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46호 2023년 9월] 뉴스 본회소식

내 돈 쓰며 봉사한다, 라오스 시골마을서 땀 흘린 서울대인

비엔티엔주 나봉마을 찾은 라오스 SNU공헌단

내 돈 쓰며 봉사한다, 라오스 시골마을서 땀 흘린 서울대인




8월 10~19일 라오스 비엔티엔주에서 글로벌사회공헌단 40여 명의 단원들이 의료 교육 봉사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나폭초등학교에서 교육 나눔 봉사활동 모습.


라오스 SNU공헌단
비엔티엔주 나봉마을서 10일간
동문 단원 4명 보건의료 활동 펼쳐


무더웠던 지난 8월 15~18일, ‘동문과 함께하는 라오스 SNU공헌단’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라오스 비엔티엔주 나봉마을을 다녀왔다. SNU글로벌 사회공헌단은 매년 여름, 겨울 방학이면 저개발 국가로 공헌 활동을 떠난다. 오랜 팬데믹 시기를 보내고, 이번 여름에는 라오스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인도네시아에서 약 200여 명의 단원이 봉사 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본회는 올해 글로벌사회공헌단과 협력을 약속하고, 이번 라오스 봉사 활동에 9000만원을 지원했다. 의료·보건 분야에서 활약하는 젊은 동문 4명도 함께 했다. 이들은 재학생 단원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때론 선배 역할을 하면서 이번 활동에 일익을 담당했다.

코로나로 대외 활동이 적었던 재학생 단원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봉사의 보람뿐 아니라 소통하며 협력하는 방법, 타문화 이해 등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도 키울 수 있었다. 이들은 60만원의 비행기 삯을 자부담했다.


닭장 짓고, 건강 검진 해주고…휙 지나간 열흘
주민 건강 검진 중 종양 발견도


라오스 공헌 활동은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간 진행됐다. 단원들의 준비는 3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20여 명의 라오스팀이 꾸려지고, 라오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오랜 토의를 거쳐, △의료 보건 활동 △닭장 제작 △교육 나눔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장윤석(의학89-95) 분당 서울대병원 교수, 지성태(농경제95-01)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가 지도교수를 맡고, 글로벌사회공헌단 이윤효 씨가 매니저를 맡았다. 현지 코디네이터로 밀크포라오 이재원(대학원15-18) 대표와 직원들이 도왔다. 학생팀장은 백지선(제약18학번) 씨가 맡았다. 라오스국립대학생 등 현지 학생 20여 명도 단원으로 협력했다.

16일 오후 최수정(농산업교육01-05) 글로벌사회공헌단 부단장의 안내를 받아 처음 방문한 곳은 ‘라오스-한국 지역 개발 트레이닝 센터’. 한국 코이카에서 지어준 건물이다. 이곳 연수원에서 2인 1실로 40여 명의 단원이 숙식하고 건강검진 등 의료 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1층 강당은 건강 검진 결과를 보러 오는 주민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앞서 8월 13일부터 14일까지 80여 명의 주민이 혈액, 소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장윤석 지도교수는 “타국 의료진들의 진료, 치료 행위는 여러 절차를 밟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건강 검진과 예방 교육만 진행했지만, 평생 건강 검진을 못 받아본 분들도 있기 때문에 만족도는 높았다”고 했다.




의료담당 단원이 건강 검진 검사 결과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의료 보건 봉사 활동을 펼친 장윤석 지도교수, 이은규·신희수·김성진·이다은 동문(왼쪽부터)


오후 3시쯤 되자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심혈관 질환 예방과 손씻기, 이 닦기 등의 위생 교육을 받고 마지막으로 본인의 건강 검진 결과에 따른 설명을 들었다.

심혈관 질환 예방 활동 부스에서 만난 학생 단원은 “라오스 사람들이 짜게 먹는 음식 습관과 흡연율이 높아 이와 관련된 예방 교육 활동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공군에서 간호장교로 복무한 신희수(간호16-20) 동문은 “이번 검진을 통해 폐 쪽에 종양이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해 사후 조치를 안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건강 검진 결과 설명을 듣고 돌아가는 50대의 깜언 꾸안띠 씨는 “작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검사하고 설명을 듣기는 처음”이라며 “이번에 심장 쪽 문제를 알게 돼 다행이고,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지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겠다”고 했다.

아이들과 놀며 눈높이 교육

이튿날 오전에 방문한 곳은 비엔티엔 중심가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나폭초등학교. 이곳에서 교육 나눔 봉사 활동이 진행됐다. 우리나라 70년대 교정이 떠오르는 학교 운동장엔 개, 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오토바이로 아이들을 등교시킨 학부모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교육 나눔 활동은 학생 단원들의 활약이 컸다. PT 로켓병 등 준비해간 학습용 교구만도 100kg이 넘는다. 이 교구들을 항공 우편 등을 통해 별도로 라오스로 보낸 것도 아니다. 각 단원들이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분량을 정확히 나눠 각자 트렁크에 가져왔다고 한다.

