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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2024년 12월] 뉴스 기획

1년 공백 깨고 총학 재건 “젊은 선배들과 ‘커피챗’ 하고 싶다”

김민규 모교 제64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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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공백 깨고 총학 재건 젊은 선배들과 커피챗하고 싶다

김민규 (조선해양공학21) 64대 총학생회




65% 득표율로 의대 후보에 압승
서브웨이입점 공약으로 눈길


이제 학생회는 의제 중심에서 복지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입장으로 실질적인 권익을 실현해 주길 기대하는 것 같아요.” 1122일 관악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규(조선해양공학21) 총학생회장에게 지금 시대 총학생회의 역할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1111~15일 열린 제64대 모교 총학생회 선거에 ‘Signal’ 선거운동본부(정후보 김민규·부후보 김보희 식물생산과학21)로 출마해 하루’(정후보 이강준 의학19·부후보 윤 수 컴퓨터공학부23) 선본을 누르고 64.84% 득표율로 당선했다. 1년의 총학 공백기를 끝낸 구원투수.

‘Signal’ 선본의 주요 공약은 학내 배달존 설치·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스템 구축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학내 입점 등하교 차량 증차 등을 위한 교통환경개선협의회 신설 학점 교류를 통한 군원격 강좌 확대 등. 근래 흐름대로 생활 밀착형 사업에 집중하는 총학이 예상됐다. 그러나 임기 시작 5일 만인 125일 시국에 대응한 학생총회를 소집해 성사시키고, 학생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모습으로 전통적인 총학의 역할또한 건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기 시작 전 당선인 신분으로 응한 본지 인터뷰에선 선거 과정에서 주력한 복지 정책 얘기가 주를 이뤘다.

 

-6년 만에 본투표만으로 선거가 성사됐다. 총학 성립에 대한 열망이 투표율(50.15%)로 나타난 듯한데.

양측 선본이 정말 최선을 다했고,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며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던 것 같다.”

-학생회가 없어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단과대 연석회의가 잘 해왔고, 거대 의제가 많은 상황도 아니어선지 학우들께서 연석회의로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사실 연석회의는 단과대 회장 중 한 명을 의장으로 선출해 의장 본인의 희생이 큰 구조다.”

-선거 운동에 적극적이던데.

최근 들어 총학 선거가 학내에서 명함을 나눠주거나 흡연장 재떨이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 노출을 높이려고 노력해왔다. 요즘은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선본 사진으로) 바꾸는 선거 운동이 대세인데, 이번에 양쪽 선본에서 각 300~500명 참여했다. 수업 5분 전 강의실에 들어가서 홍보하는 아지테이션에선 특정 선본이 아닌 투표 자체를 홍보했다.”

-출마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신입생 때부터 학생회 활동을 하다가 작년에 잠시 내려놓고 전국 게임 개발 동아리 연합 회장을 맡았다. 기업과 협업하고, 다양한 단체와 교섭하면서 많은 사업을 추진해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더라. 총학생회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핵심공약에 배달 존 설치가 있었는데.

학우들이 평소 배달 음식 수령에 어려움이 컸다. 1.5, 2.5층처럼 사이 층이 있는 건물이 많고, 공대는 건물이 복잡하다. 배달존을 지정해 배달 앱 내에 표시하고, 다회용기 서비스 기업과 협업해 다회용기 배달과 음식물쓰레기 처리까지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서브웨이입점도 추진한다고. 방학 때는 손님이 적어 어렵지 않나.

학우들의 요청이 많았던 공약이다. 음식이 빨리 나오고, 가볍게 먹을 수 있어서 니즈가 있다. 최근엔 기업들도 방학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공차, 메가커피 등 입점이 늘고 있다.”

-교통 문제를 교섭으로 풀겠다고.

교통 문제는 총학생회와 관악구청, 학교본부의 협의가 필요하다. 세 기관이 둘씩 따로따로 논의해 왔는데 3자가 함께 참여하는 교통환경개선협의회를 만들려고 한다. 좌회전 셔틀, 하교 셔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좋아해준 공약이 있다면.

사실 중간에 공약을 한 번 수정했다. 공약 투표를 했는데 우리가 짠 핵심 공약이 아닌 학내 과일 특판’, ‘굿바이 키트 제작1, 2위를 한 거다. 농가와 직거래해서 제철 과일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졸업할 때 학교를 추억할 수 있는 굿즈를 선물하겠다는 건데 직관적이라서 선호도가 높았다고 본다.”

-LnL, 학부대학 등 학교 사업엔 어떻게 대응을.

해당 사업들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덴 학우들도 대체로 공감하시지만, 추진 과정이 너무 빨랐던 것 같다. 학교에서 학생 의견을 많이 수렴해 주려고 하셔서 소통할 여지가 있다.”

-‘서울대 총학이라 힘든 점이 있다면.

학교가 워낙 커서 공간적인 제약이 있다. 각 단과대 학생회와 협업을 좀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어떤 학생회를 만들고 싶나.

도움이 될 만한 단체, 기업들을 학우들과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랫폼이 되고 싶다. 우리 학우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인데 학교 안에선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기회를 잡아주는 것이 총학생회의 역할 아닐까. 종종 학생회가 제시한 공약에 이게 된다고?’ 반문하는 분도 있지만, 추진력을 갖고 해나가면 될 만한 사업이 꽤 있다. 믿고 밀어주시면 좋겠다.”

-‘지속가능한 학생회도 내세웠다.

총학이 1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사업을 잘 추진하려면 인수인계와 자료가 중요하다. 기존 공약과 정책, 자료를 아카이빙해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고 임기가 끝나도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직전 정오총학생회가 사업 내용과 교섭 방법 등을 꼼꼼히 남겨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

-총동창회에 바라는 점은.

사회생활 2~3년차 선배님들과 커피챗같은 자리를 마련해 주시면 어떨까. 고위직에 계시는 분들의 조언도 물론 소중하지만, 학생들에겐 실무자들의 취업과 포트폴리오 준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이 절실하다. 이전 학생회에서 일하면서 총동창회가 많이 도와주신 걸 알고 있다. 계속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4학년인데 진로 계획은.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다. 게임 기업을 창업해 디즈니같은 콘텐츠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 사람들에게 더 나은 생활을 제공하고 가치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총학 활동과 방향성이 같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