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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2023년 6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탐방 : “외부 코치 없어요, 선배들이 선생님이죠” 서울대 테니스부

동아리탐방 : 서울대 테니스부

동아리탐방 서울대 테니스부
 
“외부 코치 없어요, 선배들이 선생님이죠”  


테니스부는 선후배 관계가 돈독한 운동부다. 사진 속 모교 마크를 새긴 수건도 5년차 부원들이 총장배 대회에서 탄 상금으로 제작해 기증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지도
각종 대회 최상위권 올라 
지난 3월 모교 테니스부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10명 남짓을 뽑는 신입회원 모집에 40여 명이 지원했기 때문. 6월 2일 학내 카페에서 만난 테니스부 주장 박정빈(체육교육 3년) 씨는 “원래 항상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아 가려 뽑긴 했는데, 최근 2년은 더 많은 사람을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 핫한 운동, 테니스는 서울대인이 유독 사랑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운동부로서 1976년 창단한 테니스부를 비롯해 단과대며 동문·교직원 단위로 빠짐없이 테니스 동아리가 있다. 각종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만큼 실력도 뛰어나다. 

테니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운동을 해본 박정빈 주장도 대학에서 처음 테니스를 배웠다. 그는 “어려워서 더 흥미가 쉽게 꺼지지 않는 게 테니스”고 했다. “악기로 치면 건반을 누르면 정확한 음이 나는 피아노라기보다, 음정 맞추기부터 쉽지 않은 바이올린 같달까요. 기본 동작도 쉬운 게 없어서 스트로크, 발리, 스매시, 서브 하나하나 자체가 도전이에요. 경기를 풀어나갈 때 전략도 필요하죠. 무엇보다 멘탈이 흔들리면 쉽게 무너져요. 잘 안 풀릴 때 이겨내는 마음가짐도 도전이 되고요.”  

모교 테니스부가 특이한 것은 따로 외부에서 코치를 초빙하지 않는다는 점. 선수 출신 부원을 비롯해 선배들과 졸업한 OB들까지 총출동해 후배를 가르쳐 주는 체계가 정립돼 있다. 현재 6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입부 기준으로 연차를 세는데, 3년차까지인 YB 회원이 25명, 나머지는 4학년과 석·박사과정 학생들이다. “라켓을 처음 잡아본 학생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입 부원이 처음 오면 ‘장비 투어’부터 해요. 테니스 전문 숍에 데리고 가서 라켓과 신발 등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골라주면서 어색함도 푸는 시간이죠. 월, 수, 금 저녁 정기 훈련에는 선배님들이 함께해 주십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시간 나실 때마다 틈틈이 저희를 가르쳐 주세요. 금요일 자율 훈련엔 1 대 1로 배울 때도 있죠. 덕분에 봄에 들어온 신입 부원도 찬바람 불 무렵엔 경기 치를 정도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매년 가을 여는 ‘OB전’은 후배들이 선배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날이다. “테니스부의 역사에 있는 모든 선배님들께 연락을 드려요. 매번 20분 정도 선배님이 오셔서 후배들과 경기를 하세요.” OB전에선 관록이 패기를 이기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YB가 선배님들을 이기기 쉽지 않아요. 테니스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빛을 보는 스포츠란 생각을 하죠. 보통 10년씩 학번 차이가 나는 선배님은 대하기 어려운데, 저희 부에선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

테니스부의 1년은 학내외 대회와 함께 흘러간다. 봄에 총장배 구기대회를 치렀고, 하반기 종합체육대회와 교외 대회로 경인지구 대회, 국토정중앙 전국대학동아리테니스대회, 춘천 대회를 앞두고 있다. 대회마다 최상위권에 드는 강팀이다. 경인지구 대회는 전년도 우승팀이 다음해 개최를 맡는데, 최근 2번 연속 모교 테니스부가 주최하고 있다. 올해는 6월 24일부터 이틀간 모교에서 열린다. 매년 8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리는 ‘국토정중앙 대회’에서도 재작년에 우승을 거뒀다. 합숙 훈련까지 하면서 준비하는 큰 대회다.   

모교의 경우 코트가 많아서 다른 학교보다 연습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관악캠퍼스 경영대와 공대 근처에 테니스장이 있고, 테니스부가 쓰는 경영대 코트는 클레이코트와 잔디 코트를 합해 14면으로 서울지역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다. 그럼에도 수요에 비해선 적어 온라인 예약날이면 서버가 터질 정도라고 했다. 아쉬운 것은 시설이 점점 낡아간다는 것이다. 

“선배님 말씀으론 10년 전에 흙이 지금보다 10cm 더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흙이 날려서 클레이코트뿐만 아니라 잔디 코트도 많이 미끄러워요. 사실 체육 시설 면에서 우리 학교는 좀 아쉽죠. 미국 대학은 물리적 거리를 고려해 캠퍼스 곳곳 포인트마다 운동시설을 두고 사용료도 무료라는데, 우리 학교는 편하게 학생이 쓸 수 있는 체육시설이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난개발이 계속되는 캠퍼스에서 코트가 계속 지켜질지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조건 없이 쏟아지는 선배들의 애정은 모교 테니스부의 가장 큰 자산이다. ‘감사한 선배들을 언급해 달라’는 말에 박 주장은 휴대폰 속 목록을 보며 끝없이 손가락을 꼽았다. 아무래도 몇 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지면에 다 못 실을 수도 있다’고 하자 이내 아쉬운 표정을 했다. 지도교수로서 애정을 듬뿍 쏟아주는 박일혁 모교 체육교육과 교수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 교수 또한 각종 교수 테니스 대회에서 테니스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제자들이 연습에 집중할 수 있게 손수 공을 줍기도 한다. 박 주장은 선배님들의 도움은 “도움이라는 말로 부족할 정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개강식부터 모든 훈련에 나와 주시는 선배님, 테니스 관련 사업을 하시면서 지원해 주시는 선배님, 후배들은 절대 돈 쓰면 안 된다며 회식비를 내주시고 스포츠진흥원을 통해 테니스부를 지정해서 후원해 주시는 선배님들까지…. 덕분에 테니스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선배님들과 후배들 모두 올 한 해 테니스부에서 좋은 기억 많이 얻어갈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