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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호 2023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탐방: “서울대에 미식축구부가 있냐고요? 강팀입니다”

미식축구부 ‘그린테러스’

동아리 탐방 미식축구부 ‘그린테러스’
 
“서울대에 미식축구부가 있냐고요? 강팀입니다”



6월 6일 관악캠퍼스 대운동장에서 모교 미식축구부 그린테러스 부원들과 OB 동문들이 모여 OBYB전을 펼쳤다.


서울 이어 전국대회 우승 노려 
원정땐 버스비 100만원 큰 부담


“미팅도 공부도 나홀로 씹어삼키고, 운동장의 먼지 속을 누비고 다녀도, 미식축구 단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모교 미식축구부 ‘그린테러스(GREENTERRORS)’엔 부가(部歌)가 있다. 부 총회나 선배들의 결혼식에서 축가로도 부르는 노래다. 지난 본회 홈커밍데이에 등장해 부를 땐 유독 신나 보였다. 10월에 있었던 서울 추계 대학미식축구대회 우승 소식을 알리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한국에, 그것도 서울대에 미식축구 팀이 있느냐’고 물으면 섭섭할 지경이다. 1947년 국내 최초의 대학 미식축구팀으로 출발한 그린테러스는 늘 지역 대회 최상위권, 우승을 넘보는 강팀. 서울을 제패하고 현재 전국대회(전국대학 미식축구 선수권전)를 치르고 있다. 11월 6일 학내 카페에서 만난 정진욱(의류18입) 주장은 “이틀 전 8강전에서 경북대를 30 대 6으로 이겼다”는 소식부터 전했다.   
     
5년 전 춘계대회 준우승 후 본지 인터뷰에서 오상민 당시 주장은 “선수가 30명만 돼도 대회 우승에 다가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21명이던 그린테러스 선수는 지금 37명. 매니저도 8명 있다. 미식축구는 축구와 다르게 교체가 자유롭고 공격팀과 수비팀이 뚜렷이 구분된다. 한 경기에 공격팀 11명, 수비팀 11명이 출전해 공수 전환에 따라 전원 교체되니 최소 22명은 돼야 전력 손실이 없다. “인원수가 적을 땐 공격 인원도 수비에 참여했는데, 체력도 문제고 공격과 수비를 같이 훈련하니 집중도가 떨어졌어요. 이제 11명씩 완전히 분리는 못해도 각자 역할에 집중할 수는 있게 됐습니다. 러닝백, 쿼터백, 리시버, 공수 경계 최전방에 서는 라인맨 등 포지션별로 특화된 훈련을 받고 있어요.” 

신입 대부분은 미식축구 경험이 없지만, 3시간씩 주 3회 훈련을 두어 달 받고 5월 춘계리그에서 실전 대회를 맛보면서 선수로 거듭난다. 수업 전 새벽 운동, 방학 땐 합숙훈련도 불사한다. 마땅한 학내 합숙소를 찾지 못한 지난 여름엔 학교 근처 부원들의 자취방에 머무르며 훈련했다. 훈련 후 늦은 밤까지 강의실에 모여 전술 분석을 할 때도 있다.

“미식축구는 ‘필드 위의 체스’라고 할 만큼 작전이 중요해요. 상대 팀보다 개인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상대를 면밀히 분석해서 작전을 세우고, 원 팀이 되어 구멍 없이 수행하면 이길 수 있는 게 미식축구죠. 두세 경기에 한 번 꼴로 앰뷸런스가 올 만큼 과격하긴 해도 다른 어떤 운동보다 아드레날린이 많이 나오고 흥분되는 게 매력이에요. 모두 운동이 재밌고, 팀이 좋아서 어렵고 힘든 점도 즐겁게 감수하고 있습니다.” 

정 주장은 요즘 행복한 고민이 몇 가지 있다. “올해 신입이 늘어 공용 장비가 모자란다”고 했다. 유니폼 상하의는 10만원 안쪽에 맞출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숄더 패드며 헬멧이 수십만원 대여서 공용 장비를 갖춰두고 수선해가며 쓴다. 또 한 가지는 많은 운동부가 겪는 이동 문제다. 지방 원정 한 경기 다녀오는 데 드는 버스비만 100여 만원. 경기를 잘해서 대회 진출이 잦을수록, 운동부 지원금으로 모자라 사비로 충당할 몫도 많아진다. ‘학교에 운동부용 버스라도 있었으면’ 싶다.  “2년마다 일본 쿠루메대와 교류전을 하는데, 현지 최상위 팀이 아님에도 미식축구 저변이 넓고 환경도 좋아서 국내 대학과 실력 차가 있다. 부럽고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불충분한 여건에, 변화가 잦은 대학 팀인데도 꾸준히 잘해온 건 “부 선배님들이 졸업 후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시는 문화가 정착된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강보성(체육교육01-05) 감독은 본업 외 시간을 후배 지도에 쏟아붓고 있다. 오세영 동문이 이끄는 OB회의 내리사랑도 극진하다. 얼마 전 손수 디자인한 단체복과 모자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개강총회, 종강총회 땐 60년대 학번 선배님들도 오셔서 23학번 신입생과 미식축구 얘기를 나눠요. 매년 OBYB전을 여는데 지난해엔 OB 선배님들이 이기셨죠. 60~80년대 이후 전국대회 우승이 없어서 ‘올해 멤버도 좋고, 경기력도 좋다’면서 유독 지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전국대회 4강이 쉽게 찾아오는 기회는 아닌 만큼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시간 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 가져오려 하고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그린테러스는 11월 18일 동아대와 4강전을 펼친다. 결승전은 12월 2일 군위종합운동장. ‘서울대 강팀’의 역사를 써가는 이들이 동문들의 관심을 기다린다.                     
                       
박수진기자

문의 : 정진욱 주장 jinukrock@snu.ac.kr

▷그린테러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nu_greenterr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