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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2023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서울대 출신 하면 뭐가 떠오릅니까

오형규 한경TV 상무 앵커·본지 논설위원
관악춘추
 
서울대 출신 하면 뭐가 떠오릅니까


오형규
국문82-89
한경TV 상무 앵커·본지 논설위원


“서울대 출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명사나 형용사로 요약해 달라고 주문했다. 응답자들의 성별, 나이, 출신학교만큼이나 다양한 답이 나왔다.

우선 ‘똑똑한, 스마트, 머리 좋은, 자신감, 엘리트’ 같은 답이 많았다. ‘실력, 성공, 자격 있음’도 더해졌다. ‘부러운, 바른, 간지 나는’ 같은 동경심도 있었다. 이 정도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만하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눈길을 끄는 게 서울대 출신들은 ‘자기 안에 산다’는 답이었다. 나이든 응답자일수록 이런 답이 많았다. ‘엘리트주의, 자의식 과잉, 자기기준 고집’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특권의식, 그들만의 리그’란 이미지가 파생되고, ‘잘난 척, 올드한, 이기적인, 차가운’ 같은 이미지도 중첩됐다. 

서울대 출신의 전형적 모습으로 인식되는 ‘공부만 한 범생이’라는 답도 빠지지 않았다. 덧붙여 ‘어리숙한, 순진한, 답답한’ 이미지도 강했다. 기업 CEO인 고대 출신 친구는 “거친 경험이 없어선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심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솔직히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외부 시각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학력고사나 수능점수가 결코 인생점수일 순 없을진대, 줄 세우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 학벌 간판 뒤에 숨어 은근히 특권을 기대한 건 아닌지, 은연중 말과 행동에서 타인을 무시하고 내 기준만 고집한 것은 아니었는지…. 

진정 중요한 것은 대학 졸업 후 어떻게 노력하고 성숙하고 경험해 왔는가가 아닐까? 빨리 가족을 부양하려고 초등학교 때 이미 주산 유단자가 된 상고 간 친구, 학비 면제되는 공고를 나온 일 잘하던 선배는 서울대 출신 누구보다 똑똑했다. 어린 시절 맘껏 공부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반대로 50대가 돼서도 PC 바탕화면에 서울대 정문사진을 깔아놓은 후배도 있다. 데뷔작이 대표작인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이고, 그런 자세라면 대학 졸업 후 줄곧 내리막이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다행히 세상이 달라져 서울대 출신이란 게 더 이상 큰 변별력이 되지 못한다. ‘어디 출신’임을 내세우는 사람치고 제 역할 제대로 하는 사람을 못 봤다. 26세까지 주전도 아니던 최형우가 마흔에 1500타점 신기록을 세웠듯, 실력이 말하는 시대다. 

누군가를 평가하려면 고작 대학 4년이 아니라 그 이후 수십 년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소년등과(少年登科)는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이글을 먼저 본 아내가 한 마디 보탠다. “별로 똑똑하지도 않은 깝깝이~. 딱 당신 얘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