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호 2024년 12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커피와 친목의 황금 밸런스, 우리 동아리의 맛이죠”
커피동아리 caffe人
동아리 탐방
“커피와 친목의 황금 밸런스, 우리 동아리의 맛이죠”
“커피와 친목의 황금 밸런스, 우리 동아리의 맛이죠”
커피동아리 caffe人


모교 커피동아리 ‘caffe人’ 부원들이 핸드드립으로 함께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사진=caffe人
핸드드립으로 스페셜티커피 즐겨
선후배 어울려 친목 모임도 활발
커피에 까다롭고 사람에 너그럽다. 커피동아리 ‘caffe人(이하 카페인)’ 얘기다. 카페인은 2007년 국내 대학 최초의 커피 동아리로 출발했다.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고 커피를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모토인 동아리다.
정석민(재료공학19입) 카페인 회장에게 인터뷰를 청했을 때 “동아리방에 늘 사람이 많아서 다른 곳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SNS로 살펴본 카페인의 동아리방은 커피를 손으로 내리는 핸드드립에 필요한 원두와 그라인더, 드리퍼 등의 기물이 그득해 흡사 작은 카페 주방 같았다. 11월 26일 학내 카페에서 만난 정 회장은 “수업 전 바쁘게 커피를 내려 가거나 카페처럼 앉아서 쉬다 가는 부원들로 동아리방이 붐빈다. 24시간 언제든 좋은 원두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어 그런지 부원들이 어느 카페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즐기는 ‘스페셜티 커피’는 특정 농장에서 농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산한 최상급 커피. 좋은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시다마 벤사 G1’처럼 원두 이름에 국가, 지역, 농장, 생두 가공방식, 커피 등급 등을 표기한다. 정석민 회장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원두를 태우듯이 강하게 볶아 일관된 맛을 내지만 산지와 가공 방식에 따라 다른 원두 자체의 풍미는 날아가게 마련이다. 우리 동아리는 덜 볶은 중배전이나 약배전 원두를 사용해 다양한 풍미를 경험한다”고 했다.
이들이 한 학기에 사용하는 원두 양만 80~90kg. 회비를 걷으면 대부분 원두 구매에 사용한다. “선배님들이 활동을 열심히 하셔서 친한 업체를 많이 만들어 두셨다. 서너 군데 거래처와 도매상에서 저렴하게 원두를 구입하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은 없다”는 설명이다.
드리퍼에 필터를 넣고, 원두를 갈고, 끓인 물을 원두 위에 천천히 붓는 핸드드립 커피 추출 과정은 ‘느림의 미학’으로 요약된다. 물을 부을 때도 ‘레시피’에 따라 섬세하게 붓는 양과 시간을 조절한다. 버튼 하나 누르면 뚝딱 한 잔이 나오는 세상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커피를 내리면서 희열을 느낄 때가 있어요. 원두를 사면 어떤 맛을 의도하고 볶았는지 적힌 원두 카드를 주는데 아무리 잘 볶은 원두도 잘못 내리면 의도한 맛을 낼 수 없어요. 물 온도, 드리퍼의 생김새, 물을 가운데에 붓는지 가장자리에 붓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커피를 내려서 동아리 사람들에게 줬을 때 ‘그 맛이 난다’고 얘기하면 기분이 좋죠.”
학기 초 한 달간 운영진은 매일 4회 신입 교육을 진행한다. 각 회차당 4명씩 1시간 동안 동아리방의 브루잉 기구 사용법을 가르치고 직접 커피도 내려보게 한다. 커피가 더 알고 싶은 부원을 위해 선 수시로 커피 세미나를 연다. “예를 들어 컵노트(커피의 특징이 담긴 정보)에 망고 맛이 있다면 왜 그렇게 표시했는지 설명하고, 그 맛이 발현되려면 어떻게 내려야 할지 알아보는 브루잉 세미나를 열어요. 산미·향미·질감·후미 같은 요소로 커피 맛을 표현하는 연습도 하죠. 나라별, 향미별로 모아서 마셔보기도 하고, 더 전문적으로 커피의 맛과 향을 비교하기 위해 원두 가루에 물을 붓고 맛보는 ‘커핑 테스트’도 엽니다.”
카페인의 원년인 2007년 한국에 스타벅스 200호점이 들어섰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잖은 대학가에선 아직 ‘자판기 커피’가 익숙했던 때다. “초기 카페인은 함께 모여서 이런저런 카페를 탐방하는 친목 동아리 색채가 강했다”고 정 회장은 말했다. 인원이 점점 늘어 2016년에 동아리방이 생겼고, 회비를 모아서 커피 용품을 사고, 원두 거래처를 만든 선배들 덕에 지금의 동아리로 발전했다.
커피의 비중이 높아졌어도 여전히 동아리의 한 축은 친목이다. 학기 초 기존 회원 1명에 신입회원 2명을 배정해 ‘짝모임’을 만든다. 짝이 된 세 명은 꼭 한 번은 같이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셔야 한다. 다른 모임과 합치거나 랜덤 모임인 ‘커피챗’을 가지면서 인연의 범위를 넓힌다. 한 번에 200여 명씩 회원을 받고, 심지어 커피를 안 마시는 회원도 품는 이유. 커피만큼이나 사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하기 좋은 동아리’로 소문이 난 건지 묻자 정석민 회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게 활동을 짜고 있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보던 사람만 보게 마련인데 동아리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죠. 우리 동아리의 장점이에요.” 그는 “10년 전부터 활동하신 선배님들도 대학원에 계셔서 자주 커피를 마시러 오신다. 나중에도 교류하기 쉽도록 얼마 전 명단을 정리해 뒀다”고 했다.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카페인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커피가 좋다면 깊게 공부할 기회를, 친구가 필요하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주죠. 앞으로도 사람과 커피를 사랑하는 카페인의 기조가 쭉 이어졌으면 합니다.”
박수진 기자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