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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호 2022년 3월] 뉴스 모교소식

제76회 온라인 전기 학위수여식

“새 동문 환영합니다” 학·석·박사 4710명 졸업

차도를 없앤 정문 광장에서 졸업생들이 마음껏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모교는 지난 연말 정문 옆에 우회도로를 만들어 정문 주변을 안전한 광장으로 재단장했다.


“새 동문 환영합니다” 학·석·박사 4710명 졸업 
 
제76회 온라인 전기 학위수여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축사
봉사·헌신 인재에 리더십상
차없는 정문 앞 기념촬영 인파 


“오늘 저는 그동안 졸업식을 거행해 왔던 체육관에 와서 축사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바로 이곳에서 여러분을 떠나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월 25일 온라인에서 열린 모교 제76회 전기 학위수여식은 텅 빈 체육관에 들어서는 오세정 총장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2년 전까지 열리던 대면 졸업식을 연상케 하는 화면이었다. 이날로 4번째인 온라인 학위수여식을 통해 학사 2310명, 석사 1588명, 박사 812명 등 총 4710명이 학위를 취득하고 본회에 입회했다. 

오 총장은 졸업생들을 격려하면서도 코로나와 기후변화, 국제정세 변화 등 당면한 어려움을 상기시켰다. “어려움에 굴하거나 난관을 회피하지 말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라”고 주문한 그는 공공심(公共心)도 강조했다. “국민들이 서울대인에게 보내는 관심과 기대는, 사회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도정에서 여러분이 지도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간절한 당부”라고 말했다.  
이희범 본회 회장도 “코로나 세대라고 자조하기보다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 시대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근면성실하고 역지사지하며, 타인에게 배우는 자세를 가지라면서 동창회의 43만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축사 연사로 등장한 반기문(외교63-70) 전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와 세계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초심을 가지고 활동한 시간을 반추했다.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며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되 여러분의 꿈은 양심과 배려, 온정의 정신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졸업생 대표로는 시각장애인 최초로 5급 공채에 합격한 강민영(교육15입)씨가 인사했다. 수업 전 교재와 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문제로 대학 생활에서 순탄했던 학기가 한 번도 없었다고 돌아본 그는 “이런 과정에서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학습 환경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고, 5급 공채 준비의 모든 관문을 통과해 ‘균등한 교육환경 실현’이라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누군가는 나이, 성별, 장애 등의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도전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밖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멜로디에 모교 교가 가사를 붙이고 학교 곳곳을 배경으로 촬영한 이색 뮤직비디오가 재미를 더했다. 

비대면 졸업식을 전후해 관악캠퍼스 ‘샤’ 모양 정문 앞은 기념사진을 찍는 졸업생과 가족들로 북적였다. 모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공사를 통해 정문 아래로 지나가던 차도를 정문 옆으로 우회시켰다. 아직 보도블럭을 깔진 않았지만 정문 주변을 연석으로 구분지어 보행로임을 분명히 했다. 

도로 가운데 위태롭게 줄지어 기다리다 서둘러 기념촬영을 하고 떠나던 옛 풍경은 온데간데 없었다. 전동 휠체어에 오른 졸업생은 느긋이 광장을 가로질렀다. 곳곳에 삼각대가 세워지고 학사모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박주철(산업공학77-81 울산대 교수) 동문은 수의대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아들 박기환씨를 축하하기 위해 아내와 이곳을 찾았다며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을 들고 오랫동안 가족사진을 찍었다. 박 동문은 정문을 보니 “공릉동에서 공부하고 관악에서 졸업했던 날이 생각나 감회가 새롭다”며 웃음지었다. 

한편 모교는 ‘서울대학교 학생 리더십상’을 신설하고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수여했다. 타인의 성장을 도우며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리더가 되도록 독려하는 의미가 담겼다. 수상자는 김혜준(자연대), 백민준(수의대), 안명근(공대 박사과정), 이다은(경영대), 이동형(사범대), 최재아(농생대 석사과정) 씨다. 

김혜준씨는 선천성 다발성 관절 구축증이라는 희귀질환을 가졌으나 교내 장애학생 처우 개선에 힘쓰고, 탈북 청소년 멘토링과 전국 대학생 생물학 심포지엄 위원장을 맡는 등 봉사와 학술 활동에 앞장섰다. 백민준씨는 수의대 학생회장으로 간호대, 의대, 수의대, 치대 등 교내 의료계열 대학과 연합축제를 개최하고 학생과 학교 간 소통에 기여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