엄격성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망률은 서로 함수관계로 우리는 이를 봉쇄 없이 헤쳐왔다. 그러나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판단된다. 정부의 행정명령보다 개개인의 감염예방을 위한 사회구성원 각자의 자율과 책임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재유행으로 사회 전체가 위험해지고 고위험자의 사망이 증가할 것이다.

완화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선행 조건은 두말할 나위 없이 높은 예방접종률이다. 독일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예방접종률이 60세 이상은 90%, 18∼59세는 80~85%에 도달해야 사망자도 환자도 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과연 이 목표가 실현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 성인 517만명이 여러 이유로 여전히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12세 미만 아동이 521만명인데 아직 접종 미대상자이다. 즉 인구의 20% 이상이 접종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FDA가 응급사용을 허가한 바 이 연령대의 접종에 대한 미국 CDC의 구체적 실행 방안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일 것이다. 최근 발생하는 18세 이상 환자의 89.8% 정도가 미접종자이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일부 연구에 따르면 백신접종 후 6개월부터 효과가 감소되어 20%만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변이로 백신 효능이 10% 이상 감소되고 있다. 백신의 한계가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입원과 사망 예방 효과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접종률이 높으면 환자가 발생해도 의료체계 부담은 감소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신속히 접종률을 높이고 고위험자 중심의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백신 접종은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보다 이득이다. 서로가 노력한 덕분에 중환자가 줄면 사회 전체에 이득이다. 

즉 자발성과 책임성에 기반하여 완전 예방접종 80%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공장소, 지하철, 버스 등 밀집 지역에서 지금처럼 95% 이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 손씻기, 환기도 매우 중요하다. 불가피한 행사 이외에 사회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전체 사회가 보호될 만큼 접종률이 높지 않고 백신의 방어력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 완화로 불가피하게 확진자가 늘 것이다. 늘어나는 확진자는 대부분 경증으로 병원보다는 가정에서 치료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준비가 필요하다. 확진자를 집에서 관리하려면 가정은 물론이고 지역의 1차 의료 의사들이 참여하여 환자를 돌보는 데도 보건소의 행정지원이 필요하다. 처음이라 불안한 구석이 많다. 작년 초 환자 급증으로 의료체계가 마비되었던 미국과 영국은 어쩔 수 없이 홈 케어(home care)로 전환한 것과 달리 우리는 생활치료센터가 이 역할을 흡수했다. 이제는 환자 관리 역할을 생활치료센터에서 가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정 내 환자 돌봄, 의료인의 가정방문과 비대면 진료, 중환자 조기 발견과 지정 병원 이송 등 필요한 정보가 잘 제공되고 교육과 홍보 등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다. 

지난달 말 방역체계 안의 환자관리 비율이 35.5%로 올랐다. 접촉자추적조사, 확진검사, 환자 격리와 검역(TTIQ, Trace-Test-Isolation-Quarantine)은 매우 중요한 전파 차단 수단으로 우리나라 방역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완화정책 도입에 따른 환자 급증에 대비한 방역 인력 확대는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우선 순위에 대한 신속한 추적조사, IT를 이용한 추적, 격리 기간의 단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서울대 개발)을 활용하여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참여와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가 끝나는 날까지 마스크 쓰고 일정 부분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계속 시행돼야 할 것이다. 예방접종을 먼저 실시한 영국은 프리덤 데이(freedom day)를 선언하며 전격적으로 완화정책을 도입하였다. 국경도 개방 중이다. 다시 환자가 증가하여 의료체계 마비의 소리가 들린다. 싱가포르도 뒤따라 완화정책을 도입했으나 환자 발생과 사망이 증가해 다시 억제정책을 도입하였다. 우리는 초기 유행을 잘 관리했다. 고비 때마다 국민들의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이 질환을 잘 극복해 왔다. 완화와 국경개방은 환자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No one is safe until every one is safe’는 전 세계의 연대와 공조를 의미한다. 전 세계의 접종률이 올라야 우리도 안전해진다. 백신의 생산 확대와 공평한 분배에도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