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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호 2025년 1월] 뉴스 기획

관악 종합화 50년① 관악캠퍼스 50년…글로벌 대학으로 자랐다

캠퍼스 종합화 배경과 의미
 
관악캠퍼스 50년…글로벌 대학으로 자랐다



규모 확장하라 박정희 대통령 지시에 관악 낙점
기초학문을 내부, 전문 계열을 외곽배치
종합화 후 문리대 3개 대학으로 나뉘어
2025년은 진정한 종합화 원년의 해
학부대학·첨단융합학부 등 교육 혁신 박차 


캠퍼스 종합화 배경과 의미

202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 종합화 50년을 맞이했다. 
1946년 개교 이후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들이 1975년 종합화되면서 다양한 학문 간 교육과 연구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모교는 글로벌 명문 대학을 목표로 꾸준히 발전해 세계 30위권 대학의 반열에 올랐다. 모교 출신 인재들은 과거의 전통을 이어받아 재계·정계·산업계·문화계 전반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모교의 종합화는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 중점 산업이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고급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제기됐다. 반도체·원자력 같은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를 배출해내는, 내실 있는 교육과 연구가 절실했던 것. 종합화 이전 모교는 연립대학의 성격이 너무 강해 단과대학 단위를 넘어선 학술교류나 합동 연구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교육·연구의 내실화를 위해선 각 기구의 유기적 연결이 필요했다. 캠퍼스 종합화는 이를 위한 기본적 조치였다.

1958년에 이미 서울대학교 종합계획수립위원회가 설치됐으며 1960년 7개년, 1962년 5개년, 1966년 6개년 등으로 변경되다가 1968년 10개년계획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같은 해 6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전 및 종합화가 기정사실로 굳어지자 서울대학교 설치령에 의거, 총장 산하에 기획위원회와 건설본부가 설치됐다. 1966년 6개년계획 때까지만 해도 메인캠퍼스는 동숭동 일대였다. 문리대·의대·법대가 모여 있던 곳이었고, 학교 측과 정부 당국자 모두 기존 건물 또는 부지를 재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의 규모를 확장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왔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협소한 동숭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되자 새로운 부지를 물색했다. 

초기엔 공대가 있던 공릉동과 농대가 있던 수원, 그리고 시흥군 안양읍 등이 물망에 올랐다. 지형과 주변 환경, 부동산 투기까지 여러 요소를 고려하느라 2년이 소요, 1970년에야 관악산 서북지역이 최종 선정됐다. 서울 중심부에서 가까운 한강 남쪽이란 지리적 이점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광범위한 교육 활동영역 등이 선정 이유로 꼽혔다. 당시 관악캠퍼스 부지에 골프장을 건설한 동서관광주식회사는 정부 발표에도 땅을 내놓지 않으려 했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강한 의지로 확정지었고 1971년 4월 2일 종합캠퍼스 기공식이 열렸다.   
 
관악캠퍼스 조성사업은 인문관·사회관·자연과학관·중앙도서관·학생회관·대학본부·파워플랜트·기숙사·종합운동장 등 핵심 건물을 완공하는 1단계와 약학관·환경가정관·ROTC관·예능관 등을 완공하는 2단계, 대강당·박물관·공학관·실내체육관을 완공하는 3단계 등으로 진행됐다. 

1974년 3월 30일 1단계 조성사업이 마무리됐고, 1975년 1월 21일부터 이전을 시작해 동숭동에 문리대·법대, 용두동에 사범대, 종암동에 상대, 방산동에 음대 등 각지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이 1976년까지 이전을 마쳤다. 이때 학과체제에도 대대적인 개편이 일어나 문리대가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등 3개의 기초학문대학으로 나뉘었고, 상대도 해체돼 경제학과가 사회대에 통합됐고 경영학과는 경영대로 독립했다. 

공간의 변화와 함께 교육기구가 재편된 것이다. 1976년 3월 수의과대학이 농과대학에서 분리 독립했으며, 일반대학원의 업무 대부분을 각 단대 및 학과로 이관했고, 교육과정 또한 학부과정과 종합화했다. 전문대학원은 학부과정이 없는 경우만 존속시키고, 경영대학원·교육대학원·신문대학원은 폐지했다. 

종합화를 기점으로 대학행정의 본부 집중이 본격화했다. 이전엔 학칙이 8개 존재할 만큼 기존 교내 기구들이 제각기 독립된 위상을 가졌으나 1975년 7월 서울대학교설치령 개정을 계기로 8개 학칙이 폐지되고 단일 학칙이 등장했다. 본부가 직접 학과 단위를 컨트롤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이 마련된 것. 

이어서 1980년 공대, 2003년 농대와 수의대, 2010년 보건대학원이 이전을 완료하면서 서울대는 관악의 메인캠퍼스와 연건의 의학캠퍼스로 양분됐다가 2014년 평창캠퍼스 완공, 2020년 시흥캠퍼스 1단계 완공을 거치면서 멀티캠퍼스의 형태를 띠게 됐다.


