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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2023년 9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4만명 중 외국인 학부생은 200명, 대표연설 부탁받고 부담은 됐죠”

정치외교학부 독일 유학생 두빈스키 니나

“4만명 중 외국인 학부생은 200명, 대표연설 부탁받고 부담은 됐죠”

정치외교학부 독일 유학생
두빈스키 니나




다문화 봉사 활동 2년간 쉼 없이 해와
젠더·지역·세대 간 갈등, 역지사지 마음으로
한국 학생들 잠도 자고 운동도 했으면
국제기구나 NGO에서 한국 위해 일하고파


지난 2학기 학위수여식에서 7년 만에 유학생 출신으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해서 화제가 된 두빈스키 니나(Nina Carolin Dubinski, 정치외교학부 19입) 씨.

그녀는 서울대 재학 기간 동안 꾸준히 한국 지역사회와 캠퍼스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국제화와 다양성 증진에 기여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국적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샤눔다문화공헌단’서 회장으로 활동하며 교내,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리더십과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그녀가 졸업생 대표로 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학위수여식 3일 전인 8월 26일 오전 낙성대역 인근 커피숍에서 두빈스키 니나 씨를 만났다. 29일 학위수여식 이후 서면으로 보충 질의를 했다.


-연설 준비는 다 하셨어요?
“네. 영어로 작성을 해서, 한국어 번역까지 마쳤습니다. 깊은 내용을 담을 때는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조금은 편해요.”

-대표 연설을 요청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전체 4만명 서울대생 가운데 외국인 학부생은 대략 200명입니다. 전체의 0.5%인 셈이죠. 그런 제가 서울대생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게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저 역시 4년간 서울대생으로 치열하게 공부했고, 매월 말 가계부를 쓰면서 천원 식사의 귀중함을 알기도 했죠. 일반 서울대생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수락했죠.”

-어떤 메시지를 담았나요?
“음, 위 답변과 연결되는 것인데, 저를 독일인으로 볼지 아니면 서울대생으로 볼지에 따라 멀게 느껴질 수도,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요즘 들어 젠더, 지역, 종교, 세대, 직업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우리가 서로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하나요? 스스로 어떤 눈으로 볼지, 그 결정에 따라 남들과 멀어지거나,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에서 동아시아미술사를 1년 배우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한 동기는 어떻게 되세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당연히 안 될 줄 알았거든요.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싶었어요. 정치를 공부하면 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됐죠.”

-베를린 자유대를 그만두고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유학을 꿈꿨어요. 11살 때 처음 혼자 영국으로 가서 공부한 적도 있고요. 중국, 일본도 장시간 여행 다니기도 했고요. 큰 걱정은 안 하셨어요.”

-일본, 중국도 있는데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일본, 중국, 베트남은 가봤는데, 한국은 가보지 못했어요. 일본, 중국에서 몇 달 머무르며 언어 공부를 했었는데, 한국어가 쉽지 않을까 해서 선택을 했죠. 하지만 오판이었죠(웃음).”

-4년간의 학교생활은 만족하세요?
“절반 이상을 코로나 팬데믹으로 보낸 게 많이 아쉬워요. 1, 2학년 때는 놀고 싶은 마음도 컸는데, 전공 따라가기가 너무 벅찼어요. 한국 학생들의 두세 배를 노력해야 수업을 겨우 따라갈 수 있었으니까요. 토론할 때 내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기 어려워, 머뭇거린 순간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었는데, 두려움이 많아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워요. 신범식, 손정욱 교수님 수업을 좋아했어요.”

-교양과목 중 기억에 남는 수업이라면.
“학문에 쓰이는 언어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교양과목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찾아 들었어요. 이해하는 데 덜 집중해도 되니까요. 인문대 심리학 강좌, 자연대 외계 행성과 생명 이런 수업이 기억에 남네요.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불어 수업도 들으려고 했는데, 한국어로 가르치는 불어라 도저히 못 따라 가겠더라고요(웃음).”

-평균 학점이 궁금하네요.
“3점 중반 되는 것 같아요. 아쉽긴 하지만, 다른 좋은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독일에서 대학 다녔으면 성적은 잘 받았겠지만, 다양한 인간관계, 다문화 경험 등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서울대생은 어떤 것 같아요?
“우선 굉장히 똑똑해서 배울 게 많아요. 성실하고요. 그런데 가끔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한국 사회에서 공부가 중요하긴 한데, 균형을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운동도 하고 잠도 좀 푹 자야지 건강할 수 있는데, 그쪽으로는 관심을 덜 두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들인 습관 탓이겠죠. 한국 청소년들이 잠 못 자면서 학원 가서 선행 공부하는 거 보면 이해가 잘 안 되죠. 기숙사에 있을 때 옆 건물 학생이 자살한 적이 있어요. 큰 충격이었죠. 서울대생이 무엇 때문에 극단 선택을 했을까. ‘어 이거 이상하다. 뭔가 문제가 있구나’ 싶었어요.”

-좋아했던 공간은 어디였나요?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도서관이었어요. 조용하고 책 냄새나는 그 공간이 좋았어요. 또 대운동장 위 벤치 아세요? 경영대 길 건너에 있는. 거기서 넓은 대운동장과 관악산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제 고향이 알프스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산이 좋아요.”



샤눔다문화공헌단 단원들과 음식 나눔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빈스키 니나씨.


-글로벌사회공헌단에 합류하게 된 동기를 말씀해 주세요.
“3학년 때 글로벌사회공헌단의 근로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글로벌공헌단의 국내팀에서 샤눔다문화공헌단 학생 대표로 함께 했죠.”

-기억에 남는 활동은.
“발달 장애인들과 운동, 관악산 오르며 쓰레기 줍기, 다문화 배경 아이들 멘토링 등 많은 것들이 떠올라요. 아, 연말에 김장 만들기 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학기 중에도 활동이 많았나요?
“그럼요. 3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쉬는 달 없이 봉사 활동을 계속했어요. 학내에서 유학 온 신입생들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멘토링도 열심히 했고요.”

-4년간 경험한 한국인은 어떤가요?
“따뜻하고 밝다? 역동적이고. 한국 처음 왔을 때 열심히 산다는 게 뭐지? 했거든요. 이제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네요.
“당장 유학 비자가 9월에 만료가 되고, 구직 활동 비자가 나오는데, 6개월이에요. 유엔 산하 기관에 인턴십을 신청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우선 이번 주 코엑스에서 하는 유학생 채용 박람회에 가보려고요.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욕심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월세도 내야하니까요. 여유 생기면 그때 NGO나 유엔에서 외국인으로서 한국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봐야지요.”

요리를 좋아해서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선택했다는 두빈스키 니나씨는 된장찌개와 김치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치킨을 먹을 때도 밥과 같이 먹는다. 한국말도 잘해, 방송국에서 섭외 요청은 없느냐 물었더니, 아직 요청은 없다고 했다. 곧 TV에서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