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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호 2025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당신의 전두엽은 건강합니까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당신의 전두엽은 건강합니까



전경하 (독어교육87-91)
서울신문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과음·과도한 유튜브 시청

사고력·공감 능력 떨어트려

뇌의 앞부분을 가리키는 전두엽은 기억, 감정, 문제해결 등을 통해 충동 억제와 이성적 판단을 담당한단다. 전두엽이 건강해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전두엽은 뇌에서 가장 노화에 취약한 부분이다. 전두엽이 위축되면 감정 조절 능력이나 의욕 등이 줄어든다. 본래 갖고 있던 성격이 더 두드러지는 성격의 첨예화도 일어난다. 화를 잘 내던 사람은 더욱 화를 내고, 완고했던 사람은 더 옹고집이 된다. 온화했던 사람은 더 부드러워진다.

전두엽에 안 좋다고 알려진 가장 큰 요인은 얼마 전까지는 술이었다. ‘저속노화를 강조하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술을 마실 때는 전두엽을 면도칼로 긁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술에 관대하다. 술에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취감형이 여전히 통용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주취를 감형사유로 삼지 않는다.

인류가 스마트폰에 중독되면서 SNS(소셜미디어)와 동영상 시청이 나이와 상관없는 막강한 손상 요인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은 뇌가 즉각적 보상에 중독돼 기다리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관련 영상이 알아서 뜨니 굳이 검색할 필요가 없다. 뇌는 수동적 역할에 익숙해져 번거롭고 복잡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줄어든다.

그러다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이 돼 뇌가 썩는다. 데이비드 레비 미 워싱턴 정보대학원 교수가 만든 팝콘 브레인은 뇌가 팝콘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현상을 뜻한다. 옥스퍼드영어사전 출판사인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2024올해의 단어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온라인 콘텐츠를 과잉 소비해 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뜻한다.

우리 국민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길다. 특히 유튜브 시청이 많다. 뉴스도 유튜브로 접해서다. 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디지털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51%)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비교 대상국 47개국 평균(31%)보다 높은데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55%)이 가장 높다.

지난해 1210일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는 우리 사회의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성인(16~65)의 언어능력, 수리능력, 적응적 문제해결력 평균 점수는 OECD 평균보다 낮다. 16~24세로 한정하면 OECD 평균 수준이니 25세 이상이 평균을 끌어내렸다. 청년들의 문해력 걱정은 배부른 소리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하락폭이다. 2013년과 2024년 두 번의 발표에서 하락폭이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이다. 언어능력은 24, 수리능력은 10, 문재해결력은 10점씩 떨어졌다. 언어능력을 연령별로 보면 55~65세 하락폭이 27점으로 가장 크다.

오래 사는 것이 때론 걱정이 되는 시기. 전두엽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알고리즘 추천을 거부하는 수고로움, 나와 다른 생각을 들어보려는 인내, 긴 글을 읽어보려는 집중력 등을 가져야 한다.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40대부터 이런 활동이 절실하다. 40대는 조직의 상층부로 진입하는 시기다. 아무리 작아도 권력은 전두엽에 영향을 미친다. ‘승자의 뇌를 쓴 뇌·신경 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는 한 인터뷰에서 권력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도자를 기를 때 전두엽 활성화 훈련을 어떻게 의무화시킬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도자를 꿈꾼다면 스스로 해야 한다. 비상계엄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다.