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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호 2025년 1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탐방: ‘문선’ 기억하시죠? 이제는 민중가요 ‘몸짓’이라 불러요

동아리 탐방 중앙몸짓패 ‘골패’


문선기억하시죠? 이제는 민중가요 몸짓이라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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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 골패 부원들이 몸짓을 공연하고 있다.


사회문제 의견 춤으로 표출
환경·인권 등 다양한 의제 다뤄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거친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무대도 없이 맨바닥에 대형을 맞춰 선 청년들이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민중가요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팔과 다리를 절도 있게 뻗으며 칼군무를 하고, 가볍게 폴짝거리며 머리 위로 박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비장하게 소리치던 이들이 웃음 띤 얼굴로 호응하며 박수를 친다. 모교 중앙몸짓동아리 골패가 가는 곳에 펼쳐지는 풍경이다.

골패는 차별과 억압에 대한 저항과 연대의식이 담긴 민중가요에 맞춰 몸짓을 하는 동아리다. 1980년대 문선(문예선동)’으로 불렀던 활동이다. ‘문선이 대학가의 주류 문화였던 시절 모교에도 단과대별로 몸짓패가 있었다. 2000년 중앙몸짓패인 골패가 창립되고, 단과대 몸짓패들이 사라지면서 골패만이 남았다. 1224일 관악캠퍼스 인근 카페에서 패짱이라고도 하는 골패 회장 전아영(사회복지21)씨와 부원 조성윤(사회복지21)씨를 만났다.

몸짓은 기본적으론 민중가요에 맞춰 추는 춤이지만, 단순히 가사에 맞춰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노래를 몸짓의 언어로 표현해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죠.”(전아영)

율동 느낌의 예쁜 마임’, 절도 있고 웅장한 칼마임’, 댄스 느낌 춤마임등을 배우고 연습해 선보인다. 학내 정기공연도 하지만 주 무대는 집회나 파업현장 등 거리 연대 공연이다. 노동자·장애인 등의 권익 집회와 문화제, 추모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시위 등에서 몸짓을 선보여 왔다.

빨간 띠 두른곳만 찾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광화문에서 열린 매드 프라이드에서 민중가요 불나비에 맞춰 몸짓을 공연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저항하는 축제였다. 전 회장은 불나비는 군사정권에 맞서 자유를 노래하는 곡인데 매드 프라이드에서 정신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의 자유를 위한 노래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중가요와 몸짓의 경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레퍼토리도 파도 앞에서’, ‘내일이 당당해질 때까지’, ‘이 길 가다보면같은 고전 민중가요부터 체리필터 오리날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등 대중가요를 넘나든다. 상업성을 배제한 것이 민중가요지만, 투쟁 현장에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노래라면 새로운 민중가요로서 해석할 여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에도 골패 회원들은 환경, 기후, 노동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함께 책을 읽으며 공부한다. 머리를 맞대고 발언문을 쓰고, 잘 어울리는 민중가요를 골라 정성스럽게 몸짓을 준비한다. 몇 달 전 골패는 학내 여러 단체와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제를 열었는데, 함께 관련 논문을 읽고, 유가족들이 만든 기억 공간인 별들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전 회장은 몸짓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선동적이이어야 하고, 한 번 하면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에 표현하는 바가 확실해야 한다. 그래서 몸짓에 이르기까지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장에서 골패는 집회 아이돌처럼 열렬한 환영을 받곤 한다. “처절하고 절박한 분위기의 집회에서 저희 공연이 조금은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요. 저희도 몸짓을 통해 심적으로 현장에 더 밀착되는 느낌이 들고요.”(전아영) “멋있지 않고 예쁘지 않아도, 함께 연대하고 싶어 연습해 왔다는 걸 좋게 봐 주시는 것 같아요. ”(조성윤)

몸치여도 골패 가입에는 문제가 없다. 배움이 느리고 동작이 틀려도 한없는 응원과 격려로 북돋운다.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이 약화되고 코로나19까지 거치면서 한때 몸짓 전승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선배님들 영상을 보고 배우는데 어렵더라고요. 단톡방에 도와주실 분이 계신지 여쭸더니 대학원에 계신 선배님께서 흔쾌히 와주셨어요. 오래 전인데 다 기억하신다면서, 유학 직전이라 바쁘신데도 한 달 넘게 알려 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전아영) 정기공연을 응원하며 후원도 하고, 대자보에 함께 이름을 올려주기도 하는 든든한 선배들이다.

골패의 현재 회원수는 20명 정도. ‘한 학기에 다섯 명만 들어와도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혼자 집회를 다니시다가 외로워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일단 신입이 들어오면 밥을 많이 먹이고(웃음), 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누다가 함께 집회에 가보곤 해요.”(전아영) “저도 처음엔 같이 집회에 갈 친구를 구하러 왔어요. 특정 의제에 한정된 게 아니고 열려 있는 모임이라 마음에 들더라고요. 골패는 서울대에서 사회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아리예요.”(조성윤) 최근 새로운 시위 문화가 화제가 되면서 민중가요 세미나와 몸짓 원데이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골패란 이름은 백기완 선생의 글 노나메기에 나오는 표현 골짜기 패거리에서 비롯했다. ‘조명이 비치지 않는,/ 한 번도 역사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는 곳/ 골짜기./ 민중이 존재했던 곳./골짜기 패거리.(후략)’ “세상의 골짜기들을 찾아서 가까이 하고 연대하는 게 저희 골패의 목표예요. 저희 슬로건대로 주어진 판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수진 기자


▷골패의 몸짓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골패관악중앙몸짓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