한국의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정성껏 준비한 놀이 교육에 라오스 초등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답했다. 라오스 인구(760만명)가 많지 않듯, 학교도 한 학년에 한 반씩 배정됐다. 학생 단원들은 학년별 수준에 맞춰 그림 그리기, 위생 교육, 과학 교실, 음악 교실 등을 열어 눈높이 학습을 펼쳤다.

바깥 기온은 섭씨 36도를 오르내리는 상황. 천장에 달린 선풍기 하나만으로 더위를 달래기에 역부족이었지만, 단원들은 현지 아이들과 기쁨으로 마음을 나눴다. 운동장 한편 나무 아래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할 때, 우쿨렐레를 치며 아이들과 노래를 부를 때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만은 통해 보였다. 이들의 과학·보건·문화 나눔 교육은 18일까지 이어졌다.

온·습도 자동 조절 닭장 제작

17일 오후 땡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비포장도로를 지나 스마트 닭장 제작 현장으로 이동했다. 우기 때라 물웅덩이로 통행이 어려운 곳도 많았다. 코이카 숙소에서 1시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허름한 시골 농가. 길도 제대로 닦여있지 않고, 상수도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체감온도 40도를 웃도는 현장에서 지성태 지도교수와 닭장 제작팀은 일주일 동안 오가며 톱질 하고, 못을 박고, 전선을 잇고, 지붕을 놓아 200여 마리가 들어가는 ‘스마트닭장’을 만들었다. 지성태 교수는 “우기였지만, 제작 기간에 큰비가 내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고 했다. 여기뿐 아니라 이 시골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농가에도 비슷한 규모의 닭장을 제작했다.



비엔티엔주 시골 마을에 스마트 닭장을 짓고, 단원들과 현판식 후 기념 촬영. 가운데 현지 주민.


온습도 자동조절이 되는 스마트 닭장 내부. 일주일 동안 지었다.


이날은 병아리를 방사하고, 현판을 다는 날. 100여 마리의 병아리들이 모이를 쪼고, 저들끼리 장난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쪽 벽에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습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작동하고 있었다. 라오스는 전기, 수도, 가스 인프라가 열악해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

기계공학부 3학년인 고현수 닭장 제작 팀장은 “전기는 태양광을 통해 공급이 이뤄지게 했고, 물은 빗물 저장고를 연결해 해결했다. 해서 스마트닭장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했다.

닭장 현판은 ‘SNU FAG’. 새겨진 글자 위에 단원들의 이름을 빼곡히 채웠다. 앞니가 빠진 농가 주인은 두 손을 모아 ‘컵짜이 드어(감사합니다)’ 인사했다.

18일 오전 나폭초등학교에서 교육 나눔 활동을 마무리한 단원들은 코이카 연수원으로 돌아와 주라오스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동문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 유병석(외교92-99) 공사참사관, 김찬호(산림자원98-03) 해외안전담당 영사, 정지양(영어교육03-09) 일등 서기관이 참석했다.

유병석 참사관은 “라오스에서 동문과 재학생이 모이기 쉽지 않은데, 이런 활동으로 보게 돼 무척 기쁘다”며 “여러분의 공헌 활동이 우리 대사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 동문은 “라오스는 3무의 나라”라며 “바다가 없고, 장례식에서 우는 사람이 없고,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이 없는 나라”라고 라오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베트남 전쟁 때 집속탄 300만톤이 라오스 땅에 떨어져 이 가운데 30만톤이 불발탄으로 남아 해마다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아픈 역사를 알리기도 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


내륙국가인 라오스 지도.


단원들 마지막까지 금주 원칙 지켜

대사관 동문과의 만남의 시간 이후 페어웰 파티(Farewell party)가 시작됐다. 활동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에 지성태 지도교수는 “총동창회의 지원으로 이번 활동이 가능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이곳에서 쌓은 단원과의 우정, 라오스 친구들과의 우정이 영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진(의학17-22) 동문은 “저와 같은 나이인 라오스 의사 친구들과 언어를 넘어서 같은 학문 아래에서 소통하며 진료할 수 있었던 날들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다.

백지선 학생단원 팀장은 “3개월 동안 여러 프로그램들을 준비해오면서 이것들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 현지에 도움이 될까 걱정도 많았다”며 “그런데 10박 12일간 많은 기적들이 일어나면서 실제로 되는 모습을 보니 참 뿌듯하고 울컥했다”고 했다. 또 “한국 단원들과 5월부터 총 450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제 대학 시절 최고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진 사람들을 알게 돼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소감 발표 후 라오스 현지 단원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얼싸안으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단원들은 마지막 날까지 금주 원칙을 지켰다. 이번 활동을 위해 삼익악기에서 우쿨렐레와 하모니카를, 부영에서 3일간의 숙식(비엔티안 부영 골프리조트)을 제공했다.


라오스=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