SNU 커먼즈·거주형 대학 도입

“진정한 종합화는 캠퍼스의 통합만이 아니라 대학의 본분인 교육과 연구에서의 통합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유홍림 총장은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종합화 50주년의 의미를 이같이 말했다. 공간은 50년 전 통합됐지만, 교육·연구 면에서 진정한 종합화를 달성했는지 자문이 전제된 말이었다.

모교가 종합화 50주년을 기해 분과 학문과 전공의 칸막이를 넘어선 융합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만의 ‘융합 교육 플랫폼’을 제시하며 이에 걸맞은 물리적 환경도 조성하기 시작했다. 모교가 추진하는 융합 교육 플랫폼의 두 축은 ‘첨단융합학부’와 ‘학부대학’이다. 

지난해 3월 신설된 첨단융합학부는 입학 후 3학기 동안 첨단 분야 융합 교육을 받고 △디지털헬스케어 △융합데이터과학 △지속가능기술 △차세대지능형반도체 △혁신신약 5개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하는 학사 과정이다. 매년 정원 218명을 받아 ‘첨단과학 기술 전문성과 초학제적인 융합 소양과 소통, 협업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2024년 출범한 첨단융합학부는 첨단 분야 융합 교육과 진로 탐색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으로 SNUTI to Silicon Valley 연수를 다녀온 첨단융합학부 학생들. (사진=첨단융합학부 홈페이지)


올해 3월부터는 ‘학부대학’을 출범하고 융합 교육을 전체 학생으로 확대하기에 나섰다. 학부대학은 기존의 전공별 교육을 지양한다. 서울대 전체 학생에게 소속과 전공 구분 없이 미래사회에 걸맞은 공통핵심역량교육, 융합교육, 글로벌교육을 제공한다. 

학부대학의 핵심 활동 ‘베리타스 세미나’는 신입생 3800명을 120명씩 나눠 사고와 토론 중심 교육을 진행한다. 수업 진행은 전공이 다른 교수진 2인 이상이 함께 맡는다. 이 수업에선 인간, 사회, 자연, 기술을 아우르는 주요 문제들에 대해 ‘큰 질문’을 던진다. 강의와 토론, 20명 규모의 소그룹을 지어 분반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이번 해부터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정원 124명)와 ‘학부대학 광역’(정원 36명) 모집단위를 두고 무전공 신입생도 선발했다. 자유전공학부는 기존 체계대로 2학년 때부터 의치대·간호대·약대·수의대·사범대 등 국가자격증이 나오는 단과대를 제외한 10개 단과대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소속은 자유전공학부로 유지한다. ‘학부대학 광역’ 학생은 2개 학기 이상 이수 후 전공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자유전공학부와 같지만, 음대·미대·첨단융합학부 등을 제외한 7개 단과대학 내에서 전공을 결정하고 전공 결정 후 해당 소속학과로 소속이 변경된다. 

이와 동시에 캠퍼스 곳곳에선 소통과 협업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는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SNU 커먼즈(SNU Commons)와 거주형 대학 ‘LnL(Living & Learning)’이 그 일환이다. 
SNU 커먼즈는 행정관 앞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인근 중앙도서관, 행정관, 학생회관, 문화관을 종횡으로 엮은 공통 공간이다. 캠퍼스 중앙에 조성된  커먼즈(공통장)에서 학생들은 더 자주 모이고 부딪히며 이전과 질적·양적으로 다른 교류를 경험하게 된다. 

그 시작점으로 지난해부터 중앙도서관 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중앙도서관 1, 2층을 개조한 공간엔 학부대학 베리타스 세미나가 이뤄지는 ‘베리타스형 강의실’과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선다. “신입생 공통경험이라는 측면과, 베리타스 실천을 위한 마음가짐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공간의 형식적 새로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구조와 가구 하나까지 고심하고 있다. 향후 ‘아크로’ 광장에 SNU 커먼즈를 위한 신축공간이 들어설 수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SNU 커먼즈’ 조성을 위한 기금 모금에 김종섭 본회 회장, 박식순(농산업교육77-81) 회장, 송재성(경영91-95) 모교 신한은행 지점장 등 동문들의 성원이 잇따르고 있다. 

모교 거주형 대학 ‘LnL’에선 올해로 2년째 다양한 전공과 출신 지역 학생의 융합, 주거와 배움의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 LnL 학생은 모교 기숙사 906동과 919D동에 거주하며 공동체 관련 과목을 수강하고, 비교과 활동으로 다양한 단체 활동을 경험하며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운다. 

2023년 1학기 관악캠퍼스 906동에서 신입생 250명 규모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2024년엔 기숙사 한 동을 더 추가해 신입생 410명, 멘토 56명, 프록터(대학원생 조교) 11명으로 인원을 늘렸다. 올해부터 ‘오픈 LnL’ 운영을 시작해 일반 기숙사생에게도 LnL을 체험하게 하는 등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가고 있다. 기존 기숙사 건물들을 재건축하면 신입생 전원의 LnL 참여가 가능해지며, 학부대학과 긴밀하게 연결돼 모교 융합 교육을 이끌 전망이다.  


2023년부터 시작된 거주형 대학 'LnL'에선 주거와 배움의 통합 하에 다양한 전공생 간의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모교 LnL 홈페이지)


나경태·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