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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호 2023년 6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학창 시절부터 사회에 기여를


학창 시절부터 사회에 기여를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수석부장·본지 논설위원


관악구에 전세사기 피해 많아
피해자 돕는 동전모으기 제안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는 경기도와 맞닿아있다. 서울 중심지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어 서울에서 거주 비용이 적게 드는 곳으로 꼽힌다. 주택도 전세에 많이 쓰이는 다세대·연립·다가구주택의 비율이 절반(49.7%)이다. 전국 평균(19.0%)은 물론 서울 평균(36.1%)보다 훨씬 높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서 반지하·지하 주택수가 1만 6265호(2021년 기준)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외국기업의 서울 주재원인 지인은 본사에 전세 제도를 납득시키기가 어려워 그냥 월세로 살았다. 일정 기간 목돈을 맡겨놓고 산 뒤 전세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구조는 그 집에 다른 세입자가 보증금을 내고 들어오거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관행적으로 이뤄졌을 뿐 이행을 강제하는 공적 수단은 없다. 최근에야 집주인에 대한 정보 제공이 늘었지만, 그전까지는 깜깜이 계약이었다.

결국 사달이 났다.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터지고 있는데도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고들 한다. 전세계약 2년의 특성에다 그동안 다락같이 올랐던 집값과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한 곳으로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3곳을 꼽았다.

최근 들어 서울대 입학생 중 서울 강남·서초 또는 수도권 비중이 높다며 교육 양극화 등을 걱정하는 소리들이 나온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서울대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잃어버릴까에 대한 우려일 거다. 기우 또는 질시라고 치부하지 말고 학창 시절부터 조금씩 사회 전체를 생각하고 기여하려는 노력을 하자. 좋은 일도 작게 주변부터 자꾸 해봐야 크게 널리 잘한다.

천원 학식부터 시작하자. 천원 학식이 재정이 어려운 대학의 재학생, 고등학교 졸업 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청년들을 더욱 소외시킨다는 논란이 많지만 서울대는 충분히 늘릴 수 있다. 동창회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니까. 천원 학식은 그대로 확대하고 그만큼 동전 모으기를 하길 제안한다. 신용카드, 간편결제 등이 보편화되면서 어쩌다 손에 들어온 동전은 처치 곤란이 되어 어딘가에 쌓여 있다. 동전이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듯 모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서울시 지역내총생산(GRDP)의 25개 자치구별 비중을 보면 관악구는 1.4%(2020년 기준)로 강북·도봉구(각 0.8%), 은평·중랑구(각 1.1%)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다. 서울대 입학 전후의 삶은 선택도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주어졌던 헌신적인 부모 덕이 크다. 그렇게 누린 행운을 조금이나마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로 내밀어보자.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학우가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