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8호 2024년 9월] 뉴스 모교소식
“불확실한 미래 개척 앞장서라” 용기 북돋운 선배들 (제78회 후기 학위수여식)
제78회 후기 학위수여식
제78회 후기 학위수여식
“불확실한 미래 개척 앞장서라” 용기 북돋운 선배들
학사 976명 등 2822명 졸업
축사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8월 29일 모교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셀카를 찍으며 자축하고 있다.
“처음 졸업식 축사 제안을 받았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저희 학과에서 꼴찌로 졸업을 했거든요. 그렇지만 문을 닫고 졸업했던 제가 축사의 자리에 선다는 게 여러분에게 용기를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8월 29일 모교 제78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 연단에 오른 김준구(화학생물공학97-07) 네이버웹툰 대표는 이렇게 운을 뗐다. 김 동문은 “대학은 성적순을 알 수 없지만 졸업 학점이 2.0001이어서 당연히 꼴찌였을 것”이라면서도 “미지의 영역인 사회가 기회의 땅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축사의 부담을 떨치고 오로지 후배들을 응원하려 찾아온 마음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날 김 동문을 비롯한 선배들의 축복과 격려 속에 학사 976명, 석사 1135명, 박사 711명 등 2822명이 졸업을 맞이했다. 졸업과 동시에 이들은 본회 회원이 됐다.
학위수여식에는 모교 유홍림 총장, 조완규 전 총장, 김종섭 본회 회장,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김성철 평의원회 의장, 임호준 교수협의회 수석부회장, 김기현 발전재단 부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유홍림 총장은 졸업생들에게 “서울대 졸업생이란 이름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간판이 아닌 미래를 여는 배움과, 공헌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자긍심을 대변한다”며 “그 자격에 걸맞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축사 연사인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은 거대한 문화가 된 웹툰이 걸음마 단계였고, 누구나 아는 웹툰 작가들이 무명 작가일 때부터 함께 대한민국에 웹툰의 씨앗을 뿌리며 가꾸어 온 분”이라고 소개하며 “여러분도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믿고 새로운 영역, 세계로 과감히 나아가라”고 주문했다.
김종섭 회장은 “여러분들이 살아갈 세상이 녹록지 않지만, 우리 서울대인은 문제가 어려울수록 푸는 과정은 더 재밌고 풀어냈을 때 보람은 더 크단 것을 잘 알고 있다. 모교에서 익힌 지식과 학습의 경험은 어떤 혼돈 속에서도 든든한 나침반이 돼 줄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의 성공은 혼자만의 실력과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서울대인으로서 받은 복보다 더 많이 사회에 복을 뿌리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120년 동안 같이 살 좋은 짝을 찾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라”고 덧붙이자 학부모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는 UN 출판 공식도서를 번역해서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제작한 이창주(독어교육19입)씨가 나섰다. 이창주씨는 중증 자폐를 앓아온 남동생을 보며 장애인식 개선과 장애인 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온 얘기를 전했다.
축사 연사인 김준구 동문은 웹툰계에서 ‘성덕(성공한 덕후)’로 불린다. 네이버 평사원으로 입사해 초창기 웹툰 서비스를 맡았고, 만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웹툰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6월에는 나스닥에 네이버웹툰을 상장시켰다. 김 대표는 “각자의 성공의 정의를 만들자”는 주제로 축사를 전했다. <아래 축사 요지 참고>
이날 도정근(물리천문)·오마이마 즈바리(에너지자원공학)·박보영(국제농업기술 석사) 씨 등 3명이 대학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학생 리더십상을 받았다. 단대별 본회 회장상·총장상 수상자는 아래 표와 같다.
박수진 기자
제78회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8월 27일 관악캠퍼스 잔디밭에서 한 졸업생이 자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관악캠퍼스 잔디광장 인근에 졸업가운을 입은 대형 곰돌이 모양 조형물이 설치됐다.
“자신에 맞는 성공의 의미 명확히 정의하세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축사 <요지>
여러분의 선배로서, 제 실수와 성공의 과정에서 경험한, 후배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부분을 몇 가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릴 부분은 “각자의 성공의 정의를 만들자”입니다.
저는 내성적인 오타쿠 성향의 사람이었습니다. 구석에서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들을 소비하며 참 행복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만화라는 주제의 사업 영역에서, 좋아하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는 것”을 제 행복의 기준이자, 성공의 정의로 생각했습니다.
모회사인 네이버에서 웹툰이라는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사실 경영진 컨펌도 안 받고 몰래 시작했습니다. 사업의 규모는 너무나도 작았고 초기에는 지원을 잘 받지 못했죠. 웹툰의 첫 번째 공모전은 당시 제 석 달 치 월급을 사비로 써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몰래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회사 내 선배들은 가장 유망한 검색이나 커뮤니티 사업으로 전배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좋아하는 웹툰을 매일 보는 걸 계속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다”라고 답했었습니다. 제 성공의 기준과 행복의 기준이 명확히 있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여러분이 성공의 정의를 결정함에 있어 본인의 자유의지를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다른 말로는 본인의 욕망에 솔직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네이버웹툰을 저를 위해서, 그리고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제가 더 재밌고, 많은 작품을 보고 싶었거든요. 자신의 자유의지에 솔직한 목표를 세우면, 쉽게 말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매일매일이 성공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망설이지 말자”라는 것입니다. 본인에게 솔직한 성공의 정의,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를 최우선으로 놓고 전력질주함에 있어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작가에게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하자고 결정했던 사례가 그렇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의 악화가 뻔히 예상됐지만, 더 많은 작가의 참여를 만들어내고 먼 미래엔 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란 믿음으로 베팅을 했습니다. 더 재밌고 많은 작품을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노스 스타가 모든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 줬습니다.
본인만의 성공의 공식에 몰입하는 과정 속에서 방법론적인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건 “피드백의 중요성”입니다. 피드백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많은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선택지를 다양하게 해주는 가장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이는 사회생활에서의 다양한 지침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인생에서 고난의 순간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네이버웹툰을 만들고 성장시키며 했던 모든 일들도, 제 개인의 통찰이었다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항상 청취했기에 가능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라는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성공의 공식을 찾고, 이를 위해 살아가면서 그 과정이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