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호 2024년 8월] 뉴스 기획
“코로나 시기 학창 생활 아쉽지만 진짜 나를 찾는 기회 됐어요”
2020학번이 돌아본 대학 생활
2020학번이 돌아본 대학 생활
“코로나 시기 학창 생활 아쉽지만 진짜 나를 찾는 기회 됐어요”
코로나 팬데믹 동안 모교는 건물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사진은 2020년 기숙사 식당에 칸막이가 설치된 모습.
팬데믹이 끼친 영향 달라도
교류 기회 부족 한목소리
‘아쉬움’, ‘박탈’, ‘보상받지 못한 수험생활’….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위세를 떨치기 시작할 무렵, 모교에 입학한 20학번들은 코로나 시대 대학 생활을 이렇게 돌아봤다. 코로나 팬데믹은 2020년 1월 시작해 2023년 5월 공식 종료됐다. 1년여가 흐른 지금 팬데믹 기간 입학해 졸업 또는 재학 중인 후배들이 느낀 당시 생활과 현재는 어떨까.
신화영(심리20-24) 동문과 화학부 한준영 휴학생, 기계공학부 김호빈씨 외 익명을 요청한 의류, 건축, 독어교육, 정치외교, 자유전공학부 재학생들이 이메일에 답변을 보내왔다.
신화영 동문은 “아쉬움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나를 찾는 기회가 됐다. 코로나가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20학번 응답자들은 모두 입학 직후 시작된 비대면 수업과 새내기대학 등 친목 행사의 취소 영향으로 선후배 및 동기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갖지 못 한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했다.
독어교육과 재학생은 “기대했던 대학 생활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 2년 겪고 군에 입대해 다시 학교로 돌아온 2024년에야 처음 대면 수업을 했다”고 말했고, 코로나 방역 조치가 풀릴 즈음 입대해 지난 1학기에 복학한 건축학과 재학생도 코로나 때 다녔던 대학과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이 완전히 달라 ‘이게 진짜 대학 생활이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답했다. 한준영 학생은 “코로나 시대 땐 대학 생활이 박탈됐다”고 볼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재수생 출신이라 입시를 한 번 더 치른 것을 후회하기도, 한 번 더 입시를 치를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준영 휴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원하던 대학 강의의 모습이 아니라 실망도 했습니다. 과 동기들끼리는 친해진 사람들끼리만 친해졌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는 모래알처럼 흩어졌어요. 저도 모래알 중 하나가 됐고요. 동기 중 적지 않은 수가 반수 또는 편입을 택했고, 휴학이나 군 입대 등으로 소식이 끊긴 동기들도 무척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전엔 ‘떼강’, ‘겹강’ 문화 덕분에 동기들끼리 친해질 수 있었지만, 비대면 전환 이후로는 이러한 문화마저 사라져 동기끼리 친해질 기회를 잃었어요.”
응답자들은 코로나가 대학 생활 전반에 끼친 영향에 공감하면서도 인생 전반에 끼친 영향에 대해선 견해가 달랐다. 건축학과 재학생은 “코로나 출현 전부터 군 입대 계획을 세웠고 그대로 실천했다. 진로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답했고 김호빈 학생, 의류학과 학생도 같은 의견이었다. 반면 정치외교학부 학생은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시행된 비대면 수업과 유례없는 선후배 간 단절을 감안하면 어떤 점 때문이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어떤 식으로든 진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영 학생도 “화학부라서 특히 실험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게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실험에 대한 미련이 크게 남았다. 직접 해 보는 것과 영상으로만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 않나. 직접 실험을 하는 연구실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데는 코로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자유전공학부는 그 특성상 안 그래도 같은 학부 학생들과 같이 듣는 수업이 적은데, 코로나 때문에 교류가 거의 끊겨 진로 탐색에 어려움이 컸다”며 “대학 생활에도 진로 결정에도 코로나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동문 간 네트워크가 탄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답했다.
2020, 2021년 입학 신입생들은 온라인 입학식을 거쳐 모교에 들어왔다. 대면 입학식이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아쉽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었다”(김호빈)는 응답부터 “가끔 입시를 다시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 아쉬웠다”(한준영)는 응답까지 다양했다. 건축학과 재학생은 “모교 입학식은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에게도 뜻깊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입학식 취소로 인해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됐다는 어떤 단계, 서울대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는 어떤 상징을 건너뛰어 버린 기분”이라며 “인생에 두고두고 회자돼야 할 소중한 추억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모교는 비대면 수업 시행은 물론 PCR 검사소 및 자가격리시설을 운영하고, 건물 혼잡도 체크 앱을 개발해 배포하는 등 방역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응답자들은 특히 PCR 검사가 매우 유용했다고 말했다. 의류학과 재학생은 “팬데믹 당시 극장에 가거나 각종 행사에 참가하려면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필요했는데, 보건소에는 대기자가 매우 많아 결과를 빠르게 받아보기 어려운 반면, 학교에선 앱으로 검사를 예약할 수도 있고, 대기도 거의 없이 신속하게 검사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비대면 수업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호빈 학생은 “비대면 또는 하이브리드 수업이 기존 대면 수업보다 효율적인 면도 많았기에 만족하며 수강했었다”고 말했고, 정치외교학부 재학생은 “학교 차원에서 제공한 ‘줌(zoom)’ 덕분에 비대면 회의나 활동에 익숙해진 것도 좋았다”고 했다. 반면 의류학과 재학생은 “과 특성상 코로나 기간에도 어지간하면 대면 수업으로 진행된 실기 수업 외 화상 수업에 대해선 만족하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졸업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신화영 동문은 “부모님과 함께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식장에서 가족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어 기뻤다”고 답했고, 재학 중인 다른 응답자들은 대부분 아직 먼 이야기로 생각하는 듯했다. 건축학과 재학생은 “5년제라 졸업까진 아직 멀었지만, 다른 과 친구들 학위수여식에 참석했었다. 입학식은 없었어도 각자 자기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재학 중 학업에 매진해 아쉬움보단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