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51호 2024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정년 이후 더 멋진 삶을 위해

전경하 서울신문 논설위원·본지 논설위원

정년 이후 더 멋진 삶을 위해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논설위원·본지 논설위원


최근 KBS의 예능프로그램 ‘골든걸스’를 즐겁게 봤다. ‘골든걸스’는 인순이(66세), 박미경(58세), 신효범·이은미(57세)가 걸그룹이 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가수로서 성공한 그들이 합숙까지 하며 춤과 노래를 배워 아이돌처럼 데뷔했다. 건강하다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삶이 더 풍성해진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골든걸스는 여세를 몰아 6월까지 전국 콘서트를 열고 있다.

30년 이상 일했던 언론사에서 은퇴한 선배는 1년의 휴식기를 지나 지난해부터 지방의 대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가량 언론 관련 강의를 한다. 강의를 시작하고 나서 쉬던 기간에 비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강의 준비가 쉽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열심히 자료를 찾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금융사에서 35년 일하다 퇴직한 선배는 조직관리 경력을 살려 친구의 중소기업 운영을 돕고 있다. 만날 때마다 본인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은퇴한 직장에서 독립한 후배들이 차린 회사에서 일하게 된 지인은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후배들의 멘토로 자리잡았다.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선배들의 삶은 그들에게 많은 스트레스와 집중을 요구했다. 그래서인지 회사 다닐 때는 은퇴 이후에 쉴 수 있기를 많이들 갈망했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이 무료한 삶을 버티기가 힘들다는 걸 증명하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전 직장에 다녔을 때와 다른 편안한 열정이 느껴진다.

정년 이후에 무엇을 할까.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고 50대에 접어든 이후 종종 받는 질문이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일을 하려고 할 거다. 이제 일하는 시간과 집중도를 줄이면서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은퇴를 준비하는 방법인 듯하다.
일을 놓게 되면 다시 일해야 할 때 일머리를 잃어 우왕좌왕할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겠다. 20년 장롱면허를 극복하고 지난해 운전을 시작하면서 자동차 계기판, 도로 위 표시 등에서 소소한 발견을 하고 있다.

100세 시대라더니 70대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활동하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어르신’들의 공통점은 건강하고, 모임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는 점이다. 때론 지갑도 기꺼이 연다. 그분들을 보면서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하고 돈 관리에 신경을 쓴다. 멋진 정년 이후의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