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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호 2024년 7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여름엔 울릉도, 겨울엔 필리핀 바닷속 탐험갑니다

서울대 수중탐사대 

동아리 탐방 서울대 수중탐사대 

여름엔 울릉도, 겨울엔 필리핀 바닷속 탐험갑니다




학기 중엔 쉬고 방학 때 원정
체계적 교육으로 46년 무사고 


대개의 동아리가 한 학기 활동을 마치고 쉬어가는 여름방학. 모교 스쿠버다이빙동아리 수중탐사대의 활동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수중탐사대는 7월 1일부터 7월 12일까지 여름 훈련을 열었다. 이 기간 3월부터 모집한 신입 지원자들 중 8명의 부원을 뽑았다. 7월 중순 현재 여름 원정을 떠나 울릉도 앞바다를 탐험 중이다. 

여름 훈련을 일주일 앞둔 6월 25일 서울대입구역 인근 카페에서 수중탐사대 강현구(수의학21입) 대장, 이현승(언어20입), 이현우(역사23입) 부원을 만났다. 그동안 바다에서 받은 햇빛이 건강한 색으로 깃든 얼굴들이었다. 1979년 창립한 수중탐사대는 지금 45·46기가 활동하고 있다. 

“저희는 학기 중엔 활동이 없어요. 대신 1년에 3번 원정을 가죠. 여름엔 울릉도와 제주도를 격년으로 가고, 가을엔 강원도 양양으로 3박 4일, 겨울엔 주로 필리핀 같은 해외로 원정도 가요. 최소 세 학기는 활동해야 하죠.”
활동 회원은 20명 정도. 동아리가 보유한 장비 개수에 맞춰 한 기수에 8~9명 정도를 뽑는다. 수영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평영은 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힘이 덜 들고, 효율적인 영법인데다 바다 한가운데 고립됐을 때 평영으로 2km 정도는 스스로 나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과 함께 시작되는 훈련에서 입부 테스트가 열린다. 5m 깊이 수영장에서 2시간 평영, 50m 잠영, 1분 30초 동안 숨 참기, 마스크와 핀(오리발)을 끼고 잠수해 장비를 벗고 올라왔다가 다시 착용하고 돌아오는 ‘스킨 탈착’ 등 7가지 항목이다. 

2주간 매일 수영장에 모여 선배들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가르쳐준 다음 마지막날 테스트를 치르는 강행군. “아무리 많이 지원해도 힘들어서 자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8~9명 정도가 남게 된다”고 했다. 남녀 성비도 7 대 3 정도로 맞춰진다.

동아리에서 받은 훈련으로 바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딸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이다. 강현구 대장은 “다이빙 숍에서 자격증을 따기도 하는데, 우리 동아리에서 훈련 받은 사람들 실력이 더 뛰어나다. 그만큼 훈련에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매 원정이 끝나면 수중탐사대 SNS는 푸른 바다와 그 속을 유영하는 부원들 사진으로 도배된다. “3일에 11깡 했습니다” 같은 보고도 함께다. 공기통을 의미하는 ‘깡’은 입수 횟수. 보트로 나갈 땐 강사의 도움을 받지만, 육지 가까이서 입수하는 일정은 대개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진행한다. 그럼에도 46년 동아리 역사상 안전사고가 한 건도 없다. 

“반드시 버디와 함께 짝지어 물에 들어가고, 잠수병을 예방하기 위해 감압 훈련과 장비 체크도 철저히 해요. 이번 여름 훈련과 원정을 앞두고도 스태프들끼리 따로 수영장에서 연습을 했고요. 서울대 동아리 중에서 산악부랑 저희 스쿠버다이빙 동아리만 회장을 대장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안전이 중요한 동아리라서가 아닐까요.” (강현구 대장)

물 속에선 무엇이든 재밌고 각별하다. “이 친구가(강현구 대장) 리드해서 들어갔을 때 멀리 가보자고 한 적이 있어요. 점점 물이 얕아지는 것 같아서 나와 봤더니 우리가 수심 80cm에서 수영하고 있더라고요. 더 가려다 결국 길을 잃고 20~30분을 수영해 돌아왔죠. 물속에서도 이 친구가 좌절하는 게 보이니까 너무 웃기고 재밌더라고요.”(이현승) 이현우 부원은 “그때 물 밖에선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놀랐다”며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듯 웃었다. “좀 어설퍼도 우리끼리 들어가면 여기 가볼까? 저기 가볼까? 탐험하는 재미가 있어요.”(강현구 대장) 

이들만의 소통 언어도 있다. 다이버들이 쓰는 수신호다. 물 속에서 ‘좋다’는 의미로 엄지를 치켜들면 ‘(물 위로) 올라가자’는 뜻이 된다. “신입 시절 첫 입수했을 때였어요. 공기통에 30이 남았는데 70 남았다고 수신호를 해버린 거예요. 제대로 말한 줄 알고 왜 안 올라갈까? 하며 따라가는데 어느 순간 공기가 0이 됐죠. 결국 버디의 보조 호흡기를 물고 짝호흡을 하면서 올라왔어요. 올라와서 살짝 꾸중도 들었지만 그 후론 훨씬 안정적으로 다이빙하게 됐어요.”(강현구)

다이빙을 마치면 로그북에 물 속에서 본 동식물을 그리고 설명을 쓴다. 역대 선배들이 쓴 로그북이 동아리에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 

학생들 주머니 사정에 스쿠버다이빙이 만만한 취미는 아니다. 장비는 동아리 공용 장비를 쓰면 되지만 1년에 세 번 국내외 원정을 떠나는 비용이 제법 든다. 이현승 부원은 “학기중에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원도 있다. 그래도 지금 쓰는 돈은 다 추억이 된다고 생각해 학기 중엔 가난하게 살고, 방학 때 즐겁게 사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며 웃었다. 

다이빙을 사랑하는 OB선배들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가진 선배들이 훈련이나 워정을 돕기도 하고, 훈련 마지막 날엔 ‘오리발자국’이라는 이름의 모임에 선후배가 다같이 모인다. “거액을 쾌척하시는 분도 계시고, 티셔츠 같은 동아리 굿즈(기념품)를 만들면 가격보다 더 보태서 사주시기도 해요. 제주도에 갔다가 해양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선배님께 저희 왔다고 연락드렸더니 밥을 사주시기도 했고요.” 이현우 부원은 “제주도 출신이지만 그렇게 회를 많이 먹은 적은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방학의 대부분을 동아리 활동에 쏟아야 하지만, 매 계절 달라지는 바다를 함께 보며 애정 가득한 공동체를 가꿔 나가는 행복이 더 크다는 이들. 7월 14~20일 울릉도로 떠나는 여름 원정에도 기대감을 표했다. 강현구 대장은 “이전에 울릉도에 가서 경로당을 숙소로 썼는데 다같이 이불 깔고 자고, 마당에 쪼그려 앉아 설거지도 하며 동고동락하는 재미가 있더라”고 했다. 이현우 부원은 “제주도 바다에서 본 산호가 잊혀지지 않는다. 양양에선 육지랑 가까운 곳에 들어갔는데 이번 울릉도 원정은 먼 바다라서 어떤 물고기를 볼 수 있을까 궁금하다”며 웃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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