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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호 2024년 5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유홍림 총장의 ‘초융합형 인재 육성’에 거는 기대

전영기 전영기
 
유홍림 총장의 ‘초융합형 인재 육성’에 거는 기대



전영기
정치80-85
시사저널 편집인·본지 논설위원

 
필자의 1980년 정치학과 입학학번 동기생 24명 가운데 부처님같이 평정한 얼굴에 과묵하면서 의리 있고 공부 잘하는 유홍림 학우가 있었다. 모교를 거쳐간 동문들이 수십만명은 될 텐데 동기생 친구를 ‘서울대 총장’으로 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유홍림 총장이 취임하고 나서 꽤 오랫동안 어느 모임에든 가면 괜히 “내 친구가 서울대 총장이야”라는 식으로 으쓱대곤 했다. 사람들은 꼴사나워 하기보다 흔연히 받아주는 편이었다. 서울대 총장이 권력이나 돈을 쓰는 자리였다면 그런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다. 

서울대 총장은 부귀와 거리가 있다. 세상을 밝히는 ‘지성의 등불’이라는 이미지가 사람들 사이에 여전하기에 나의 친구 자랑은 나쁜 대접을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27명의 총장이 나왔지만 앞으로도 “진리는 나의 빛”이 학문과 인격에서 묻어나는 분들이 서울대를 이끌어 나가리라 믿는다. 

2025년은 수도권 곳곳에 흩어졌던 대학 캠퍼스들이 관악산 기슭 한 곳으로 모인 1975년 ‘서울대 종합화’ 50주년의 해다. 유홍림 총장은 내년 종합화 50년의 의미와 기대를 이렇게 말한다. 

“르네상스·산업혁명 등 인류 문명의 대전환기엔 늘 대학의 역할이 있었다. 산업화·민주화 등 한국 국가 발전의 중심에 항상 서울대 동문들이 있었다.…지금도 격변의 시대다. 내년 종합화 50년을 맞는 서울대는 격변기에 소명을 다할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첫 번째 소명이 ‘융합형 인재’의 배출이고 두 번째가 과학기술의 가치 창출이다. 서울대는 종종 국민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서울대에 대한 기대의 반증이 아닐까.”(올해 1월 신년사와 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짜깁기 발췌)

‘종합화’는 정치철학을 전공한 유 총장에 따르면 “하부단위 구성 요소들의 합으로만은 예측할 수 없는 상위체계의 전혀 새로운 특성들이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발현되는 것”을 말한다. 필자의 개인사 차원에서 예를 든다면, 학부 2학년이었던 사회과학대생 필자가 계곡 저수지에서 수영하다 쥐가 나는 바람에 익사할 뻔했을 때 공대생이 구출해 준 사건, 4학년 때 연애하던 약대생과 쓰디쓴 이별을 하면서 경험했던 인생의 한층 깊은 고뇌와 성숙, 대학원 졸업 직후 음대생인 아내를 만나 잘 살고 있는 현실 등은 ‘관악 종합화’가 없었다면 발현할 수 없었던 상위체계의 전혀 새로운 특성일 것이다. 

역사적 차원에서 진행중인 모교의 ‘제2기 종합화’는 2027년 완성이 목표라고 한다. 이를 구현할 신규 인프라 구축에 대학본부 예산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초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유홍림 총장의 2기 종합화 소망이 실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