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44호 2023년 7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우쿨렐레에 푹 빠진 서울대 베짱이들



동아리 탐방 우쿨렐레 동아리 ‘알쿨’

우쿨렐레에 푹 빠진 서울대 베짱이들


지난 5월 동아리원들끼리 소공연을 마친 우쿨렐레 동아리 ‘알쿨’ 회원들. 매 학기 외부 관객을 초청해 정기공연도 연다.


2012년 결성 60여 회원 활동
매년 3·9월에 정기연주회
전공 바꿔 음대 입학 선배도


하와이의 바람과 물빛이 악기로 태어나면 이러할까. 우쿨렐레는 맑고 밝은 음색으로 사랑받는 악기다. 귀를 기울이면 모교 캠퍼스 어딘가에서도 우쿨렐레 소리가 흐른다. 모교 우쿨렐레 중앙동아리 ‘알쿨’이 내는 소리다.

알쿨은 2012년 첫 결성된 후 가등록 1년, 정등록 기간 1년을 단숨에 충족하며 중앙동아리가 됐다. 상시 모집을 받는데, 올해 5월까지 40여 명이 지원했고 6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알쿨’은 ‘알로하 우쿨렐레’의 줄임말. ‘쿨짱’으로 불리는 부회장 양윤서(식품동물생명공학22입)씨와 학생회관 알쿨 동아리방에서 만났다.

“동아리원 중에 악기를 처음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음악을 잘 몰라도 치기 편하고, 다들 잘 알려주니까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죠.”
우쿨렐레는 여러 모로 품이 너그러운 악기다. 우선 배우는 게 어렵지 않다. 줄이 4개뿐이어서 운지가 비교적 복잡하지 않고 조금만 연습하면 동요 정도는 금방 칠 수 있다. 혹자는 손끝에 살이 없어 기타의 쇠줄을 칠 때 아팠는데, 나일론 줄을 쓰는 우쿨렐레는 편해서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휴대성도 장점이다. 작고 가벼워 들고 다니면서 즉석으로 연주하기 좋고 기내 반입이 어렵지 않아 해외에 갖고 가기도 쉽다. 심지어 누워서 칠 수 있다. 양윤서씨는 “고등학생 때 첼로를 연주했는데, 평소 가볍게 들고 다니며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배우고 싶어 우쿨렐레를 택했다”고 했다.

아무리 쉬운 악기여도 길잡이가 필요할 터. 동아리방 벽에 여섯 개의 기본 코드 운지법이 붙어 있었다. “여러 곡에 공통으로 나오는 코드라 신입들에게 꼭 외우게 한다. 한 달 정도 열심히 익히면 웬만한 노래는 칠 수 있다”고 했다. 선배들이 만든 동아리 교재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신입 강습을 맡은 ‘교육책’ 임원이 코드와 기본 주법을 설명해주고, 실력 좋은 선배들이 특정 곡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주니 ‘어려워서 못 하겠다’는 핑계가 쑥 들어간다.

그렇게 닦은 우쿨렐레 실력은 매년 3월과 9월 열리는 정기 연주회에서 선보인다. 특유의 가볍고 맑은 음색 덕분에 소위 ‘띵까띵까’ 느낌 나는 노래에만 착 붙을 것 같은데 소화할 수 있는 곡의 스펙트럼이 의외로 넓다. 그간 알쿨이 공연에서 선보인 곡만 해도 10cm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 ‘나성에 가면’같은 가요부터 ‘라스트 크리스마스’등 캐럴, 락 장르인 ‘돈 스탑 미 나우’,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 같은 컨트리 송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양윤서씨는 “우쿨렐레와 어울리는 곡들은 따뜻한 분위기를 내는 곡들이 많아서 여름 겨울 가릴 것 없이 다 잘 어울린다”고 했다. ‘통통’ 소리가 경쾌한 젬베, ‘찰찰’ 소리 나는 카혼도 우쿨렐레와 잘 어울려 동아리에 구비해 뒀다.

공연이나 합주를 준비하다 보면 예민해져 서로 얼굴 붉히는 순간이 있을 법하다. 알쿨에선 분위기가 얼어붙는 일이 좀처럼 없다. 악기를 닮아서일까. 부원들을 닮은 동아리 캐릭터로 느긋함의 대명사 ‘베짱이’를 내세울 정도다. “저희는 강제로 시키는 활동이 없어요. 원하는 곡이 있으면 ‘이 곡 하고 싶은데 같이 하실 분’ 물어보면 되고, 평소 연습에 잘 못 나오는 분들도 공연 참여하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환영해요. 그래도 정기 공연은 동아리 외 분들도 보는 무대니까 열심히 준비하죠. 9월 공연 앞두고 7, 8월에 꼭 한번씩은 필수적으로 연습에 나오게 하고 있어요. 매주 정기 연습을 하고, 학교 근처 북카페 같은 곳을 빌려서 저희끼리 소공연을 열어요. 다같이 본관 앞 잔디광장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치고, 한강에서도 연주한 적 있어요.”



정기공연을 마친 알쿨 회원들. 


진입 장벽이 낮다고 금세 시시해질 만한 악기는 아니다. 양윤서씨는 “우쿨렐레도 하면 할 수록 알아가야 할 게 많다. 현을 두드려 ‘착’ 소리를 내는 게 잘 안 됐는데, 계속 연습해서 요즘엔 할 수 있게 됐다. 솔로는 멜로디와 반주를 같이 연주해야 듣기 좋은데 그 정도까지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주법이나 코드가 어려운 곡을 잘 칠 수 있게 되면 행복하다”고 했다.

우쿨렐레도 크기와 넥 길이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입문자는 소프라노 우쿨렐레를 많이 치고, 숙련된 부원들은 테너 우쿨렐레를 구매해 연주하기도 한다. 양윤서씨가 잠시 들려준 테너 우쿨렐레 소리는 기타처럼 좀더 중후한 맛이 있었다. 수백만원대 고가의 제품도 있지만, 10만원 안팎에 좋은 악기를 구매할 수 있다. “홍대에 동아리 제휴 악기사가 있어서 선배들이 같이 가서 구매를 도와줘요. 공용 우쿨렐레도 여러 대 갖춰 놔서 악기 걱정 없이 활동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알쿨은 10주년을 맞아 홈커밍 데이를 크게 열었다. 팬데믹 기간에도 제한인원 내로 모여서 연습 영상을 찍어 공유하고, 온라인 공연을 열었던 선배들의 노력 덕분에 동아리가 유지됐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선배 얘기도 있다. 초창기에 활동한 최민석(생물교육07-16) 동문으로, 우쿨렐레로 진로를 틀어 졸업 후 버클리 음대 최초의 우쿨렐레 전공자로 입학했다. 현재 재즈 우쿨렐레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양윤서씨는 우쿨렐레가 “원하는 곡을 완주하는 기쁨은 물론, 지치거나 심심할 때 나도 악기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위안을 준다”고 했다. 음악 시간이 가물가물한 동문들도 도전할 수 있을까. ‘당연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녀노소 쉽게 할 수 있고, 작아도 다양한 소리를 가진 악기예요. 줄 수는 적지만 가장 끝에 있는 ‘솔’ 현을 곡 분위기에 맞춰서 갈아 끼우면서 연주할 수도 있고, 카포를 꽂으면 반음을 올려서 칠 수 있죠. 좋아하는 곡을 내 손으로 연주해 보는 기쁨을 느껴 보세요.”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