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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2021년 12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누리호 발사와 5차 산업혁명

김승조 모교 명예교수·전 한국항공우주학회장
 
누리호 발사와 5차 산업혁명

김승조
항공공학69-73
모교 명예교수·전 한국항공우주학회장


차세대 미래 먹거리 우주 산업
실패 두려워 말고 수준 높여야


누리호는 순수한 우리의 설계 기술로 개발된 대한민국 첫 번째 우주 발사체다. 1차 발사는 좀 미진했었지만, 내년 발사는 약간만 보완하면 성공할 것이다. 

기술개발이 시험을 통해 성공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설계자의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기에 2차 발사의 성공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누리호 발사에서 성공, 실패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겪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발사를 통한 성장통을 이미 4~5년 전에 겪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발사체 개발은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회사설립(2002년)과 동시에 개발을 시작해 3~4년 만에 엔진을 개발한 후, 여러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발사시험을 통해 성능을 높여 7~8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팰컨9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2010년)한 원동력은 실패를 통한 기술개발이라는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고 해도 지금 이대로의 성능으로는 국제 무대에 나설 수 없다. 지나치게 무거운 엔진 무게로 인해 덩치에 비해 위성 탑재능력이 낮고, 엔진의 추력조절 불능으로 탑재 위성의 효율적인 궤도진입이 어려우며, 현대적인 엔진들이 가진 다양한 센서와 이와 연동된 컴퓨터 탑재기능이 없어 유사시에 적절한 대응이 곤란하다. 

그리고 양산에 대비하지 않은 설계도로 예술품처럼 만들었기에 대당 제작비용이 너무 크다. 따라서 한두 번의 시험발사를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 있는 다음 엔진 개발에 돌입해야 한다. 

전 세계 우주 산업계는 다가오는 우주기술의 대형 산업화를 예감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스페이스X의 파괴적인 혁신과 획기적인 성공에 감동 받은 전 세계의 도전적인 젊은이들이 저마다 벤처기업을 설립해 발사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연 매출이 수조 달러에 달할 우주산업의 바탕이 저렴한 발사능력 확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5차 산업혁명이 온다면 바로 우주산업의 만개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러한 미래 전망에 발맞춰 도전적인 우주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위상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차세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우주산업 분야만큼 유망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만이 아니다. 모건 스탠리가 2020년 7월에 발표한 ‘Space: Investing in the Final Frontier’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아주 시사적이다. 우주태양광 기술 구현을 통해 전 세계 전력공급량의 50% 정도만 감당해도 2조~3조 달러 이상의 세계시장이 생기고, 저궤도 군집위성을 이용한 글로벌 인터넷 사업은 10년 후 세계 시장 1조 달러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우주자원 채취 사업, 우주 궤도의 대형 생산공장 등 상업화 계획, 우주 관광, 로켓 여객기 등이 모두 10~20년 안에 현실화될 것인데 이들 모든 사업의 성패는 저비용 고성능 발사체의 개발에 달려 있다.

현재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사용되고 있는 멀린 엔진은 누리호 엔진보다 작아 무게가 반에 불과하지만, 추력은 100톤급으로 우리의 75톤급에 비해 훨씬 크다. 그런데 이 엔진 1기당 제작비는 25만~35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 엔진은 각종 첨단 센서와 컴퓨터 탑재를 통해 발사 성공률을 높이고 있으며 10회 이상 재사용할 수 있어 이미 저렴한 발사비용을 더욱더 내릴 여지가 있다. 

그런데 우리 누리호 엔진 제작비는 60억원 정도라는 소문을 들었다. 누리호 전체의 제작 원가는 1000억원 전후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어 현재 형태의 발사체로는 국제 시장에서 경쟁 자체가 어렵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랩터 엔진은 220톤급의 추력에 수백 번 이상의 재사용이 가능한데도 1기당 제작비는 100만 달러 정도이며 조만간 양산성을 극대화해 1기당 25만 달러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누리호 개발로 11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이 로켓 기술 분야에 이미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도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면 따라잡을 수 있다. 뒤처져 있는 발사체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20~30년 전에 대한민국이 선진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시전했던 ‘퀀텀점프’ 작전을 우주개발 과정에 접목해야 한다. 우주기술의 선진화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정밀기계, 재료 및 화학기술, 전기전자기술, IT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적인 수준이다. 왜 발사체 기술만 항상 후진국을 자처해야만 하는가? 우리 모두의 생각과 안목을 높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